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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에서 내려오는 말씀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3 조회수516 추천수11 반대(0) 신고

 


독서: 이사 42,1-4.6-7
복음: 마태 3,13-17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아직 교회에 나오지도 않았을 때부터.
구일기도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 그 기도를 시작했다.
54일이 끝나면 또 54일, 끝나면 또...

그리 간절했던 기도 제목은 
한 사람의 생명을 거두어달라는 것이었다.

그 한 목숨이 눈뜨고 볼 수 없는 큰 고통 속에 있었기에
그 처참한 고통을 거두어 달라는 것이었다.

고통을 거두어 줄 수 있는 두가지 방법.
낫게 해 주시던가.
아니면 데려가시던가.
그 둘 중 하나를 눈물로 원하고 원했다.
기도 책이 닳아서 
모서리에 셀로판 테이프를 붙여가며 기도하던 어느 날,
엎드려 울던 나의 뇌리를 스치며 지나가는 말씀.

'그는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스러져가는 심지도 끄지 않는 분이다.'
희미했지만 명확한 그 말씀이 성경 어디에 있는 말씀인지도 몰랐다. 그때는.
그러나 그 말씀을 듣는(? 떠오른? 내려온?) 순간부터 
단번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날부터 내 마음은 놀라울 정도로 담대해졌다.
어떤 고통도 가져가 달라고 원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어떤 목숨도, 어떤 상황도, 어떤 고통도
그분이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믿게 되었기 때문이고
어떤 기도도 그분이 듣고 계심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즉각적인 답변이 없을지라도.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지라도.
그저 그분이 '보고 계시고 듣고 계시고 알고 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의지가 되고, 이겨낼 힘이 생겼다.

그렇다.
내가 비록 그때에 교회엔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을 때였지만
내가 비록 그때에 성경에 관해 한 줄도 알지 못할 때였지만
"주님인 내가 의로움으로 너를 부르고 네 손을 붙잡아 주었다."는
이 말씀의 힘을 나는 먼저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 뇌리에 내려 꽂혔던 그 말씀의 힘이 너무나 생생하여
나는 말씀에 대한 호기심을 떨칠 수 없었다.

그것이 천주교에 입교한 이후,
본격적으로 성경 말씀을 공부하게 된 첫 번째 동기였다.

성경에 내 인생을 묻고 답을 얻었던 세월, 이십년. 
말씀은 어느덧 내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되어있다. 

오늘 예수님도 하늘이 갈라지듯,
뇌수를 쪼개는 말씀을 들으신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힘과 지지가 되어주는 아버지의 말씀.
비둘기처럼 안내자, 동반자 되어주시는 위로의 성령.

한 생애라는, 광야에서의 고통과 유혹을 이기시고
한 평생을, 아버지의 뜻대로 살아나가시는 원동력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오늘 주님의 세례 장면은 밝혀주고 있다.


주님. 
하늘을 가르듯
내려지는 말씀의 위력으로
저희의 한 생애을 사로잡아 주소서.
 
 
작년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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