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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악령도 잘 알았습니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5 조회수520 추천수9 반대(0) 신고
 
 
 
 

<악령도 잘 알았습니다.> ... 윤경재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는데,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께서 율법 학자들과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며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구나.” (마르 1,21-28)



제가 처음 입교해서 악마는 하느님을 모시던 천사가 타락하여 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천사가 악마가 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탄이라고 불리는 그 악마의 이름은 하늘나라에 있을 때는 루시퍼라고 불렀습니다. 천사 중에서도 찬란한 빛을 지니고 있다고 하여 루시퍼(샛별)이라고 불렀습니다. 능력이 출중했던 그는 천사장의 위치에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하느님 따르기를 거절했습니다. 결국에는 미카엘 천사에게 천국에서 추방당했습니다.


사탄은 하느님을 모셨으니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악마는 하느님보다 자신을 더 내세웠습니다. 그는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무엇인가가 되려고 했습니다.

 

또 악마는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기 추종자들을 만들려고 온갖 방법을 구사합니다. 자기가 우두머리가 되려는 욕망 때문에 그렇게 행동합니다, 심지어 예수님마저 유혹하려 들었습니다. 광야에서, 겟쎄마네에서 심지어 십자가 위에서까지 유혹을 끊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굴복시키면 세상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더러운 영은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알았습니다.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라고 고백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사탄은 그분을 따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예수님의 권능에 잠시 물러 났을 뿐 아주 없어 진 것이 아닙니다.


현대에서도 악마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교묘한 방법은 바로 인간이 스스로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악마가 우리를 공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공포에 떨게 한다든지, 재물 음욕 등등 실제적인 유혹에 빠지게 한다든지, 헛된 망상, 그럴듯한 이야기에 미혹하게 꾸밉니다. 이런 방법은 직접적인 방법이므로 잘만 대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일 교묘한 악마의 수법은 바로 인간이 잘 알고 있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입니다.


“나는 이제 다 알아.” 하는 자만심을 생기게 만들면 쉽게 악마의 책략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도 처음 입교해서는 호기심과 이것저것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재미에 성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교회 활동도 적극 나서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고 웬만큼 신앙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생각되면서부터 자기 나름의 판단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장단점도 알게 되고 평범한 사람들의 공동체가 만든 교회가 갖는 어쩔 수 없는 결점들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가는 실망도 하게 되고 또 “이 정도라면 나 혼자도 할 수 있어.” 라는 자만심이 생기게 됩니다.


‘안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바로 유혹의 시기입니다. 인류의 정신사를 살펴보면 근대 이후 인간들은 자신을 알고자 시작해서부터 점차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또 수많은 이단들 특히 영지주의로 대표되는 종교 집단들은 무엇인가 깨달음을 얻으면 인간의 능력으로 어떤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설교합니다. 자칫 요즘 명상이니 위파사나니 요가니 선이니 하는 것들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알기’에 주력하고 이 ‘알기’에 머문다면 바로 악마의 유혹에 빠지는 것입니다. 아는 단계를 뛰어 넘어야 합니다.


아는 것, 깨닫는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는 것, 깨닫는 것, 지혜를 지니는 것에 머문다면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한 분이시라는 고백을 하면서도 막상 예수님을 추종하지 않았던 악령처럼 되고 말뿐입니다.


깨닫는 것은 참으로 귀중합니다. 잘 알면 그 만큼 남을 잘 인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칫 자신은 사탄의 졸개가 되고 말 수도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따라 그분처럼 사는 것입니다. 많이 알고 지혜를 갖추어 봐야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아는 게 힘이기도 하지만 잘 못 되면 악마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에 어느 정도 오래되어 잘 안다고 생각 될 때가 바로 유혹의 순간임을 자각하고 더 예수님을 따르려는 몸의 실천을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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