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어느 수사님의 글 . . . . . . .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8 조회수1,018 추천수8 반대(0) 신고
 
 

 


 

 

 



   수도원 오기 전 세속에 있을 때 이런 농담을 자주 했었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

   수도원에 오니 '콜리'종의 암컷 개가 한 마리 있길래
   ('복실이'..
너무도 멋진 외모에 비해 이름이 촌스러워

    극도의 부조화를 이룸


  "수도원 개 3년이면 성무일도를 바친다." 라고 했습니다


   그런 시덥잖은 우스개소리만 하고 살던 어느 날이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개집 안에 복실이는 없고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 것이었습니다.
   복실이는 밖에 나와있고...
   그리고 먹으라고 챙겨 준 복실이 밥은

   또 고양이 차지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알고보니 정처없이 떠도는 부랑자(?) 고양이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하루가 아닌 며칠동안...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수도원 지원자로 사는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운 날이었습니다.

 
   나는 언제 다른 이를 위해 내 집을 내어주고 내 먹을 것을 주었던가!
   그저 남는 자리 있으면, 나 사는 데 지장없으니 비켜섰고
   배 불러 못 먹으니, 남는 밥 던져줬을 뿐...

   주제에!

   수사가 된다는 스스로가 갑자기 너무도 한심해져서

   한동안 많이 울었더랬습니다.
   복실이 전담 양육사 이시도르 수사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복실이는 아마도 개가 아니거나 '' 이상의 '' ."

   개조차도 이토록 숭고한 성덕을 닦고 있을 때

 

   개보다 많이 배우고 들은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뭐하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도 수도승이 된답시고 설쳐대니...

   복실아...

   너야말로 진짜 '수도승' 이다.
   수도복을 입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구나...!

   거룩하신 주 하느님.

   동물들을 통해서도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니...


     제눈에는 다만 놀랍게만 보이나이다.  아멘.

 

 

 

 

              

 

 

 

 

 

   제가 키우는 우리 진돗개 '조이'의 아빠개는 아주 사나웠습니다.

      엄마개는 또 아주 순둥이였고,

      밥을 주면 꼭 아빠개가 먼저 먹고 남은 것을

      엄마개가 먹는다고 했습니다.

 

      하도 사나워서 야생으로 살라고

      산에 데리고가서 풀어놓을까 생각할 정도였다고...

      그래도

      한 집에서 같이 키우면서 새끼들을 많이 낳아

      이십여 마리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다행이 새끼들은 엄마를 많이 닮았는지

      제가 키우는 우리 조이는 너무 순한 품성을 가졌는데도

      먹을 것은 절대 나누어 먹는 법을 모릅니다.

 

      그 집에 놀러 가면 그 아빠개는 이를 하얗게 들어내면서

      으르렁 거리며 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늘 울타리를 쳐서 만들어 놓은 개장 안에서만 살았습니다.

 

      그러는 아빠개가

      엄마개가 새끼를 낳으면

      주인이 끓여다주는 고깃국을

      엄마개가 먹으라고 양보를 하고 먹지 않고 보기만 하다가

      엄마개가 먹고 남기면 그제야 먹었다고 합니다.

 

      주인은 그러는 아빠개를 보면서

      분명히 누군가 가르쳐 놓은 순리가 있는 것같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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