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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16) 오늘만큼은 하얗게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24 조회수433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3년12월24일 대림 제4주간 수요일 ㅡ사무엘7,1-5.8-12.14-16;루가1,67-79ㅡ

 

        (16) 오늘만큼은 하얗게

                             이순의



  ㅡ기다림ㅡ

 오늘만큼은 하얗게 준비하고 싶습니다.

 

오늘 낮은 자로 오실 당신을 기다리며

가난한 이웃을 보라하고

버려진 사람을 보라하고

고통 받는 병자를 보라하고

보라는 게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오늘 위로자로 오실 당신을 기다리며

슬퍼하는 이웃을 위로하고

외로운 사람을 위로하고

삶에 지친 자를 위로하고

위로하라는 게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오늘 구원자로 오실 당신을 기다리며

헐벗은 이웃을 생각하고

배고픈 사람을 생각하고

방황하는 노숙자를 생각하고

생각하라는 게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보려 하니 가득이고

위로를 하려드니 고리마다 걸려 있고

생각에 신중을 거듭하였더니 꽉 차고 넘쳐서

목동들처럼 별을 볼 수가 없을 것 같고

박사들처럼 별을 따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상속되어 온 내 이웃들의 가난을 봐야하고

질겨서 끊어지지도 않는 형제들을 위로해야 하고

내려놓을 수도 내려놓아서도 안 되는

내 안타까운 짝꿍의 짐을 생각해야 하고

때문에 느끼는 것은 한심스런 내 자신뿐입니다.

 

주님께서 오신다는데

주님을 만나려면 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데

본 것도 위로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그 하나의 어떤 무엇도 이루어 내지 못한

나는, 나는 아직 캄캄한 어둠입니다.

 

하지만 나도 오늘은  

보려 애썼고

위로를 주려다 버거웠으며

생각을 하고자 노력 했었던

내 생활의 벅찬 무게들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오늘 만큼은

새로운 눈을 갖고

시원한 위로를 받아

희망찬 생각을 꾸며서

내가 지닌 사랑의 미완성들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사들이 가져 올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아닐지라도

아직 다 하지 못한 숙제를 들고 서서

당신께서 오셔서 도와주실 거라는 믿음을

정성되게 봉헌하고 싶습니다.

 

오늘만큼은 하얗게 지내고 싶습니다.

나도 별을 보며 따라가서

아기와 만나는 설렘을 기뻐하고

내 나약함의 구원은

오로지 당신뿐이시라고 말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만큼은 하얗게 기다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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