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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20) 언니는 왜 매일 그러세요?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29 조회수557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3년 12월 28일 주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ㅡ집회서3,3-7.14-17;골로사이서3,12-21;루가2,41-52ㅡ

 

      (20) 언니는 왜 매일 그러세요?

                            이순의


 

ㅡ사랑은 전수 되는것ㅡ

얼마 전에 예쁜 공주를 생산한 옆방 새댁에게 하루면 몇 번씩 문안 인사(^-^)를 간다. 새댁의 입장에서는 먼저 살아 본 삶의 경험과 지혜를 얻는 장점과 귀찮은 단점이 있을 것 같고, 내 입장에서는 조무래기 남매를 가진 새댁이 나 보다 부자로 보여서 날마다 고 녀석들을 살짝살짝 훔쳐보는 재미와 색다른 것이 있으면 나누려고 들려 본다. 모두가 편 하려고 하는 세상살이에 그래도 내 말을 잘 들어주는 탓도 그 집의 문지방이 닳는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종이 우유팩을 버리지 말고 씻어서 멸치 물 끓여 담아 냉동 시켰다가, 조금씩 녹여서 아이에게 한 컵씩 마시게 하라는 거며, 아기의 피부는 신께서 주신 자연 방어능력이 뛰어난데, 거기다 독한 비누나 화장품을 바르지 말고, 물 목욕을 시키라는 거며, 큰아이가 오른쪽으로만 도니까 왼쪽으로도 돌게 해야 귀 속의 세반고리관이 고루 발달한다는 거며! 오늘은 동치미에 국수 말았으니 한 그릇 먹어 보라는 거며, 도토리묵을 쑤었는데 묽게 쑤었어도 집에서 만들었으니 한번 먹어 보라는 거며, 꽈리고추에 멸치 볶았으니 한 종지 맛보라는 거며! 귀찮을 법도 한데 잘 받아 줘서 예쁘다.


큰 아이 두고 돈 벌러 갔다가 물질이 전부가 아니다 싶어서 직장 그만 두고 둘째 낳아서 제 새끼라고 열심히 키우는 모습이 또 보배롭고 예쁘다. 요즘 젊은이들이 학교만 다니느라고 해 본 것이 없지만 나름대로는 열심히 기저귀 하나도 종이 기저귀를 쓰지 않고, 천 기저귀를 손으로 빨아야 하는 초벌빨래와 세탁기 빨래를 겸하면서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당해 내는 모습이 또 기특하고, 모유 수유를 하면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새댁의 서툰 생활이 살림에 관록이 붙은 나의 눈으로 봐도 예쁘다 못해 표창감이다.

 

그런 그녀가 가끔은 아주 돌발적인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나의 반복된 생활 안에서 의식하지 못 하는 행동들을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집어낸다.

"언니는 왜 매일 그렇게 하세요?" "언니랑 이웃이 되어 살은 지가 3년이 넘어서 저도 해 봤는데 잘 안되던데 언니는 평생 하실 것 같아요."

그건 자식과 남편이 집밖을 나설 때마다 현관문밖에 나와 "성부와 하고 차 조심 하세요."라고 부탁하는 것과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에 다시 베란다로 와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나의 행동 때문이다. 하루에 한번이 아니라 구멍가게를 나가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든 가족이 현관을 나설 때면 항상 똑같은 행동을 횟수와 상관없이 해 대는 나의 행동이다.

 

그걸 보고 새댁은 남편께서 출근 할 때만이라도 일어나서 자기도 해 보려고 노력을 해 보았지만 매일 그것도 수년을 할 자신이 없더라는 것이다. 매번 마음은 있지만 언니처럼 하고는 살아지지 않더라는 것이다. 나는 말해 주었다.

 

<나 어린 시절에 5남매 모두를 도시에 유학을 보내야 했던 아버지께서는 항상 걱정이 끈이지를 않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걱정이 연탄가스였지. 아버지는 주말에 집에 오는 자식들을 앉혀놓고 항상 똑 같은 교육을 시키셨는데, 방문의 위아래에 창구멍을 꼭 뚫어 놓았는가? 확인하는 것과 하루에 세 번 “연탄가스 조심!”을 복창하는 것이었어. 우리들은 하루에 세 번씩 의식 속에서 자동적으로 연탄가스 조심이라는 말을 하며 자랐지. 나는 아버지의 그 사랑으로 지금까지 우리 오남매가 무사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


모두가 어린 나이에 밥해 먹고 빨래 해 입으면서 학교에 다녀야 하는 자취생 자식들을 걱정하신 아버지의 기도였을 것이야. 보일러도 없던 시절에 온돌 연탄 아궁이었으니 아버지의 간절한 기도가 없었다면 한 번쯤은 위기가 있었을 텐데 모두 무사히 지금까지 잘 살고 있잖아. 나는 내 아들과 내 남편에게 아버지의 음성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 거야. 주님께서 모든 발걸음을 지켜 주시라고 빌면서,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고 완벽한 기도인 성호를 긋게 하고, 요즘은 연탄가스는 없는데 거리마다 차들이 흉기잖아?! 지성이면 감천이니까 아마 오던 차도 비켜서 가로수를 박거나 멈춰 서서 내 남편과 내 자식을 피해 줄 거라고 믿어.


가난한 사람일수록 몸이 성해야 한다는데 우리 가족이 그렇게 어려운 시련을 격어 오면서도 이렇게 행복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아마 남편과 자식이 건강을 허락 받았기 때문일 거야. 그리고 지금도 아버지의 음성과 사랑을 내 귀에 싣고 살아지는걸 보면서, 결혼해서 단 하루도 한 순간도 빼지 않고 사랑과 애정을 쏟은 나의 음성이 훗날 내 아들의 귀에 실려서, 또 제 자식에게 기도와 정성으로 사랑을 전하면서 키울 거라고 믿기 때문이야. 어려서 받은 사랑은 대물림 되는 거야. 사랑을 받아 본 사람과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사람은 삶의 방식조차 다를 수밖에 없어. 사랑은 정성이지 물질이 아니야.


가족에게 정성을 다 할 수 있을 때라야 여인이 위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 세상이 누구나 공부하는 세상이 되어 남녀평등이라고 하지만 똑같이 공부해서 똑같은 자리에 섰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야. 사랑을 상실하는 우월감은 결코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아. 지금은 잘 먹고 잘 사니까 삶이 부드럽기는 하겠지만 인류의 미래는 사랑이 보장해 주는 거라고 생각해. 지식의 추구와 산업의 발달과 화폐의 위대함은 그로 인해서 지구가 삭막해 진다는 걸 학자들은 이미 예견하고 있잖아?! 그래서 난 새댁을 예뻐하는 거야. 가장 미래 지향적인 젊은이 이거든! 무슨 말인지 아는 거야?>

 

옆집 새댁은 남편을 현관까지 마중하는 날이면 확실히 좋아 하더라는걸 알지만 그 작은 행동을 수 세월동안 한결같이! 변함없이! 어쩌면 평생 동안 할 수 있다는 건 정말로 대단한 사랑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살다보면 다투는 날도 있고 미운 날도 있는데 그건 정말로 위대한 사랑이어야 한다고 인정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옆방 새댁네 문지방을 드나들면서 이것저것 간섭을 할 것이고 새댁네 가정을 예쁘게 볼 것이다. 행복하기를 빌면서!

 

주님! 시련 속에서도 사랑을 다듬으며 행복하게 잘 살아 왔으므로 또 다시 주님의 너그러움이 저희 성 가정을 충만하게 이끄시리라 믿나이다. 모든 것은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만큼만 살수 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주님만이 해결사이시기 때문입니다. 뜻이 모든 성 가정에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원합니다.ㅡ아멘ㅡ

 

ㅡ자녀 된 사람들은 무슨 일에나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일입니다. 어버이들은 자녀들을 못 살게 굴지 마십시오. 그들의 의기를 꺾어서는 안 됩니다. 골로사이서3,20-21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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