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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 흉내내기 <13회> 예수 천국 불신 지옥 - 박용식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30 조회수714 추천수5 반대(0) 신고
 

예수 천국 불신 지옥

 

             

   모처럼 서울에 가서 지하철을 탔는데 불쾌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사람이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예수 믿으시오. 믿지 않으면 지옥 갑니다."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잠자던 젖먹이 아기가 깨어 울자 더 큰 소리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쳐댔다. 점잖은 할아버지가 조용히 하라고 하자 "할아버지 늦기 전에 예수 믿으세요. 아니면 지옥갑니다." 라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은 승합자동차나 플래카드 등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이비 신앙인의 말대로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이 다 지옥에 간다면 우리 조상들은 다 지옥에 갔을 것이다. 그리스도교가 한국에 들어온 지는 불과 200년이 조금 넘는다. 5천 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그 많은 사람 중 최근 200여 년 동안 예수를 믿는 사람 외에 우리의 조상들은 모두 다 지옥에 가 있어야 한다. 천륜을 어긴 파렴치한 죄인들이 지옥에 갔다고 한다면 수긍이 가지만 대다수의 선남선녀들까지 예수를 안 믿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옥에 갔다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양심상 동의 할 수 없는 말이다. 양심에 허용되지 않는 것은 진리가 아니다. 거짓이다.


   사이비 종교나 미신에서 가르치는 신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에게 구원을 주는 신이 아니라 신에게 아양을 떨고 희생을 바쳐 잘 보이면 가만히 내버려 두고 희생을 바치지 않아 미운털이 박히면 해를 끼치는 그런 신이다. 기우제를 지내지 않으면 비를 내려주지 않아 가몸의 피해를 주고, 풍어제를 지내지 않으면 물고기를 못 잡게 만들고 심청이 같은 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풍랑과 파도로 뱃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그런 신이 바로 미신이나 사이비 종교에서 가르치는 신이다.


   우리의 조상들을 모조리 지옥에 보낸 신이라면 그런 신은 필요없다. 희생을 바치지 않는다고 재앙을 내리는 신이라면 그런 신은 선한 신이 아니다. 인간의 길흉화복을 가지고 장난질 치는 신은 악마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사이비 신앙이 종교 전체에 나쁜 영향을 주어 참된 종교까지 피해를 입는다.


   우리 가톨릭에서 믿는 하느님은 그런 고약한 하느님이 아니다. 미신에서 말하는 신처럼 신에게 바치면 천국에 보내고 바치지 않으면 지옥에 보내는 그런 하느님이 아니다. 인간에게 복을 가져 다 주고 인간을 구원하는 참된 신이다. 요한 3,16에 분명히 나와 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에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은 광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믿지 않는 사람을 지옥에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구원하러 오신 것이다.


   그러면 무슨 근거로 광신자들이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가? 요한 3,18에 "그를 믿는 사람은 죄인으로 판결받지 않으나 그를 믿지 않는 사람은 이미 죄인으로 판결받았다"라는 말은 주님이 사람을 지옥에 보낸다는 말이 아니라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결과로 고통스러운 세상, 즉 지옥과 같은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면 예수님이 지옥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옥의 고통에 들어가는 것이다.


   사회와 국가는 법을 어긴 사람들에게 벌금이나 자격 정지, 투옥등 고통을 주는 제도나 장소를 만들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하느님의 법을 어긴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제도나 장소, 즉 지옥을 만드셨다고 말할 수 없다. 하느님이 지옥을 만드신 것이 아니다. 그토록 자비로우신 하느님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려고 지옥을 만들었을 리가 없다. 지옥은 인간이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니 인간 스스로 하느님나라를 거부하고 차 버렸기 때문에 온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사람에게 먹고 살 음식을 먹으라고 주었는데 먹지 않는다면 배고픈 고통이나 굶어 죽는 고통을 당한다. 추울 때 입으라고 옷을 주었는데 입지 않는다면 추위로 인해 고통을 당하거나 얼어 죽는다. 이것은 굶어 죽게 하려고 밥을 안 준 것도 아니고 얼어 죽게 하려고 옷을 안 준 것도 아니다. 자기가 밥을 거절하고 옷을 거부해서 죽은 것이다. 바로 이와 똑같이 하느님께서는 행복하게 잘 살라고 인간에게 사랑의 계명을 주셨는데 인간이 거부하고 그 계명을 안 지킨다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지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서 스스로 지옥의 고통을 자처했더라도 자업자득이니까 "옹골 짜다", "지옥으로 꺼져라"라고 하시지 않고 하루 빨리 뉘우쳐 돌아 오기를 바라시는 분이다.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려는 것이 아니라 구원하시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하느님을 믿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살았어도 뉘우쳐 돌아오는 사람은 누구나 구원을 받는다.

 

                 - 박용식 신부 수필집 / 예수님 흉내내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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