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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2일 토요일 주님 봉헌 축일(봉헌 생활의 날)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02 조회수731 추천수14 반대(0) 신고
 

 2월 2일 토요일 주님 봉헌 축일(봉헌 생활의 날) - 루카 2장 22-40절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가게 해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늘 초심자의 마음으로>


   수도생활에 입문할 무렵, 돌아보니 참으로 순수했습니다. 사도 베드로처럼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칠 기세였습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라는 사도 바오로의 고백이 제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강물처럼 흘렀네요. 쌓아온 수도생활의 연륜에 비례해서 삶이 한 차원 성숙되고 쇄신되어야 마땅한데, 전혀 그렇지 못하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봉헌생활을 꿈꾸기에, 다시 한번 예수님을 제 삶의 중심으로 옮겨오고 싶은 마음에, 다시 한 번 그분을 향해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하고 외치고 싶은 마음에, 다시 한 번 “그분은 내 삶의 전부입니다”라고 떳떳하게 고백하고 싶은 마음에, 그간 무엇이 문제였던지 곰곰이 지난날을 한번 되돌아보았습니다.


   문제의 해답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첫 마음의 퇴색이었습니다. 늘 초심자의 마음으로 살았어야 했는데...세월의 흐름에 따라 입회 때의 순수함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무 필요도 없는 독선과 아집만이 때처럼 덕지덕지 남아있습니다. 수도원에서 먹은 밥 그릇  수와 성덕과는 절대로 정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진작 알았어야 했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모진 독설을 밥 먹듯이 듣곤 했던 바리사이파 사람들, 정말 그들처럼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자주 걱정했었는데, 어느덧 그들의 모습에 꽤나 근접해있는 저 자신의 모습을 슬픈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이런 제게 오늘 예수님께서는 한 노인을 제 삶의 또 다른 이정표로, 또 다른 새 출발의 희망으로 세워주시더군요. 예루살렘의 시메온.


   그는 기다림의 달인이었습니다. 기다리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습니다. 다들 메시아를 기다리다 지쳐 포기하고 말았는데, 다들 ‘내 나이에, 내 주제에 메시아는 무슨!’하고 절망의 세월을 보내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만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끝내 ‘지복직관’이라는 평생의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아쉬움 속에 이 세상을 하직했는데, 그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때’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것입니다. 시메온은 정말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시메온이었기에 하느님께서 그의 신앙에 기쁜 마음으로 응답하십니다. 성령께서 시메온의 앞길을 밝혀주셨습니다. 때가 무르익자 성령께서 시메온을 성전으로 이끄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부모의 팔에 안겨 성전 안으로 들어오시는 메시아 하느님을 뵙는 일생일대의 행운을 잡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과분하게도 하느님을 자신의 두 팔에 안아보는 기쁨을 누립니다.


   시메온처럼 끝까지 참는 사람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상급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꿈과도 같은 기적도 일어납니다. 죽어도 떨칠 수 없을 것 같던 악습도 사라집니다.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행동도 변화됩니다. 행동양식도 달라집니다. 사고방식마저 달라집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 위주로 변화됩니다.


   제대로 된 봉헌생활을 꿈꾸는 분들은 시메온처럼 끝까지 기다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열렬한 기다림을 바탕으로 우리는 하느님 사랑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인내 끝에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가 얼마나 큰 것인지, 그분 사랑이 얼마나 감미로운 것인지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어 사람으로서 가장 큰 축복을 누린 시메온을 바라보면서 저 역시 또 다른 희망을 가져봅니다.


   우리 모두는 시메온처럼 하느님을 제대로 한번 만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아무리 지루하고, 고되고, 팍팍하다 할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하느님을 만날 은총의 순간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주님의 은총에 힘입어 이 지지부진한 신앙생활을 반전시킬 호기가 반드시 찾아오리라고 확신합니다. 비록 오늘 우리가 망가지고 깨진 모습으로 살아도 주님께서 도와주시면 다시금 새 인생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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