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제자들은 사방으로 나가 이 복음을 전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오던 시절, 그 혹독한 박해 속에서도 신앙 선조들은 꿋꿋하게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하고 전해 주었다. 어린 나이에 순교로 주님을 고백했던 유대철 베드로 성인의 일화다.
하루는 옥쇄장이 담뱃대로 그의 넓적다리를 내리쳐 살점을 한점 떼어내며, “이래도 아직 천주교를 버리지 않겠느냐?”고 소리쳤다. 그가 “그럼요. 이렇게 한다고 배교할 줄 아세요?”라고 대답하자, 분개한 옥쇄장은 벌건 숯덩이를 집어넣으려고 입을 벌리라고 하였다. 베드로가 결코 두려워함이 없이 순순히 입을 벌리자, 이번에는 옥쇄장이 기가 막혔는지 물러나고 말았다.
다른 교우들이 “너는 그것을 가지고 많은 괴로움을 당한 줄로 생각하겠지만, 큰 형벌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면, 그는 “저도 알아요.”라고 대답하였다. 하루는 오랫동안 매를 맞고 기절한 채 다시 옥에 끌려왔다. 함께 갇혀 있는 이들이 정신을 들게 하려고 애를 써서 깨어나게 하니, 그는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이런 것쯤으로 죽지 않아요.”라고 굴하지 않는 의지를 나타내었다.(자료출처: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순교자 자료’ http://www.skm.or.kr/)
돌아보면 나에게도 신앙을 전해 주고 모범이 되어주는 고마운 분들이 있다. 나는 아내 덕에 성당에 다니고 있다. 신앙이 깊지는 못해도 미사 후 반갑게 보는 얼굴들은 또 하나의 작은 기쁨이다. 지금 내가 보는 성경은 29년 전 결혼을 앞두고 아내와 함께 인사드렸던 신부님이 선물로 주신 것인데, 아직도 전부 읽어보지 못했다. 아내가 가족과 함께 성당에 나가길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세례를 받았지만 나는 여태도 성당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이다.
그러나 일찍이 장인어른을 잃고 열심히 살아오신 장모님과 부지런하고 성실한 아내에게 신앙은 가장 든든한 지주다. 지금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있다. 남편이 모처럼 성경을 펴놓고 무언가를 쓰고 있는 걸 보고는 슬그머니 다가와 곶감을 놓고 간다. 건방져서 신앙에 빠지지 못하는 내게 아내는 겸손하라고 말한다. 오랜만에 잠시 아내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아내 외에 그냥 모습만 떠올려도 가르침이 되는 신부님이 계시다. 내 주변에는 하느님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준다. 나는 그들의 보살핌 덕분에 이렇게 살고 있다.
이흥우(인천교구 부평3동 천주교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