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를 이기면 등산한다 ....... [김상조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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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광자 | 작성일2008-08-08 | 조회수558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부산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크리스마스 씰 값을 가져 온 한 학생이 그 돈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확인해보니 그 학생은 그 돈을 잃어버린 게 아니었다. 부모로부터 3천원을 받아와서, 떠들어도 칠판에 자기 이름 쓰지 말라고 천원을 주고, 자신의 '보디가드'가 되어 달라며 천원을 주고…. 이 정도가 아니다. 시험 때 짝꿍이 답을 알려달라면 외면하는 게 아니라 엉터리 답을 알려주기도 하는 게 오늘날 초등생이다. … 7, 8세부터 12세에 이르는 시기가 아동기다. … 그런데 오늘날 아이들이 너무 빨리 자라 어린 나이에도 어른처럼 행동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아동기의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뉴질랜드 매시대학 아동 교육 전문가는 최근 어린이들의 생활 속에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어른들이 보호막을 쳐 좀처럼 접할 수 없는 상황에 아이들이 자주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자기 아이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특출함을 강조하면서 조숙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영국에선 350만명의 아이들이 '아동기 상실'이라는 우려할 만한 상황에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2008.6.9. 부산일보) 가끔씩 아이들이 상당히 조숙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깜짝 깜짝 놀라는 때가 있었는데, 그것이 이런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이 너무 성인사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아이들과 함께 패스트 푸드점에 가고, 맥주집에 가고, 노래방에 가고, 영화관에 가고, 유원지에 갈 때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너무 쉽게 아이들이 어른들 문화를 배워버린다는 것이다. 부모만 조신하면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노출된 주변은 온통 성인들 문화다. 노출이 심한 연인들의 과감한 애정표현, 타인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폭주족들의 질주, 불량 청소년들의 상스런 욕지꺼리나 침 뱉는 행동 등등. 아이들이 보지 않아야 할 장면들이 곳곳에 펼쳐지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보다 더한 장면과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 아이가 누구보다 빨리 성장하고, 더 많이 알고, 앞서가고, 1등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십자가는 반드시 져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누구보다 앞서가고 싶은 욕망을 잠재우는 것도 십자가다. 아이들을 쉽게 성인사회에 노출시키고도 내 아이만큼은 다를 거라고 위안 삼는 유혹을 다스리는 것도 십자가다. 직장 5년차쯤 되면 일에 흥미도 잃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는 것도 십자가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나 혼자 자유롭게 지내고 싶은 유혹도 십자가다. 세상에 모든 것이 십자가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그 십자가를 피하지 말고 지라고 하신다.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십자가를 던지고 홀가분해 지려는 사람을 두고 한 말씀이다. 그런 사람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어느날 새벽 등산을 올랐는데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르 짚고 올라가신다.
우리 일행중에 한 분이 아주 힘들게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늙은 나도 올라가는데 머시 그리 힘들다 카노.” 정상에 올라서 잠시 쉬는데 할머니도 올라오시길래
“힘드시죠? 물 한 모금 드세요” 했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당연히 힘들지. 하지만 등산은 자신과의 싸움이야. 나를 이기면 등산하는 거고 아니면 등산하지 못하는 거야. 그리고 나는 속이 안 좋아서 운동할 땐 물 한 모금도 못 마셔. 넘어가질 않아!” “나를 이기면 등산하는 거고,
이기지 못하면 등산하지 못하는 거야”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이었다. “나를 이기면 등산한다.”
나를 이기는 것이 바로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벗어던지고 싶지만 힘들게 십자가를 지는 것이 나를 이기는 것이다. 그러면 “등산”하게 된다. 산에 오르게 된다. 우리가 얻게 된다는 목숨이 어떤 것인지 잘은 모르지만 이 할머니의 말씀대로 “등산”하게 되는 것은 확실할 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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