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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약함이 힘이 된다- 새옹지마-롤하이저 신부님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22 조회수555 추천수2 반대(0) 신고
 몇 년 전에 나는 득실을 따질 수 없는 일을 겪었다. 내가 아팠던 것이다. 전에도 맹장염에 걸리고, 운동하다 무릎을 몇 번 다치기도 하고, 감기에 걸리기도 했지만… 이 번 경우는 사정이 좀 달랐다.
 
실제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궤양이 분명하였다. 몸무게가 빠지고 친구를 잃고 자신감도 많이 잃었다. 궤양은 정신적 육체적인 요인 때문에 걸린다. 바꾸어 말하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당신이 이 병에 걸리면 친구들이 당신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당신 자신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생활습관, 일, 감정, 대인관계 등을 다시 되돌아 보게 될 것이다. 자신이 전과 아주 다르게 보이고 다른 사람들도 나를 전과 다르게 보는 것 같이 느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과연 그는 아픈가? 그는 자신의 건강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히포콘드리아 환자는 아닌가? 그는 꾀병이 아닌가? 너무 꼼꼼하여 그런 병에 걸릴 줄 알았지! 그렇게 소심한데 행복할 리가 있는가? 그는 남의 동정만 기다리고 있어! 틀림 없이 숨기는 게 있을 꺼야!
 
 다른 사람의 이런 시선에 대하여 당신은 대응을 준비하면서 바로 당신에게 꼭 같은 질문을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고, 모든 것이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게 되어 아주 놀라게 될 것이다.
 
 인간은 아주 복잡한 동물이다. 모든 육체적인 병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지만 자신의 병만은 아주 심각하게 받아 들인다. 사실은 처음부터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먼저 정상적인 건강을 되찾기 위해 의사를 만나 약 처방을 받거나 치료를 받는다. 시간이 지나도 잘 낫지도 않고 친구들도 더 이상 관심을 나에게 관심을 쏟는 것 같지 않아, 의사에게, 약에 대해, 친구에게, 자신에게 화를 내고 못 참아 한다. 이마저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힘이 빠지면서 처음으로 아프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 때 자기연민을 하고 친구에게 화를 내고 모든 것을 못 참아 하는 좋지 않은 증세를 보인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힘이 빠진다. 육체적인 병은 거의 나아가고 새로이 심적인 아픔을 느끼지만 이 단계에서 당신은 진짜로 아픔을 느낀다.
 
그러나 이제 사태가 서서히 국면이 바뀌면서 궤양은 치료되고 심적인 상처도 사라진다. 먼저 육체적인 상처가 사라지고 다음에는 아주 서서히 심적인 상처가 사라진다. 당신은 다시 힘을 느끼고 당신의 친구들과 모임이 다시 당신을 환대하기 시작한다. 건강은 되찾았지만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옛날과 같은 자신감은 사라지고 대신 약점이 너무 많다는 생각과 이제부터는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당신은 확실히 무엇이 득이고 무엇이 선물인지를 깨닫는다. 당신은 당신의 건강과 매력과 사랑과 우정을 혼자만의 힘으로는 향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먼저 당신이 패배의식을 맛보았기 때문에, 그러나 뒤에 힘을 되찾고 기력을 되찾게 되었을 때에는 싸울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당신은 연약해질 대로 연약해지고 아주 겸손하게 되어 다른 사람들과 다투지 않게 된다.
 
 생명, 건강, 사랑은 모두 선물이다. 당신이 옛날에 받은 선물을 이용하여 노력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성취하고 지배하고 소유하고 깊은 인상을 심어 주고 이기려고 했던 것을 부질없는 것으로 여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한다. 실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당신이 해야 할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홀가분한 것이다.  
 
이제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는 당신이 당신의 가치와 우선순위, 당신 자신을 재평가하게 되면서 아무리 어렵라도 회심(回心)하여 새로운 삶을 살려고 결심한다. 그러나 당신이 설령 그렇게 결심하더라도 아직도 진정으로 새로운 삶을 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당신과 약속된 땅 사이에는 아직도 많은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은 모세와 아브라함 같이 “선견지명의 재능”을 받았다.
 
 사람이 광야에서 방황을 할 때에는 어디에 젖과 꿀이 있는가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당신은 아직도 대부분의 인생을 방황하고 있으며 어떻게 약속된 땅에 들어갈 수 있는가를 모르고 있다. 그러나 옛날의 익명의 시로부터 하느님께서 마침내 당신을 돌보실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청했지만
겸손하게 순종하는 것을 배우라고 나를 연약하게 만드셨다.
 
내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건강을 청했지만
내가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나에게 병약함을 주셨다.
 
내가 행복하도록 부유함을 청했지만
나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나에게 가난을 주셨다.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을 수 있도록 권력을 청했지만
하느님의 필요성을 알라고 나에게 약함을 주셨다.
 
인생을 즐겁게 살려고 모든 것을 청했지만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도록 인생을 주셨다.
 
나는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지만
내가 바라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무례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도하지 않았던 것도 응답해주셨다.
 
나는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축복 받은 사람이다.
 
 
열린 창으로 지나가게 내버려두어라!
 
(롤하이저 신부님의 묵상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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