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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22일 야곱의 우물- 루카 8, 16-18 묵상/ 빛이신 예수님의 말씀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22 조회수632 추천수2 반대(0) 신고
빛이신 예수님의 말씀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잘 헤아려라.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루카 8,16-­18)
 
 
 
 
◆아침에 마루 창문에 드리워진 커튼을 열어젖히면 밝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햇빛에서 부유하는 먼지가 숨 막힐 정도로 선명하게 보이고 탁자 위의 먼지 또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도무지 햇빛 속에선 집 안의 지저분한 모든 것이 숨김없이 드러나 마음이 편치 않다. ‘청소를 시작해야 되겠군.’ 할 수 없이 걸레를 집어 든다.
 
등불로 묘사된 예수님의 말씀은 내 마음밭을 비추는 빛이다. 빛이신 예수님의 말씀으로 마음속을 비춰보면 내 행동의 숨은 의도·거짓말·악한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빛 속에서 먼지가 부유하듯 교만과 탐욕의 티끌이 내 마음속에 둥둥 떠다닌다. 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은 빛을 싫어하고 어둠 속으로 숨어든다고 말씀하시는 것이겠지.
 
예수님께서는 “그러므로 너희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잘 헤아려라.”(8,18ㄱ) 하고 말씀하신다. 등불을 켜서 내 마음밭을 환히 비추어 숨은 악이 드러나게 하려면(8,16-­17 참조), 그래서 더욱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8,18ㄴ 참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헤아려 보라고 말씀하신다.
 
몇 해 전 함께 일하던 수녀님께서 가르쳐 주신 복음 묵상 방법이 생각난다. 수녀님은 아침에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그날의 복음을 함께 읽자고 했다. 우리는 복음을 한 번, 경우에 따라 두 번 큰 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각자 마음에 와 닿는 말씀을 골랐다. 왜 그 말씀을 선택했는지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붙임쪽지(포스트잇)에 선택한 성경 말씀을 크게 적어 책상 앞에 붙여 놓는 것으로 아침기도는 마무리되었다.
 
수녀님은 일에만 파묻혀 지내지 말고 때때로 쪽지의 말씀을 들여다보며 마음속에 되새기라고 했다. 복음 말씀이 내 마음밭을 비추고 그날의 삶을 이끌어 가게 하라는 뜻일 게다. 나는 그때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라는 시편 말씀을 실감했다.
수녀님은 주님의 말씀으로 내 발 앞을 비추어 가며 하루의 여정을 걷는 아주 쉬운 실천 방법을 가르쳐 주신 것이다. 너무 쉬워 오히려 소홀히 여겼던 건 아닐까? 수녀님이 다른 부서로 가신 뒤에는 몇 번 혼자 하다가 흐지부지 손 놓아 버리고 말았다.
 
얼마 전부터 다시 수녀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복음을 읽고 마음에 와 닿는 말씀을 골라 쪽지에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화장실에 갈 때,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커피를 마실 때, 문의전화에 응답하고 나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쪽지를 꺼내 읽는다. 오늘 예수님께서 내게 주신 말씀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말씀이 빛이 되어 마음속을 구석구석 비추어 준다. 내가 염려하고 집착하는 것의 정체가 차츰차츰 수면 위로 떠오른다.
 
여전히 나는 그것들을 없앨 수도 없고 그것들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예수님과 함께 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데서 위로를 받는다.
장수정(시청각통신성서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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