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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타클로스를 너무 빨리 죽이지 마라 ----롤하이저 신부님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24 조회수624 추천수1 반대(0) 신고
타부를 깨뜨리면서부터 사람들이 자유롭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알란 블룸(Allan Bloom) 교수는 그의 베스트 셀러 <The Closing of the American Mind>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는 내가 네 살 때 진심으로 진리에 눈뜨기를 바라며, 정색을 하고 산타클로스는 없다고 가르쳐 준 한 어린 소년을 생각나게 한다. 나에게 산타클로스에 대하여 알려준 그 소년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하여 또 나보다 낫다는 것을 뽐내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산타클로스와 같은 사실들을 믿는 그런 세상에 관하여 우리들이 배운 모든 것을 생각하고, 그런 여러 가지를 믿는 사람들의 영혼에 관하여 우리들이 배운 모든 것을 생각해 보아라. 반대로 (그렇게 믿게한) 그런 지식을 지운다고 해서 깨닫음을 얻게 되지는 않고 지적능력만 감퇴시키게 될 뿐이다.
 
타부를 깨뜨리고 무지를 없애어 순진하게 되면 이것이 인간 영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누군가가 순결을 강조할 때에는 정신이 번쩍 든다. 거기에는 많은 타부가 있기 때문이다. 데이트, 우정, 결혼, 섹스와 같이 중요한 일 중에서도 허락되지 않는 일이 많으며, 주의를 기울인다든지, 기다린다든지, 금기하는 것을 지켜야 하는 등의 규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지키는 것을 순수하다고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순수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순수한 것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것이 바뀌었다. 순수함을 모든 행동의 규범으로 생각하지 않고, 멀리해야 하고 무시해야 하고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하며 천진난만하고 순진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루라도 빨리 순수하게 행동하여 그런 타부를 타파하는 것이 좋다.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드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 즉 수많은 감정적인 혼돈, 무의미함, 서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안에서 시작되는 깊은 절망감 등은 순수함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부인한다.
 
순수함의 필요성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오늘날의 문화에서 가장 큰 위기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것이다. 근심, 불안, 성으로 인한 허탈감, 상실감, 무상함,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은 서구사회의 암적인 존재이다. 나는 인간의 선함은 영원히 남을 것이고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결국 모든 것을 깨끗하게 씼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우리들의 영혼이 악마에게 가지만 않는다면 근심과 불안, 성으로 인한 허탈감, 상실감, 무상함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대신 젊음과 순결과 열광과 열정으로 가득 찰 것이다.
 
블룸(Bloom)이 그의 책에 쓴 대로 우리들의 에로스는 절름발이가 되어 멀리 가버렸다. 그리하여 참된 성을 위한 젊고 열정적인 우리들의 에로스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감정적으로는 더 혼란스럽게 되고 더 불안을 느끼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껴안음으로써, 우리의 씨앗이 영원히 존속함으로써, 그리고 하느님을 묵상함으로써 하나가 될 수 있게 된다고 믿게 하는, 우리들의 불완전함에서 오는 그 광기(狂氣)가 더 이상 우리들의 삶에 불을 지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대신에 우리들은 지치고 성욕이 없어지고 몸이 뻣뻣하게 되었다. 벌써 오래 전부터 그렇게 되어버렸다. 우리들의 표정에서 알 수 있다. 서구인들의 영혼에서 광기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광기가 순결로 연결되고 또 어떻게 하여 순결을 잃게 되는가? 이미 한 세기 전에 무신론자 작가인 까뮈(Albert Camus)가 말하였다. “사람은 순수해야만 발전하게 된다. 이를 무시하고 행동할 때 즉 도덕적 명령을 무시하고 행동할 때 일시적으로 승리감을 맛보게 되지만 이내 패배감으로 바뀌게 된다.”(리프(P. Reiff)가 <The Triumph of the Therapeutic>에 인용).
 
까뮈는 우리 문화에 만연해 있는 절망감은 순수함의 결여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려면 순결 또는 순수함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순결은 성과 관련된 것으로, 즉 때 묻지 않음, 순수, 자제(自制) 또는 성과 관련해서는 독신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아주 좁은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먼저 순수함은 기본적으로 성(性)의 개념이 아니다. 성을 포함하여 모든 일에 한계선을 긋고 그 선을 넘지 않고 순리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순수해진다는 것은 모든 일을 존경하면서 하거나, 마실 여건이 되었을 때에만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불순한 짓을 하거나 조숙한 짓을 하면 순결이 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게 된다. 순수함이 결여되면 불순한 짓을 하거나 조숙한 짓을 하게 되며 제멋대로 하게 영혼을 내버려두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좋은 경험도 하게 되고 나쁜 경험도 하게 되며 정신적 혼란을 가중시키거나 마음을 분열시킬 수도 있다. 또 기쁨을 주거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건하게 행동하고 시의적절하기만 하면 여행, 공부, 성취, 섹스, 새로운 것을 접하거나 타부를 깨뜨리는 일은 모두 좋을 수 있다. 반대로 순수함을 지나치게 생각하면 즉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성장을 지나치게 생각하면 마음을 분열시킬 수도 있다(동기가 불순하지 않고 순수해도).
 
항상 조심스럽게 타부를 바라보아야 한다. 항상 학습한 것을 종합하고 인식하면서 도덕과 연결시키고 모든 행동은 순수성과 연결시켜야 한다. 산타클로스를 너무 빨리 죽이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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