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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시월의 마지막 밤에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31 조회수673 추천수6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시월의 마지막 밤에
                                           이순의
 
 
 
 
춘천에 가기로 했었다.
산에서 내려 올 때 부터
시월의 마지막 날에는 춘천에 가야 한다고 다짐을 했었다.
휴대전화기의 모닝콜 소리에 발딱 일어 났다.
짝궁이 퇴근을 하고 먹을 간단한 식사를 준비 했다. 
큰언니를 만나면 전해 줄
잡다한 먹거리들도 주섬주섬 싸고.
분주한 새벽 아침이었다.
동쪽으로 향한 베란다의 창이 밝아 오지 않는다.
쨍하고 얼굴 밀던 햇님이 꼭꼭 숨었다.
 
 
 
 
어?!
비가 오시네.......
아침에 퇴근하는 짝궁이 먹을 식사준비도 되어있고
터미널에 나갈 준비가 다 되었다.
옷만 갈아입으면 된다.
빚물 뚝뚝 떨구며 울고 있는 창문을 보았다.
집전화 벨이 울렸다.
받으러 가는 사이에 끊어져버렸다.
이어서 휴대전화벨이 울리고
큰언니였다.
<너 산에서 내려 온 몸살 앓는다면서
  네 마음은 아는데
  언니 생각에는
  비도 오시고
  날씨가 궂으니까 네 몸도 더 무거울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춘천 오지 말고 쉬지 그러니?>
그만
싸 놓은 꾸러미들만 설레고 말았다.
 
 
 
작년
10월의 마지막 날에
주님의 부르심을 받으신 신부님이시다.
내가 산에 가면 몸 담고 있는 본당 출신의 첫 사제!
내 큰언니네 본당에서 첫 보좌 신부로 살으시고
겨우 두 번째 보좌를 가셔서
아깝디 아까운 젊음을
고스란히
주님께 드려서
너무나 큰 슬픔이었던!
출신 본당 교우들의 가슴을
어데 둘 곳조차 없이 가셔버린.
 
 
 
 
 
주일학교에 다닐 적에는 놀이터였을,
신학교 학사시절에는 기도의 쉼터였을,
고향성당의 벤취에는
아직도
첫 사제의 꿈을 향하시는 발도장의 잔상도
지워지지 않았으련만
저 바위돌도 그대로고
저 은행잎도 그대로 인데
세상에 오직 한 분만
없는!
부모의 가슴에 두 번씩이나 묻히셔야만 했을까?
사제의 길을 가시는 것으로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부모님의 가슴에 묻히실 것이지
천상의 부르심 까지 먼저 받자와
엄마랑 아빠랑은 어쩌라고
두 번씩이나 부모님 가슴에 묻히셔야 했는지?
 
 
 
 

                 

 
 
작년 여름,
밭자리가 있는 대관령에서 부제서품식이 있었다.
그 성대한 잔치에 갔더니
얼마나 키가 큰 신부님이 계셨다.
혼자만 너무 커서
난쟁이 신부님나라에 걸리버 신부님으로 오신.
와~!
신기했다.
큰언니가 그토록 자랑하시던 그 보좌신부님!
겨우 두 달여만에
키다리 그 신부님을 먼저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오늘
10월의 마지막 미사 중에도
그 신부님을 기억했다.
나처럼
비가 오신다는 이유로
신부님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쩌나?
가시던 날에
그토록 많았던 그 슬픔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고
물어 오신다면 
비를 탓해야 하나?
큰언니께 전화를 드렸다.
<아니야.
  신부님을 만나러 오신 분들이
  주교좌 성당으로 가득이었고
  신부님들도 많이 많이 참석해 주시고
  수녀님들도 많이 참석해 주시고
  결코
  비오 신부님은 외롭지 않았어.>
 
 
 
산에 가면
종종
어머니 아버지를 뵙게 된다.
그럴때마다 내 아들을 생각해 본다.
하늘아버지의 부르심이라서
주님을 따라 사제의 길로 나선다면
어쩐지
나는 내 아들을 가슴에 묻고
멀리서만 바라보게 될 것 같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그 삶에
어미라고 해서, 아비라고 해서, 
딱히
훈육을 해 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도 가보지 않은 더 먼 길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가버렸으니......!
그래도
아들은
슬픈 엄마아빠를 내려다 보기는 싫어 할 것 같은!
은근히 화살을 쏘곤 한다.
<어머니 아버지,
  건강유지 하셔서
  마음 단단히 살으시다가
  아들신부님 만나는 날
  곱게 곱게 만나야지요.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시월의 마지막 날 밤에
아파트 창이 울리는 소리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 보았다.
밤 하늘에
별들의 잔치가 벌어졌다.
서울 하늘에서 벌어진 사람들의 잔치가
춘천 하늘의 하늘 나라 잔치로 느껴진다.
천주교 춘천교구 주영덕 비오 신부님의 답례인사라면
과언일까?
아니!
주신부님이라면 더 멋진 인사도 했을 것을......
< 저를 기억해 주시고
   저를 만나기 위해
   비를 맞고 
   죽림동성당까지 왕림해 주신
   주교님께 감사합니다. 
   신부님들과 수녀님들께도 감사합니다.
   저의 영원한 친구가 되어주실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께도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 사랑합니다. 
   ♡ 모두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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