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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묵상]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응급실)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7 조회수1,323 추천수9 반대(0) 신고
루카 21, 12ㄴ- 19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너희들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어떠한 적대자도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O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우리 모두 평화

지난 수요일 날(11월 19일) 4개월 반이란 긴 시간동안 배 옆구리에 달고 다니던 호스를 빼러 병원에 갔다.
그 호스만 빼면 날아다닐 것 같을거라고 했는데 막상 호스를 제거하는 순간만 기쁨이 스쳤을 뿐 주차장으로 오는 동안 슬슬 아파왔다. 밤새 참을 수없는 고통과 구토증세로 인해 수술 후에 먹으라고 주었던 진통제 두 알을 목으로 삼켰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저 단지 죽을지경이라는 표현과 함께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
다음 날이 되어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고 몽롱한 정신에 처음으로 응급실로 실려갔다.
휠체어에 앉아 서류 접수를 하는동안 그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검사를 해야 한다며 피를 뽑아대고 사진을 찍어대고..
결국 몰핀주사를 맞아도 통증은 거의 가라앉지 않아 신음소리를 내고있었더니 몰핀보다 더 강력한 진통제 주사를 놓아 주었다.
진통제 주사를 맞으면 구토증이 동반한다고 구토증 가라앉히는 주사도 놓아주었다.

지난 날 수술 할 적에 이 주사들을 맞아본 경험이 있었는데 이 주사만 맞으면 난 세상이 떠나갈듯 코를 골며 잠속으로 빠져들었다고 한다.

응급실이라 그런지 고함을 지르는 환자가 여러명 있었다..
마약에 중독 된 이.. 그리고 병원에서 치료차 놓아주었던 주사약에 중독이 되어 의사선생님한테 병원에서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 왜 주사를 안 놔주냐면서 고통스런 열번을 토하는 이들의 신음 소리가 내 가슴에 그대로 겹쳐졌다.

코를 골며 잠속으로 빠져들어야 할 나는 그런 불만스런 고함때문이기도 했지만 진통제의 효력도 크게 작용하지 않는지 너무 많이 아파서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거의 몽롱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손만 움직여도 아팠던 관계로 머리속으로 성호를 그으며 마음으로 기도를 열심히 드리기 시작했다.
물론 내 고통과 함께 옆 침대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신음 소리를 그대로 주님께 봉헌해 드리며 기도를 열심히 하였다.

다행이 검사결과 별 다른 큰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뚜렷한 이유를 알 수없는 통증 때문에 내 마음은 더 불안하기만 하였다. 위 벽이 두꺼워져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애절한 마음으로 검사 결과가 나오기 바로 전까지 그렇게 기도를 하였으면서도 어느새 내 마음은 불안속으로 다시 또 들어가고 있던 것이다.

입원을 해야 한다는 소리에 겁을 집어먹는다.
그 겁은 내 생명을 소중히 하는 그런 겁이 아니었다. 입원으로 소요되는 경비 문제가 나를 압박하며 겁쟁이로 만들고 있었다.

오늘 복음 말씀을 읽으면서 나는 너무 어리석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하느님께서 주신 내 작은 성전인 내 몸하나 건사못하면서 세속적으로 돈에 또 노예가 되어버리고 있었다는 모자람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현실이 중요한지라 억지로 안아픈 척하며 주님의 빽만을 믿고 한 밤을 지낸 후 퇴원을 고집했다. 덕분에  심한 구토를 몇 번이나 했다. 내 마음에 더러움을 함께 토해놓는다고 생각하니 좀 편안해지기도 했다.

급박한 순간에 드리는 기도로 나를 대신하고파 했던 부족한 마음도 부끄러워진다.
끊임없는 기도를 바치지 못하고 몇 번으로 드리는 기도로 하느님의 은총을 바랄 뿐이었으니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가 있는가.
더군다나 검사 결과 큰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잊고 있었으니 이 또한 부끄러울 따름이다.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오늘 복음 말씀중에 이 말씀이 나를 깊은 묵상으로 이끌며 은총의 힘을 체험하게 한다.
내 마음이 헤이해져 갈 때면 다음 복음말씀이 꼭 나를 위해 기다리는 것 같다.

끊임없는 기도의 힘이 모자란 제게 주님께서는 또 다시 용기를 주시면서 일깨움을 주신다.
어떠한 경우에도 난 감사할 줄 알며, 하느님께 영광을 맛보시게 해 드려야겠다면서 다시 또 하느님께 어리광을 부리면서 두 손 모아 기도드려야겠다.

주님의 사랑은 내 피난처로 이용되는 응급실이 아님을 또한 마음에 새긴다.
이제는 마음놓고 고통의 신비를 체험해야 겠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님들께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 행. 신.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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