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보름달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02 조회수701 추천수3 반대(0) 신고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루카 10:23-24)
 
어느 날 밤 프란치스코 성인이 아시시 거리를 배회하다가
둥근 보름달이 두둥실 하늘에 떠 있는 것을 보았다.
온 세상이 공중에 떠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문밖으로 나와서 그 위대한 기적을 즐기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교회로 달려가 종탑으로 올라가서는 마치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사람들은 불이라도 난 줄 알고 옷도 제대로 못 입은 채 교회로 달려 갔다.
그들이 프린치스코 성인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종을 치는 거요? 무슨 일이라도 났소?”
종탑 꼭대기에서 프린치스코 성인이 대답했다.
여러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세요. 하늘에 떠 있는 저 달을 좀 보시라고요!”
 
인생을 기나긴 나그네의 길에 비유하는 수가 많다.
그런데 그 길은 다양하지 못하여
거의 매일 왔던 길을 반복하여 오가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다가 삶이 답답하게 여겨지고 고통스럽게 여겨지면
일상에서 벗어나 멀리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여행을 가서 자연을 탐닉하면서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마음을 털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귀가 길에 고통이 사라지기는커녕
찰거머리 같이 꼭 붙어 따라다니는 것을 경험한 적이 많았다.
 
프랑스의 심리치료사 기 코르노(Guy Corneau)의 『마음의 치유』를 보고
나의 여태까지의 여행 목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애정이나 우정으로부터의 치유보다
더 앞서 이루어져야 하는 치유는 자연으로부터의 치유라 생각한다.
과학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해질수록 사람들은 치유 받지 못하며 살아간다.
가장 큰 이유는 자연으로부터 치유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어머니 같은 포근함과 거대함으로 세상 모든 생물들을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곤충이든 식물이든 미생물이든
자연과 더불어 살며 충분히 치유 받으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산업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해지면서 사람들은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을 해치고,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며, 자연과 떨어져 살고 있다.
심지어 땅에서마저도 떨어져 살고 있으니.....  
고층빌딩, 고층 아파트로는 더 이상 땅의 기운이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지의 기운마저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슨 힘이 있고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프란치스코 성인의 보름달 이야기는 그리스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kis, 1883-1957)가 쓴 글이다.
평생 인간의 자유에 대하여 탐구하였으며 생전에 써 놓은 묘비명이 유명하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믿는 유다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너희는 참으로 나의 제자이다.
그러면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1-32)
 
카잔차키스의 비명은 이 요한 복음의 말씀을 다르게 말한 것이다.
어떤 구속으로부터의 자유인가? 무엇에 휘둘리고 있는가?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마음의 평화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경치든 음악이든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은 뒷전이 된다.
그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도 기뻐하지 않듯 하느님을 만나고도 기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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