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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디까지가 주님의 뜻인가?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04 조회수744 추천수6 반대(0) 신고
 
 
 
어디까지가 주님의 뜻인가? - 윤경재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마태 7,21-27)
 
 
 
 불교에서는 중생이 본래 부처라고 말하고, 사람들이 본래 모습을 잃어버린 채 거짓 모습에 미혹하여 그것이 자신인 줄 알고서 고통받으며 사는 것이 보통의 인생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짜 모습(假我)을 버리고 참 나(眞我)를 찾으면 모든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이 진아를 찾아 나서는 수행과정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설명하는데, 그 비유를 그림으로 그린 것을 심우도(尋牛圖)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이 열 단계로 되어 있어서 십우도라고도 부릅니다. 결국 소가 진아입니다.
 
 
 첫 단계가 소를 잃어버린 줄 알고서 소를 찾아나서는 심우(尋牛)단계입니다. 찾아 헤매다가 소는 찾지 못하고 흔적만 발견한 견적(見跡), 소를 찾아서 만나는 단계가 견우(見牛), 내게 오라고 소고삐를 잡아 쥐는 득우(得牛), 그래도 제멋대로 날뛰는 소를 길들이는 목우(牧牛)단계가 초기 수행과정에 속한다 하겠습니다.
 
 
 여섯 번째 단계는 길들인 소를 타고 피리 불며 집으로 오는 기우귀가(騎牛歸家)단계입니다. 더 익으면 여태 깨달음의 대상인 줄로만 알았던 소가 주체가 되는 망우재인(忘牛在人)단계, 이를 거쳐 주객을 모두 잊고 텅 빈 공상을 찾는 인우구망(人牛俱忘)에 이르게 됩니다. 이미 상당한 경지에 이른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본래 생겼던 자리로 돌아와 감사하며 부정의 부정을 거친 大 긍정의 단계인 반본환원(返本還源)의 자유를 만끽합니다. 이제 그는 이 깨달음을 자신에게서 벗어나 모든 중생에까지 미치려는 서원을 갖고 저잣거리에 나가 자비의 손길을 내어 줍니다. 이 단계가 입전수수(入廛垂手)로 열 번째 단계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주님, 주님! 저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하고 말하더라도‘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하고 선언할 것이라 하셨습니다.
 
 
 여기서 주님 주님하고 외치는 이들이 과연 십우도 중 어느 단계에 이르렀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겨우 초기단계 중 어디에 머물거나 기껏해야 망우재인 단계에 도달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왜 그리도 강하게 야단치셨나 하는 까닭이 설명됩니다. 그들에게서 자기를 버리지 못하고 假我를 부여잡으려는 태도가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소외받는 이들과 함께 하라는 데 있습니다. 너와 나를 구별하지 말고 형제애로 받아들이라는 데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을 죽여서까지 하나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너와 내가 하나가 될 때 거기에 영원한 생명을 누릴 하느님 나라가 도래할 것입니다.
 
 
 마이스터 엑카르트는 자기를 없애고 진아를 찾아 나서는 방법을 ‘영적 가난’이라는 말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영적 가난을 세 방면으로 설명했는데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것’‘아무것도 알지 않는 것’‘아무것도 취하지 않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영적 가난은 대상으로서의 하느님마저 여의고 주체인 나를 잊어, 어느새 하느님께서 아무 거리낌 없이 내 안에서 활동하시도록 자리를 내어 드리는 것입니다. 자신의 실존마저 주님께 내어 드리는 것입니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사신다는 사도 바오로의 천명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더는 주님을 소리쳐 부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주님께서 쓰시는대로 맡겨 드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된 망아(忘我)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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