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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에 살지만 세상과는 구별되어야-룻기5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04 조회수559 추천수2 반대(0) 신고

세상에 살지만 세상과는 구별되어야-룻기5

<생명의 말씀> 
 때마침 보아즈가 베들레헴에서 와서 "야훼께서 자네들과 함께 하여 주시기를 바라네." 하며 추수하는 일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야훼께 복을 받으십시오." 하고 일꾼들이 대답했다. 보아즈는 추수하는 일꾼들을 감독하는 한 머슴에게 물었다. "저 젊은 여자는 뉘 댁인가?" 일꾼들을 감독하던 머슴이 대답했다. "저 젊은 여자는 나오미와 함께 모압 시골에서 돌아 온 모압 여자입니다. 일꾼들이 거두면서 흘린 이삭을 뒤따르며 줍게 해 달라고 사정하더군요. 아침에 와서 지금까지 앉지도 않고 이삭을 줍고 있습니다." 보아즈가 룻에게 말했다. "악아, 내 말이 들리지? 다른 사람 밭에는 이삭을 주우러 갈 것 없다. 여기서 다른 데로 가지 말고 우리 집 아낙네들과 어울려 다녀라. 추수하고 있는 밭에서 한눈 팔지 말고 이 아낙네들의 뒤를 따르며 이삭을 주워라. 머슴들이 너를 성가시게 못하도록 분명히 일러 두마. 목이 마르거든 머슴들이 항아리에 길어다 둔 물이 있으니, 가서 마셔라." 그러자 룻은 땅에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어찌하여 저를 이렇게까지 귀엽게 보아 주시고 마음을 써 주십니까? 저는 한낱 이국 여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보아즈가 말했다. "나는 다 들었다. 네가 남편이 세상을 뜬 뒤에도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었고 고향을 버리고 부모를 떠나 낯선 이 백성에게로 왔다는 말을 들었다. 네가 그렇게도 갸륵하게 행하였는데, 어찌 야훼께서 갚아 주시지 않겠느냐? 네가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의 날개 아래로 안식처를 찾아 왔으니, 너에게 넉넉하게 갚아 주실 것이다." 룻은 "부디 저를 귀엽게 보아 주십시오. 저는 댁의 여느 여종만도 못한 몸인데도 이렇게 다정스런 말씀으로 용기를 주시는군요." 하며 고마워했다. 식사 때가 되어 보아즈가 룻에게 권했다. "이리 와 빵을 떼어 이 시큼한 술에 찍어 먹어라." 그리하여 룻은 추수하는 일꾼들 옆에 앉았다. 보아즈는 룻에게 밀청대를 배불리 먹고도 남을 만큼 집어 주었다. 룻이 다시 이삭을 주우려고 일어서는데, 보아즈가 머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 여자가 보릿단 사이로 돌아 다니며 이삭을 줍더라도 나무라지 말라. 숫제 보릿단에서 이삭을 빼내어 흘려 주어라. 그리고 그것을 줍더라도 야단치지 말라." (룻 2:4-16)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룻과 보아즈가 처음 만나는 장면입니다. 그 지방 재력가인 보아즈의 인품과 이방인 여자 룻의 겸손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룻기가 기록하는 시대가 판관기의 시대인데 긴긴 판관기에는 이런 아름다운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룻기에 와서 참으로 따뜻한 내용이 처음 등장하는 것입니다.

보아즈는 재력가이면서도 자기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주인으로 행세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일꾼들과 함께 하시기를 빌어주는, 베푸는 자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방인 여인 룻을 알아 보았으면서도 룻을 멸시하거나 천대하지 않고.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며 룻의 갸륵한 행동을 칭찬했습니다.

그리고 딱한 처지에서 열심히 살아가려는 룻에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옹색한 부자가 율법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마지못해 배려한 수준이 아니라, 율법이 허락한 범위를 넘어서서 일꾼들에게 추수한 보릿단에서 일부러 이삭을 흘려 주라고까지 했습니다. 추수하는 보리밭에 이삭을 줍기 위해 나온 룻은 생각지도 못했던 호의를 입었던 것입니다.

룻은 자신이 착하게 시어머니를 섬겼으니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을 받았다고 여길 법도 한데, 이러한 배려를 받는 룻의 말과 행동을 보면, 룻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엎드려 절하며 자신에게 은혜를 베푸는 보아스에게 최대한의 예를 갖추었고, 자신이 한낱 이국 여자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겸손하게 밝혔습니다.

이런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그림의 배경이 판관기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생각대로 행동했던 때에 율법 이상의 수준으로 선한 지향성을 가지고 살며 남을 돕고, 남을 섬기고 배려했으니 사람이 보기에나 하느님 보시기에나 이 두 사람이 구별되어 보이고 아름답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율법이 있어도 율법 알기를 우습게 알고 제 멋대로 살아가는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 신실하게 하느님을 섬기고 그 연장선에서 시어머니를 섬기는 룻은 당대의 모든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에서 살지만 세상과는 구별되는 성별(聖別)입니다. 이러한 성별(聖別)된 삶은 하느님의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고, 따라서 하느님께서는 귀하게 여겨 주셨고 또 보아즈와 룻에게 당시 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복을 주셔서 후대에 당신의 뜻을 이루는 후손이 나오게끔 하셨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이러한 구별됨이 참으로 필요합니다. 현 시대를 그리스도인을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과의 분리 내지는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판관기 시대의 룻처럼 세상 속에서 뿌리박고 살면서도 세상사람들과는 속마음에서부터 겉행동까지 구별·성별(聖別)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별·성별(聖別)된 사람은 하느님의 눈에 뒬 수밖에 없고 그 사람은 룻처럼 하느님께 넘치는 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봅니다.  

현 시대가 악하고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압니다. 어느샌가 돈이 최고의 가치를 점하면서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들이 사회 각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것을 속속들이까지는 잘 모르더라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습니다. 뭔가 심각하게 우리 사회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잘못된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조차 룻처럼 보아즈처럼 성별되어 살아가려 하기보다는 세상의 가치를 무의식적으로 그러나 왕성하게 흡수하면서 세상에서 좋다고 하는 것들을 선점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며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그러고 나서 소위 성공하면 하느님이 복을 베푸셨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 성공이 하느님이 복을 베푸신 결과일까요?

그러나 저는 심각하게 병들어 있는 사회에 잘 적응한 사람의 영혼과 정신이 얼마나 건강한지는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룻과 보아즈를 보면서 세상에 살지만 세상과는 철저하게 구별되어야 하는 성별(聖別)에 대해 깊이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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