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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 선포의 두 기본자세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06 조회수670 추천수4 반대(0) 신고
 
 

복음 선포의 두 기본자세 - 윤경재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게 하셨다.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마태 9,35-10,7)

 

 미국 어느 신문에서 고정 신앙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가 달라이 라마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자세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내가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 전에는 한 종교단체의 수장으로 풍기는 위압감에 막연한 존경심을 느꼈었다. 막상 처음 만났을 때 생겼던 평범한 사건이 없었다면 내게 지금처럼 깊이 각인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미국을 처음 방문한 달라이 라마를 취재하려 한 호텔 강당에 갔었다. 거기서 그가 청중에게 설법하는 내용을 기사에 내고자 요약하려는 마음으로 귀담아듣고 있었다. 그런 자세로 접근하면 대개는 냉정해져서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었다. 전에도 여러 번 이런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많은 저명한 종교인, 설교가, 구루, 사제, 목사, 선사 등을 취재했으나 그 만남이 언제나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막상 기사를 내고 나면 이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만 잊어버렸다. 

 달라이 라마가 특별히 내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연한 마주침에서 비롯한다. 설법을 끝내고 나오는 그를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그에게 다가갔다. 나를 소개하려고 명함을 꺼내려다가 그만 손에 들고 있던 기사와 서류뭉치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마침 여러 사람이 주위를 둘러싸 어수선했었다. 그런데도 어느새 달라이 라마는 나보다 먼저 허리를 굽혀 그 종이들을 줍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실수한 것처럼 겸연쩍은 목소리로 “저도 자주 이런답니다.”하며 주워 모은 서류들을 내게 챙겨주었다. 물론 그의 눈가에는 인자한 촉촉함이 배어 나오면서. 내게만 들리도록 잔잔히 말하는 그의 목소리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가 깨어 있는 선사라는 것을 나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돌발 상황에서 보이는 태도는 언제나 그의 평소 인품을 드러내는 법이었다. 말로만이 아닌 언행일치를 보일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뒤에 두 사람 사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늘도 많은 사람이 자기 종교와 어떤 주의를 선교하려고 나설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목청 높여 외친다고 한들 듣는 사람들은 언제나 “또, 그 소리!”하고 외면하고 나서 곧 잊어버릴 것입니다.

 9,35절부터 마태오 복음은 제2권이 시작합니다. 학자들은 이를‘선교적담화문’이라 부릅니다. 예수님은 10장에서 제자들에게 선교하는 자세와 내용을 설명하시고 나서 11,12장에서는 직접 선교여행을 다니시는 것으로 복음서 저자는 묘사합니다. 이 선교 내용을 이끄는 서언은 다름 아니라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입니다.

 자신의 세를 확장하거나 종교 장사를 하려는 듯한 현대의 종교인들과는 전혀 다른 자세입니다. 요사이 흔히 볼 수 있는 종교꾼?들처럼 죄의식을 심어 주거나 성공을 내세우며 다가가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세상에 추수하러 보내시기 전에 그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를 준비시키셨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자비심이며 언행일치하는 태도라는 것을 오늘 복음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 둘은 복음 선포를 제대로 굴러가게 할 수레바퀴일 것입니다.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 두 바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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