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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영혼의 깊은 어두운 밤.
작성자유웅열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07 조회수709 추천수8 반대(0) 신고
 

영혼의 어둔 밤.

(신앙으로 살아가는 인간)


자연에 순환주기가 있는 것처럼 우리 신앙인에게도

순환주기가 있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은총이 있으면 시련이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성스러움을

가르쳐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는 점을 깨닫기만 한다면,

우리는 결코 어둔 밤에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즉 신에 대한 체험이다.

다시 말하면 신앙인의 모든 체험은

영원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도 깊은 산골짜기에서 시작하여

이 골짜기 저 골짜기를 지나면서 수많은 시련과 고비를

극복해야만 넓은 강에 이르듯이 신앙인의 체험도 수심 깊은

영적 바다에 이르기 위한 귀한 체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신앙인들은 아무리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고통이 가라앉고 심신이 회복되면,

그 고통의 자리에서 하느님을 보게 된다.


‘어두운 골짜기’와 관련해서 십자가의 성 요한이 언급한

‘영혼의 어둔 밤’을 잠시 논할 필요가 있다.


‘영혼의 어둔 밤’이란

한마디로 영적 공허함과 무기력의 상태이다.


성경을 읽어도, 미사를 드려도, 기도와 찬미를 하여도,

하느님 위로를 느끼지 못하고 구도적 열정도 시들해진 상태이다.


성경에는 신앙인들이 어둔 밤을 겪으면서

울부짖는 탄원의 기도가 많다.


“주님, 언제까지 마냥 저를 잊고 계시렵니까?

언제까지 당신 얼굴을 제게서 감추시렵니까?

언제까지 고통을 제 영혼에,

번민을 제 마음에 날마다 품어야 합니까?

언제까지 원수가 제 위에서 우쭐거려야 합니까?” (시편 13, 2-3)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이토록 그리워합니다.

제 영혼이 하느님을, 제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합니다.

그 하느님의 얼굴을 언제나 가서 뵈올 수 있겠습니까?” (시편 42,2-3)


“내 영혼아, 어찌하여 녹아내리며,

어찌하여 내 안에서 신음하느냐?”(시편 43,5)


영성학자들은 모든 신앙인들의 영적 여정에는 반드시

어둔 밤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이 신자가 된 이들에게는 부드러운 사랑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새로이 신자가 된 이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기도의 응답을 받는다.

그들이 받은 기도의 응답 중에는 기적과 같은 것도 있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계속하면서 하느님은 그들에게 메마르고 고독한 시간을

허락하시어 그들의 신앙을 정화하고 단련시키신다.


이 정화와 단련의 시기가 바로 “영혼의 어둔 밤”인 것이다.

어둔 밤을 겪는 영혼은 자신과 타인과 하느님에 대한 참된 이해와

자유를 얻기까지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신적인 모습을 갖추기까지

정화되고 단련된다.


어둔 밤이 다가오면 우리 영적 지식의 한계로 인하여 하느님이

어떠한 분인지를 모른 채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어둔 밤이 오면 무조건 인내하면서 언젠가는 빛나는 대낮이 온다는

것을 희망하여야 한다. 어둔 밤은 신앙의 위기를 초래할 만큼 하느님

부재를 체험하는 시간이기에 무조건 인내할 필요가 있다.


위로가 없어도 계속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미사에 참례하여야 한다.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 자기 혼자만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들겠지만 주님께서 우리의 착한

목자가 되시어 우리를 바른 길로 인도하고 계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사실을 굳게 믿으면서 여명이 트기까지 깨어 기다리는 것이 신앙이다.

기다림은 예술이다. 시간이 참으로 가치 있는 것은 기다림 때문이다.

비록 오늘 얻을 수 없다 하더라도 기다린다면 언젠가는 하느님을 만나

뵐 수 있을 것이다.


어둔 밤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기에 굳이 그것을 물리치려 하지 말라.

우리들은 알고 있다. 별을 보려면 어두움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송 봉 모 신부 지음.

오늘의 묵상:

내가 참으로 사랑하는 나의 친구가 저 세상을 떠 난지도 벌써 1년이 지나

반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가 죽기 전에 미국에 있은 딸에게 보낸 편지가

생각납니다.

“이제 아빠는 이런 일 저런 일 다 했다. 이제 너의 엄마가 하던 문방구 일도

이곳 도심의 중심에서 재개발 사업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접으려고 한다.

이제는 좀 더 여유롭게 살아보련다. 산골짜기에서 시작한 물이 흐를 때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고, 웅덩이를 만나면 잠시 쉬어가고, 낙엽이 떨어지면

잠시 낙엽과 함께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면서 흘러가련다.”


이런 편지를 쓰고 나에게도 보여주었지만 6개월도 더 살지 못하고 이 친구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와 나누던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하느님!

주님 앞으로 간 모든 영혼들을 천국으로 이끌어 주시며

특히 주님의 자비를 필요로 하는 모든 영혼들을 잘 보살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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