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새로운 언어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0 조회수719 추천수5 반대(0) 신고

내가 100% 원해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내가 내 나라를 떠나와서 이렇게 살게 된 일이 과연 나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 곰곰히 생각을 해본다.

결혼을 했고 남편은 공부를 더 하기를 원했고 남편과 함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기대반 두려움 반으로 새로운 땅을 밟았을때의 그 느낌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남편은 자기 하는 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나도 나름대로 둘째가 태어나고 아이 둘을 키우며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작년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어느곳에서 살아야하는지 남편과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사실 이 곳 생활을 너무 좋아하고 전적으로 이곳에 살기를 원했고 늘 미적 미적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나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반 이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반이었다.

내가 태어나 자라왔던 곳에 가고 싶고 거기서 살고 싶고 나중에 그곳에 묻히고 싶고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의 귀소본능 같은거라 자석의 힘처럼 혹은 중력의 힘처럼 나를 끌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주님이 원하신 길은 내가 이곳에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 들였고 지금은 아주 편안한 마음이 되어 매일 매일 살고 있다. 가끔 외로움이나 그리움으로 목이 마를 때도 있으나 그것도 이 묵상방을 통해 해소가 되고 그런 애닯음이 없다면 삶이란 무미건조할 것이란 생각도 들며...모든 것이 나를 위한 좋은 방향이구나 하고 느낀다.

오늘 내가 미사를 드리고 소성당에 무릎을 꿇고 고요에 머물며 기도하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특별히 나누고 싶은 두가지는 '언어'와 '상처'이다.

이곳에서 살아야하니 어쩔 수 없이 영어라는 언어를 나의 새로운 언어로 배워가고 있다. 오늘도...아마도 죽을 때까지 이 언어 배움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내가 철칙으로 세운 것은 남을 해하는 혹은 상처를 주는 나쁜 말은 내 입에서 나오지 않도록 배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영어에도 욕이나 나쁜 말이 아주 많다. 그러나 그것은 알고 있을 뿐 절대 사용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배울 생각도 하지 않는다. 대신 좋은 말,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말은 연습하고 외워서 말하는 일에만 힘을 쓴다.

미국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아주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우리가족 모두가...내 생일을 맞아 조그만 칼리지 타운을 떠나 그 옆에 1시간 거리에 있는 큰 도시에서 한국마켓에서 장도 보고 외식도 할겸 갔는데, 그곳에서 상대편의 일방적인 과실로 차를 폐차시킬 정도의 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우리 가족은 모두 무사했다. 외상으론 내 오른쪽 눈아래가 조금 찢어진 것을 제외하고는...지금 생각해보면 하느님의 보호하심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암튼 하루 밤을 꼬박 응급실에서 보내고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 온몸이 땅으로 꺼질 것같이 무겁고 쑤시는 것을 느끼며 쉬고 있을때 우리 구역 구역장님이 전화를 하셨다. 물론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셨겠지만 그 중에 하신 말씀 중에 '그러게 거긴 왜 그리 자주 가긴 가? 그러니 그 사고를 당하지' 하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상처를 받으니 오랫동안 그 사람이 아무리 좋은 일을 하여도 내 눈엔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무슨 베일에 가려진 것 처럼 좋은 것을 좋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이 상처를 받으면 그 상처를 또 무기처럼 사용한다.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상처를 받았으니 나는 너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말해도 된다 라고 합리화시킨다. 정작 그 상처를 치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상처는 그 사람의 사과로 치유되는 것도 아니고 오직 주님만이 내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음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닫게 되었다. 내가 혼자 상처 받았고 혼자 미워했고 주님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기에 물론 그 사람을 용서하고 말고는 생각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우스운 일이 되었고...

그러면서 내가 배우는 새로운 언어 그리고 이미 아는 언어를 주님의 언어로 변화시켜 절대 다른이에게 상처가 될 여지가 있는 말은 하지 않으리가 다짐을 하며 산다. 하지만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내 말을 통해 상처를 주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이 모두도 주님께 맡길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도 주님이 그 입에 담아주는 아름다운 언어로 말하시길 간절히 원하며 오늘도 주님안에 참평화를 이루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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