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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인의 조건, 스펙 혹은 믿음-룻기8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2 조회수564 추천수5 반대(0) 신고

혼인의 조건, 스펙 혹은 믿음-룻기8

<생명의 말씀>  
 타작 마당으로 내려 가 시어머니가 시킨 대로 하였다. 보아즈는 먹고 마시고 나서 흐뭇한 마음으로 보리가리 옆에 가서 누웠다. 룻은 살며시 가서 그의 발치께를 들치고 거기 누웠다. 보아즈는 한밤중에 한기를 느껴 몸을 웅크리다가 발치께에 웬 여자가 누워 있는 것을 알고 "너는 웬 여자냐?" 하고 물었다. "비녀는 룻입니다." 하고 룻이 대답했다. "어르신네께서는 이 몸을 맡아 주실 분이십니다. 그 옷자락으로 저의 몸을 덮어 주십시오." "악아, 야훼께 복을 받아라." 하고 보아즈는 말했다. "너는 돈이야 있든 없든 젊은 사람을 따라 감직한데 그러지 아니하고 이렇게까지 효성을 다하니, 이것은 지난날의 효성보다도 더 갸륵하구나. 악아, 걱정하지 말아라. 네가 무엇을 원하든지 내가 다 들어 주마. 네가 굳센 여자라는 것은 이 성 안에 사는 내 겨레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다. 너를 맡아 줄 의무가 나에게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너한테는 나보다 더 가까운 친척이 또 있다. 이 밤은 여기서 지내거라. 내일 아침에 그가 너를 맡겠다고 나서면, 좋다, 그가 너를 맡을 것이다. 만일 그가 싫다고 하면, 내가 반드시 너를 맡아 주겠다. 날이 샐 때까지 여기에서 쉬어라." (룻 3:6-13)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룻은 시어머니가 지시한 대로 모든 행동을 다 하였습니다. 하루 추수를 마치고 보아즈가 눕는 자리를 보았다가 그 발치께를 들치고 누워 있었고, 새벽녘 보아즈가 룻의 존재를 인지하자 룻은 보아즈에게 자신이 누구라고 밝힐 뿐 아니라, 보아즈가 몰락한 나오미 집안을 맡아줄 사람이라는 것도 밝힙니다.

그러자 보아즈는 룻을 칭찬하고 한 집안의 끊어진 대를 친척이 대신 이어주는 율법이 명한 제도를 다 하겠노라고 약속합니다. 보아즈의 입장에서 룻을 맞아들여서 엘리멜렉 집안의 대를 이어주는 것은 참으로 큰 희생이 따르는 것인데도 보아즈의 대답에는 망설임과 고민이 전혀 엿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매우 어색하고 당황스러워야 하는 상황인데도 보아즈와 룻은 당혹과 혼란의 말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되어 있는 말을 주고 받는 듯합니다.  

원숙하고 경험많은 노인 보아즈는 자기 발치께에 젊은 과부 룻이 와 있는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직감했을 것입니다. 룻은 딴 마음 없이 시어머니인 나오미가 명하는 그대로 순종했을 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룻에게서 보아즈는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서조차 찾기 어려운 갸륵한 마음씨와 효성을 보았던 것이고 그래서 그 당황스러운 자리에서 룻임을 알아본 후 룻에게 건넨 첫 마디말이 '악아, 야훼께 복을 받아라'였던 것입니다.
 
룻은 매우 젊은 여자였습니다. 남편과 사별하기는 하였으나 아직 젊은 여자였습니다. 만약 재혼을 한다면 당연히 젊은 남자와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솔직히 룻은 얼마든지 자기 시어머니를 버리고 젊은 남자를 쫓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의 분부대로 보아즈를 찾아왔던 것입니다. 자기 욕망대로 젊은 남자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보아즈는 자기 발치께에 있는 여자 룻에게서 이 모든 것을 확인하고 룻에게 복을 빌어주었고 또 룻을 맡아주겠다고 흔쾌히 약속했던 것입니다.

보아스는 당시 종과 같은 이방인 여인인 룻을 최대한으로 배려한 것입니다. 보아즈 정도의 유력자였다면 룻 정도는 얼마든지 첩으로 둘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아스는 룻에게 대를 이을 자로서의 책임을 하겠다고 합니다. 보아즈도 역시 욕심이나 욕정에 따라 움직이지 아니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깊은 밤 한 이불 속에서 젊은 여자와 늙은 남자가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그냥 보면 스캔들 같은 상황이지만 한 가정이 그 탄생을 준비하는 바르고 거룩한 모습을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결혼 적령기에 이른 청년들을 수없이 봅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평소에 기도 안 하다가도 결혼을 위해서 기도를 많이 합니다. 평소에는 하느님을 섬기는 신앙이 배우자의 조건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막상 그들이 결혼하는 것을 보면 믿음과는 또 신앙과는 별로 상관없이 결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제일 우선 조건은 자기가 원하는 여러 가지 세상 조건 요새말로 하면 스펙이고, 믿음과 신앙은 그 스펙에 덧붙여 있으면 더 좋은 정도의 조건이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때를 종종 보기 때문입니다. 배우자를 찾기 위해 기도하는 그 사람들 마음에 신앙와 믿음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여러 가지 조건들이 우선순위를 다투는 가운데 신앙이라는 조건이 1순위가 아니라 한 4-5순위쯤 되기 때문에 문제라는 말입니다.

미국 대선에서 최초로 당선된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후보자 시절 늘 강조했던 것이 변화(the change we need)였습니다. 그러면서 누누이 했던 말이 정책의 우선 순위만 바꾸어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바로 이 말이 우리 믿음 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하느님이 최우선의 자리에서 우리 모든 생각과 욕망에 우선순위를 부여하시고 조절하시게끔 우리가 하느님께 허락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하느님의 말씀대로 그분께 순종하며 살 수 없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인 혼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탄생하지는 않았지만 보아즈와 룻의 가정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경배로 세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 튼튼한 믿음의 토대 안에서 훌륭한 믿음의 후손들이 나올 것이고 또 이것은 역사적 사실로 증명되었습니다. 룻의 증손자가 바로 다윗이 되니가요.

상대방에 대한 스펙을 최우선으로 따지면서 결혼이 마치 상호간에 밑지는 것이 없어야 하는 장사와 혼동되는 이 시대에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욕심과 소유욕으로 세워지는 가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가정은 욕심의 조건들이 무너졌을 때 동시에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욕심의 조건들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자녀들을 바른 신앙으로 양육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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