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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좋은 보물" - 3.7,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07 조회수424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3.7 사순 제3주일                                  
탈출3,1-8ㄱㄷ.13-15 1코린10,1-6..10-12 루카13,1-9

                 
 
 
                                           
 
 
 
"참 좋은 보물"
 
 
 


21년 전(1989년) 사제서품을 받고
첫 미사 차 방문 후
처음으로 강의가 있어 수녀원을 방문했습니다.
 
21년만의 방문인데 예전 그대로의 똑같은 건물이었습니다.
“수녀원 건물이 오래되어 낡고 별 수 없습니다.”

원장 수녀님의 말씀이었지만
오히려 고향 집에 온 것 같기도 하고
오래 전 친구를 만난 듯 정겹고 편안한 느낌의 건물이었습니다.
“건물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건물이 낡고 초라하고 추워도
  그 안에 참 보물들인 좋은 수행자들이 있으면 부자입니다.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훌륭한 자식들 있으면 부자 집인 이치와 똑같습니다.
  성당에서 기도하는 수녀님들이 참 보물 수행자들처럼 보였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건물이 웅장하고 화려해도
  그 안에 참 보물 수행자들이 없다면
  참 공허하고 가난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즉시 수녀님에게 드린 답변입니다.
 
사실 저는 어디에 가든 건물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을 봅니다.
 
문제는 사람입니다.
사람 보물 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어제 읽은 대목도 나누고 싶습니다.
 
수행 장소보다 수행자의 마음이 우선임을 깨닫습니다.

“깊은 산 속이 따로 없다.
‘대은(大隱)은 곧 시은(市隱)이다.’라는 말이 있다.
  진정으로 큰 은거는 시장 속에 은거한 것이라는 뜻이다.
  시장 속에 은거한다는 것은
  시장 속에 살아도
  마치 만 겹의 산 속에 사는 것처럼
  고요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시은보다 큰 은거가 어디에 있겠는가?
  이런 사람은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누가 능히 그런 시은을 할 수 있을까?
  마음이 고요한 사람, 깨끗한 사람이다.”

깊은 산 불암산 요셉수도원 성전에 있다가
여기 서울 도심 한 복판 동자동 수녀원에 있어도
흡사 깊은 산 속에 있는 듯합니다.


회개하십시오.

끊임없는 회개가 참 좋은 보물 수행자를 만듭니다.

비단 수도자만 수행자가 아니라
믿는 모든 이가
부단히 하느님의 말씀을 실행해야 하는 수행자들입니다.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회개를 촉구하는
주님의 말씀이 무겁고 어둡게 느껴지지만
결코 무겁고 어두운 회개가 아닙니다.
 
대부분 인과응보의 사고로 인해
무슨 불행한 일이 닥치면 본능적으로 죄와 연결시키지만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는 긍정적 표지로 읽으십시오.  
 
회개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합니다.
 
부활의 기쁨을 앞당겨 사는
희망찬 미래를 향한 역동적 회개입니다.
 
오히려 밝고 가볍게 느껴지는 회개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무화과나무의 비유가
우리 삶의 열매를 점검하게 합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버리십시오.”

마치 주인에게 사정하는 포도원 재배인의 모습이
흡사 우리를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간청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끊임없는 회개로 아름다운 삶을 살라고
주님의 자비로 연장되는 우리의 날들입니다.
 
이런 끊임없는 회개가 우리 삶의 나무에 거름이 될 때
믿음, 희망, 사랑의 풍요로운 열매들의 수확입니다.
 
삶의 나뭇잎만 무성하고
이런 영적열매들이 빈약한 삶이라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허무하고 공허하겠는지요.


주님을 만나십시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회개한 영혼들을 찾아오시는 주님이십니다.
 
광야의 침묵과 고독 속에 회개로 정화된 깨끗해진 영혼,
모세를 찾아오신 주님이십니다.
 
모세가 양떼를 몰고 광야를 지나 하느님의 산 호렙으로 갔을 때
떨기나무 한 가운데로부터 솟아오르는 불길 속에 나타난
주님의 천사였습니다.

“모세야, 모세야!”

“예, 여기 있습니다.”

모세의 눈과 귀는
고독과 침묵 속에 하느님을 향해 활짝 깨어 열려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주님께서 부르실 때 이렇게 모세처럼 즉각 대답할 수 있겠는지요.
 
내 삶의 자리가 바로
신을 벗어야 할
주님을 만나는 거룩한 땅 하느님의 산 호렙입니다.
 
회개로 깨끗해진 영혼들에게 나타나는 주님이십니다.
 
주님을 만나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라는 사명을 부여 받은 모세는
비로소 참 자기를 발견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아무리 물어도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모세처럼 ‘있는 나’이신 주님을 만나
내 사명을 깨달을 때 비로소 자각되는 참 나의 존재입니다.
 
회개로 깨끗해진 영혼만이 주님을 만날 수 있고,
주님을 만나 사명을 인식할 때 참 나를 알 수 있으니
바로 이게 구원입니다.
 
내 삶의 중심이자 내 생명, 내 영혼인 주님을 만나지 않고
참 나를 알 길은 없습니다.


겸손한 사람이 되십시오.

겸손한 사람이 아름다운 참 보물입니다.
 
모든 덕의 어머니가 겸손의 덕입니다.
 
악마도 겸손한 사람은 유혹하지 못합니다.
 
회개의 진정한 열매가 겸손이요,
회개의 진정성을,
영성의 진위를 판가름하는 잣대 역시 겸손입니다.
 
세상에 모세보다 겸손한 사람이 없었다 하지 않습니까?
 
끊임없는 회개로 하느님께 가까워질수록 겸손입니다.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이 겸손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불평불만으로 공동체의 분열을 조장하지도 않고
투덜거림도 없습니다.
 
분도 성인이 가장 싫어한 것도 투덜거림의 불평이었습니다.
 
사도 바오로 역시
우리 모두에게 투덜거리는 불평을 일소하라고 단호히 말씀하십니다.

“그들 가운데 어떤 자들이 투덜거린 것처럼
  여러분은 투덜거리지 마십시오.
  그들은 파괴자의 손에 죽었습니다.”

진정 남 말하지 않는 자가,
투덜거리며 불평하지 않는 자가 좋은 사람입니다.
 
불평할수록 삶은 오그라들고 쬬그라들어
참 기쁨, 참 행복도 없습니다.
 
새삼 행복은 선택임을 깨닫습니다.
 
불평불만을 선택하면 불행이요
하느님 찬미와 감사를 선택하면 행복입니다.
 
끊임없는 회개의 열매가,
끊임없는 찬미와 감사의 열매가 겸손입니다.

“그러므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서 있다고 교만할 때 즉시 넘어집니다.
 
늘 조심하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겸손한 사람만이
교만의 유혹에 빠지지 않습니다.
 
참 보물 사람들 있어야 비로소 부자 공동체입니다.
 
건물은 돈 주고 지을 수 있고 살 수 있어도
참 좋은 사람들은 거액을 주고도 살 수 없습니다.
 
사실 공동체 형제들 잘 들여다보면
모두가 하느님께서 보내 주신 유일무이한 참 보물들입니다.
 
이런 자각에 투철한 이들은 언제나 자기수련에 충실합니다.
 
끊임없이 회개하십시오.

늘 주님을 만나기를 갈망하십시오.
겸손한 사람이 되십시오.

이런 노력에 항구할 때
비로소 참 보물,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한 우리를 만나주시어
참 나를 발견케 하시고
참 좋은 겸손한 사람으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그분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마라.”(시편103,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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