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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회개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07 조회수552 추천수4 반대(0) 신고

 

“내가 삼 년째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네.

그러니 이것을 잘라 버리게.”

 

무화과 나무가 잘려질 위험에 처한 이유는 열매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탓은 나무에게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은 그 무화과나무와 한 몸이라고 할 수 있는 포도원지기에게 탓이 있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

 

무화과 나무가 열매맺지 못한 것은 나무 자체의 결함에도 있었지만,

보다 실제적인 결함은 그 나무도 돌볼 책임이 있는 포도원지기에게 있었던 것이다.

 

더 큰 잘못, 더 큰 죄인이어서 망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씀하셨다.

구나 결함이 있고 죄를 짓거나 잘못을 할 수도 있으니,

문제는 그것을 알고 고치는 것이라고 하신다.

 

“그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또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무화과 나무가 열매맺지 못한 것은 나무 자체의 탓도 있지만,

“포도원에 심겨진 무화과 나무 한 그루”인 탓도 있다.

 

글자 그대로, 포도밭에 달랑 무화과 나무 한 그루가 심겨진 탓도 있는 것이다.

포도원지기는 한 그루의 무화과 나무보다

수 없이 더 많은 다른 과수 나무(포도나무)에 더 큰 정성을 들일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있었다.

무화과 나무는 자신이 돌볼 나무가 아니라고 생각한 탓도 있는 것이다.

무화과 나무가 심겨진 땅은 자기 땅이 아니라고 생각한 탓이기도 한 것이다.

 

여기에 회개의 출발점, 시작점이 발견된다.

그 땅도 내 땅인데 지금까지 돌보던 나무와 너무나 다른 나무,

딸랑 하나만 덩그렇게 놓인 그것이 하찮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무화과 나무가 심겨진 땅도 사실은 내 땅인데,

그 나무가 심겨진 땅 만큼은 내 것이 아니라고 마음 속에서 버린 것이다.

 

그동안 바라 보던 시각을 바꾸는 데서,

나 자신에게 뭔가 이질적인 것이 있음을 알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개혁하려는 데에서 회개가 시작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무화과 나무도 자신의 나무요,

그래서 다른 모든 포도나무들처럼

제 몸처럼 소중한 소출을 내는 것임을 자각하는 데에서 회개가 시작되었다.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무화과 나무가 심겨진 땅은 돌보지 않았다는 자각,

그 나무를 돌보는 것은 내 소임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자각,

거기서부터 회개가 시작되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예수님은 우리가 당신과 한 몸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15,5)

 

바오로 사도는 거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의 지체는 많지만 모두 한 몸인 것처럼,

그리스도께서도 그러하십니다. …

발이 ‘나는 손이 아니니 몸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해서, 몸에 속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또 귀가 ‘나는 눈이 아니니 몸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해서, 몸에 속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1코린 12,15-16)

 

부족한 것도,

못난 것도,

어리석은 것도,

거짓된 것도,

나쁜 것도,

병든 것도,

모든 나쁜 것도 모든 좋은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있는 것이라면 그것도 내 것이라는 자각,

내가 가진 모든 좋은 것과 더불어 나쁜 것마저도 결국 내 것이라는 자각에서 회개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

우리의 그 못된 죄들을 없애버리기 위해,

그 모든 나쁜 것들을 당신 어깨의 십자가에 올려놓고 힘들게 지고 가셔서

당신 몸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아 버리셨다.

 

“오, 주님 그렇게 당신은 저의 모든 죄를 위해서 돌아가셨습니다.

당신은 세상 모든 사람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저를 위해서 십자가에 돌아가셨고,

보다 더 분명하게도 바로 저 자신을 위해, 오직 저 하나를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이 무슨 황송한 일이 다 있습니까!

이렇게 못나고 어리석고 괴팍하고 고집세고 미련한 저를 위해서 돌아가셨고,

그런 저를 당신과 한 몸이라고 여기시다니 참으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동안 저의 이 모든 못나고 어리석고 괴팍하고 고집세고 미련한 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병든 저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잘 생긴 나, 똑똑한 나, 능력있는 나, 건강한 나만 참된 나라고 받아들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제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저에게 참된 회개가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주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 모든 허물, 결점, 병과 죄까지도 모두 제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뉘우칩니다.

나쁜 것도 제 것임을 인정합니다.

저에겐 좋은 점만 있어야 한다고 교만부리던 것을 뉘우칩니다.

저에게 닥친 모든 불행도, 병까지도 온전히 제것임을 인정합니다.

그러니 주님, 이제 저를 고쳐주십시오.

당신 손으로 제 마음 밭의 흙을 곡괭이로 찍고, 돌을 골라내고, 거름을 주십시오.

썩어서 냄새나는 그 거름이 결국 저에겐 신비로운 영약이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해 주십시오.

주님, 그렇게 해서 저는 더욱 더 당신과 한 몸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며,

그 때문에 기뻐할 수 있게 될 것을 희망합니다.

주님, 저를 조금씩 조금씩 고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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