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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의 원형을 그리워하는 유행가>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06 조회수400 추천수3 반대(0) 신고
 

<사랑의 원형을 그리워하는 유행가>


그레고리안 성가라는 게 있다.

악보가 콩나물 대가리 모양이 아니라

성냥 곽 모양 네모꼴이다.

한 음으로만 되어 있어서 화음 내기는

반주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

들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속세의 소란스러움과 욕망을

초극한 듯한 소리다.


그런 성가만 부르던 내가

수도회에서 쫓겨난 다음

동창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유행가를 부르려 하면

좀체 박자가 맞지 않고

가락에 맵시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세월이 십 년 쯤 흐르니

귀에 조금씩 익기 시작하고

유행가의 사랑타령이 애틋한 감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유행가가 노래하는 그런 사랑이 

정말 있는 줄로 상상하기도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과 같은

영화에서 묘사하는 그런 사랑이

정말 있는 줄로 상상하기도 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서로 사랑한다면서

결혼을 하기도 한다.

사랑하면 그 결실로 생명이 태어난다.

설혹 아기를 낳지 못해도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행위는

생명의 나눔과 바침이요

그 자체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다. 

그러니 남녀사랑은 거룩하다. 결혼은 거룩하다.

사랑 말고 다른 조건이 끼어들면 불순해진다.

유행가는 그런 무구하고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는 것 같다.

그런 사랑을 하라고 호소하는 것 같다.


남자와 여자는 만나서 서로 사랑한다면서

입 맞추고 서로 껴안고 한 몸이 된다.

환희의 절정을 느끼는 순간

두 사람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곧 바로 자기들이 하나가 아니고

엄연한 둘임을 확인한다.

격렬했던 그 순간이 모든 것을 나누고

목숨까지 바쳐야 하는 사랑의 출발점일 따름임을 확인한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한 몸 되는 순간만이 아니라

노동을 하여 의식주를 해결하고

다른 모든 사람을 자기네 자신처럼 아끼고 섬기면서

살아감으로써 그 사랑을 증명해 보이는

힘겨운 삶의 여정에서 그 참됨이 확인된다.


여자와 남자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사람으로서, 인격체로서 존중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것이 사랑의 알맹이다.

환희의 절정도 그 사랑의 절정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모든 남자와 모든 여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데서 그 절정에 다다른다.

모든 사람의 인권, 자연의 권리를 준중하지 않으면

자기 여자, 자기 남자의 인권도 존중할 수 없다.

따라서 사랑은 사람사랑, 자연사랑이 그 핵심이다.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듯,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듯

사람과 자연이 그런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사람다운 사랑과 삶의 당위다.

그런 사랑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고 바치는 것이

참사랑의 극치다.


(낱말 몇 개로 사랑의 높이, 깊이, 넓이를

가늠하려 하다니, 가소롭지요?

사랑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느끼고 살아낼 수 있을 따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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