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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떤 밭주인이'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05 조회수503 추천수2 반대(0) 신고
<어떤 밭주인이>(마태21,33-46)

       -유광수 신부-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 내셨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 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느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겨났다. 그 빛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느님께서는 빛과 어둠을 나누시고 빛을 낮이라,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이렇게 첫날이 밤, 낮 하루가 지났다.


하느님께서 "땅에서 푸른 움이 돋아나거라! 땅 위에 낟알을 내는 풀과 씨 있는 온갖 과일나무가 돋아나거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이리하여 땅에는 푸른 움이 돋아났다. 낟알을 내는 온갖 풀과 씨 있는 온갖 과일 나무가 돋아났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 하느님께서 "바다에는 고기가 생겨 우글거리고 땅 위 하늘 창공 아래에는 새들이 생겨 날아 다녀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이리하여 하느님께서는 큰 물고기와 물 속에서 우글거리는 온갖 고기와 날아다니는 온갖 새들을 지어 내셨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 또 집짐승과 모든 들짐승과 땅 위를 기어다니는 모든 길짐승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고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 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 이렇게 만드신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1장 참조)

 

하느님은 모든 것을 만드시고 그 모든 것을 다스릴 인간을 만드시어 그들에게 맡기셨다. 그리고 "이렛날에는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새로 지으시고 이렛날에는 쉬시고 이 날을 거룩한 날로 정하시어 복을 주셨다."(창세2,1-4)

 

오늘 복음에서 "어떤 밭주인이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라고 하셨다. 마치 창조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다. 창조 때에 모든 것을 다 만드시고 마지막 날에 인간을 만드시어 인간에게 그것을 주시며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 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고 하셨듯이 포도 밭 주인이 정성껏 만들어서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포도 밭 주인은 소작인들이 잘 가꾸기만 하면 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 만들어 주셨다. 주인은 소작인들에게 맡기기 전에 먼저 포도밭을 일구었고, 포도나무를 심었고, 도둑이나 짐승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둘러쳐서 보호하였고 또 망을 볼 수 있도록 탑을 세워두었다. 소작인들은 다만 열심히 가꾸기만 하면 된다.

 

소작인들은 주인의 몫만 내 놓고 나머지는 자기들 몫이니까 자기들이 필요한 대로 사용하면 된다. 그러면 자기들도 행복하고 주인 또한 기쁜 일이다. 주인의 기쁨은 소작인들이 열심히 일해서 그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주인은 그런 의도로 포도밭을 만들어서 소작인들에게 맡기었다. 처음에 소작인들은 자기들에게 포도밭을 맡긴 주인에게 감사하고 고마워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자기들을 그 포도밭의 일꾼으로 뽑아준 것에 대해 감사했을 것이고 또 자기들이 먹고사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정말로 감사했을 것이다. 이러한 본래의 의도를 잊지 않고 살아갔다면 포도밭은 더욱 많은 소출을 내고 주인과 소작인들과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지고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소작인들은 포도 밭 주인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자기들이 소작인들이라는 것을 잊어 버렸다. 자기들의 것이 아닌데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였다. 그래서 포도 밭 주인이 보낸 종들을 매질하고 죽였다. 마침내는 주인의 아들마저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 버렸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졌다. 소작인들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작인들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버렸다. 그렇다고 포도밭 주인이 소작인들에 섭섭하게 한일도 없었고 잘못한 일도 없었다. 주인은 포도밭을 정성껏 만들어서 소작인들이 잘 먹고 행복하게 살도록 해준 것밖에 없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나 엉뚱하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원인이 무엇인가? 그 원인을 복음은 이렇게 적었다.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포도밭이 자기들의 것이 아닌데 자기들의 것으로 갖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본래 자기들 것이 아닌데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니까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력이 동원되고 결과는 살인까지 저지른 것이다. 자기 것이 아닌데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그 욕심이 결과적으로 화를 자초했다.


주인은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물었다.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없이 없애버리고, 제 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라고 대답한 대로 그들을 내 쫓으시고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 맡기셨다.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에와의 불행도 "따먹지 말라"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과일 나무를 따먹음으로 해서 시작되었다. 하느님은 분명히 따먹지 말라고 했는데 그들이 왜 따먹었는가? "여자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과연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 줄 것 같아서 그 열매를 따 먹고 같이 사는 남편에게도 따 주었다."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될 것" 같은 욕심에서 따먹었다. 인간의 불행은 항상 욕심에서 시작된다.

 

하느님은 오늘도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창조 사업을 계속하신다. 아침에 태양이 떠오르게 하시고 밤과 낮을 갈라 새 날을 시작하시고 포도밭에서 일할 수 있는 건강과 함께 일할 동료들을 보내 주신다. 잘 자랄 수 있도록 비를 내려주시고 빛을 비춰 주신다. 울타리를 쳐서 보호해주시고 양심이라는 망대를 세워주시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만들어 나에게 맡기신다. 양심에 따라 열심히 일하면 얼마든지 내가 먹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축복해주신다.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리며 양심이라는 잣대에 따라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생활한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신다. 오늘날 우리가 불행한 것은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으로 만들려고 양심에 어긋나는 불법을 저지르고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야훼님 것이로다, 땅이며 그 안에 가득 찬 것이, 온 누리와 거기 있는 그 모든 것이"
(시편 23,1)라고 노래하였듯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야훼 하느님의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리고 모든 것은 다시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욕심부릴 것도 없고 폭력과 살인을 저지르지 않아도 될 것인데 자기의 분수를 모르고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산다.

 

 "숨쉬는 것 모두 다 주님을 찬미하라"고 하였듯이 주님을 찬미하는 삶이 우리 본래의 모습인 것을 알고 주님을 찬미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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