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과정에 충실한 삶" - 3.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03 조회수407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3.3 사순 제2주간 수요일
                                                    
예레18,18-20 마태20,17-28

                                                  
 
 
 
 
 
"과정에 충실한 삶"
 
 
 


직장 상사로 있을 때
다음 같이 부하들을 다그쳤던
자신의 무모함을 반성한 어느 분의 고백에 공감했습니다.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되는 건 학생(아마추어)이다.
  여기는 학교가 아니다.
  직장인(프로)에게 최선은 필요없다.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원래 부하는 결과를,
상사는 과정을 살펴야 하는 법인데
자신은 이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밴쿠버 겨울 올림픽에서 미국과 한국의 메달 집계 과정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미국 언론의 메달 집계는
말 그대로 메달 개수를 합치나 한국은 금, 은, 동 순입니다.
 
미국 신문을 보면 올림픽 종합순위가
미국(메달37개)-독일(30개)-캐나다(26개) 순인데,
한국 신문을 보면 캐나다(금14개)-독일(금10개)-미국(금9개)순입니다.
 
한국 순위도 한국 언론에선 5위, 미국 언론에선 7위입니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는 아예 나라별 순위를 매기지 않습니다.
 
바로 1등의 금메달 결과만 중시하는 한국의 풍토를 반영합니다.
반면 금메달의 결과만 아닌
은, 동 메달 모두의 과정을 중시하는 미국입니다.

과정이냐 결과냐,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과정을 존중하고 대우해주는
교육이, 사회가, 나라가 좋은 것입니다.
 
사실 모두가 금메달을 딸 수 없고
모두가 1등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금메달은 딸 수 없는,
그 한계를 고백한 어느 선수의 고백도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안 되는 것을 도전하는 게 슬펐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생존경쟁의 현장에서 이런 좌절과 슬픔을 겪겠는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에 충실 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진인사대천명의 겸손한 자세가 믿는 이들의 자세입니다.
 
아름답고도 숭고한 참 사람의 자세입니다.
 
하느님은 결과를 보시는 게 아니라
분명 이런 과정의 아름다움을 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자신의 나라에서
자신의 양 옆에 두 아들을 앉게 해 달라는,
결과를 보장 받고자 하는 두 아들의 어머니의 청을 듣자
이들에게 과정에 충실할 수 있는 가 묻습니다.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대답에,

“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 갈 것이다.”

결과의 영역은 아버지 마음에 달린 것이니
너희들은 주님의 잔을 마시는 과정에만 충실 하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그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긴 나머지
제자들에게 과정에 충실한 삶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 줍니다.
 
결코 백성위에 군림하는 통치자나
백성에게 세도를 부리는 고관들처럼 되어선 안 되고,
주님처럼 철저히 섬김과 종의 영성을 살면서
과정에 충실 하라 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목숨을 바치러 왔다.”

1등의 금메달의 결과만 선호하는
오늘 날의 가치관과는 정반대인
섬김과 종의 과정에 충실한 복음적 가치관이요
이런 가치관을 살려고 노력하는 우리 수도공동체입니다.
 
경쟁이 있다면 서로 낮아져
종 되어 섬기기 위한 경쟁에 있을 뿐이니
진정 복음적 공동체입니다.

결과에 유혹되지 않고
이런 과정에 충실한 것이 진정 믿음입니다.
 
하느님 믿음이 참으로 좋아야
주변의 온갖 무지와 오해, 중상, 모략에 흔들리지 않고
과정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복음의 예수님과
독서의 예언자 예레미야 가 그 좋은 모범입니다.
예수님의 제자공동체,
정말 동상이몽의 오합지졸 공동체입니다.
 
주님의 수난예고에
곧장 자리 보장을 위한 경쟁이 시작되는 완전 불통의 공동체입니다.
 
제자들의 이해와 위로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예수님은 참으로 고독하고 외로웠을 것입니다.
 
결국 찾아 호소할 분은 하느님 아버지뿐임을 절감했을 것이며
예수님은 기도 중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힘으로
끝까지 과정에 충실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예언자 예레미야 역시
반대자들의 음모와 모략, 불통의 사면초가의
힘들고 답답한 상황에서 주님을 찾아 기도합니다.
 
“제가 당신 앞에 서서 그들을 위해 복을 빌어 주고,
  당신의 분노를 그들에게서 돌리려 했던 일을 기억하소서.”

예수님이나 예언자 예레미야,
하느님의 힘, 기도의 힘으로 온갖 곤경을 이겨내고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을 실천하며 끝까지 삶의 과정에 충실 했습니다.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섬기러 오시는 주님은
우리 역시 당신을 닮아 섬김과 종의 영성을 충실히 살게 하십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