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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14 조회수632 추천수12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제 6 주일 -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제가 수원 신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가난에 대한 학술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신부님들이 가난에 대해 성서적 영성적 견지에서 학술적인 내용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예상대로 한 신자가 일어나서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가난이 그렇게 중요한데 신부님들은 가난하게 삽니까?

그 신자 분은 애써 정중한 표정으로 그 질문을 하였지만 그 표정과 억양은 이미 ‘아니다.’라는 답을 깔고 있었습니다.

발표를 하였던 신부님들은 단상에서 서로 누구든 대답을 하라는 듯이 머뭇거리셨습니다. 유학 시절 가난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 하셨던 분외에는 사제들이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고 누구도 대답하시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그 때가 신학생 때였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가난하게 살아야지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신부가 되고나니 내가 원하지 않아도 워낙 신자들이 잘들 해 주기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주는 것을 받지 않으려니 받는 것도 사랑이라 하면서 거절만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풍요를 누리면서도 마음은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양심의 가책으로 편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내 의지만 굳건하다면 가난하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가난하게 된다고 해도 매월 돈이 나오고 먹고 입고 자고 치료할 걱정 없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가난과는 거리가 먼 대우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한 번은 매스컴을 타고 한 신부님의 갑작스런 죽음이 세상 사람들을 감동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탄 학생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신부님을 치어 사망하게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신부님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물건을 정리하다보니 재산이라고는 낡은 라디오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통장에도 작은 돈이 있었는데 그것은 강의 비를 안 받으려다 억지로 받아 학생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모아놓은 돈이란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분의 재산은 하나도 없었던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사제의 그런 가난한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왜일까요? 가난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부자이기를 원하는데 그 분은 거꾸로 사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누구도 돈에 초월해 살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는데 그 분은 그런 삶을 사셨기에 우리를 고개 숙이게 만든 것입니다.

저는 이런 분이 계신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분처럼 가난하지 못한 것이 내심 부끄러웠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이해하기 힘든 말입니다. 만약 그것이 행복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힘겹게 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루카복음은 가난만이 아니고, 슬퍼하고 박해 받고 미움 받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한 번은 점심을 먹으면서 한 아프리카 신부님께 복음 말씀을 이야기 해 주고 정말 가난하면 행복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가난은 악입니다."

저는 그런 말 나올 줄 알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난의 아픔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자신이 아는 누가 굶어 죽거나 약이 없어 죽거나 내전으로 사망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서도 사실 세상 사람들은 사제나 수도자들은 가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못하면 질타를 가합니다.

 

현 교황님이 선출된 직후 언론에서 그 분은 프라다를 애용하시는 분이라고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 분은 프라다와 같은 신발을 신고 계셨었습니다. 사실은 프라다는 아니었고 아시는 분이 자신이 만들어 선물해 준 것이라 합니다.

어쨌건 얼마 뒤엔 이런 제목의 영화가 나왔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교황님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교황님도 조금 찔리기는 하셨을 것입니다.

신자들은 비싼 선물을 하면서도 그리스도의 제자라고 하는 사람들이면 가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느님나라는 세상과는 상관없다는 증거를 성직자나 수도자들에게서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세상 사람들도 비록 부를 추구하면서도 가난이 진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제가 좋은 차를 몰고 다니고 비싼 옷을 입고 다니고 통장에 많은 액수의 돈을 지니고 있다면 사제 자신도, 신자들도 그것이 옳지 않은 것임을 압니다. 그러나 신자들도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씀을 지키지 못하는 것처럼 사제들도 그것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라면 하느님나라가 최고의 가치라고 믿고 모든 것을 버린 사람들이고 그렇다면 다른 것들에 집착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돈을 모은다는 것은 하느님의 섭리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부자가 하느님나라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는데 예수님의 삶은 물론 그런 말씀까지도 믿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게 되는 것입니다. 성직자들은 가난서원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돈을 많이 가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삶을 사셨던 그리스도를 스승으로 삼는 사람들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바오로는 신자들에게 신세지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일해서 자신이 벌어먹으며 전교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마십시오." 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실 수 있었습니다. 만약 게으르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언가를 원하기만 하는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프란치스코는 어떻습니까? 가난이 참 행복이 아니었다면 왜 부잣집에서 뛰쳐나와 평생 거지로 살아가야 했겠습니까? 그는 하느님나라가 세상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평화와 기쁨임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어떤 부자가 프란치스코가 느꼈던 그 자유와 평화를 단 한 순간이라도 느껴볼 수 있었겠습니까?

 

오늘 복음은,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굶주린 사람은 행복하다, 우는 사람은 행복하다, 모욕 당하고 중상 당하면 행복하다”라고 증언합니다.

정말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과는 반대의 말씀입니다. 또 루카는 불행한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사람들! 불행하여라, 너희 지금 배부른 사람들! 불행하여라, 지금 웃는 사람들!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하면, 너희는 불행하다!”

정말 이해 할 수 없는 이런 예수님의 말씀은 사실 아주 쉽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누구를 사랑하여서 그 사람을 위해 가난해지고 박해 받고 모욕 받으면 상대가 그 사랑을 알고 나를 사랑하여 행복할 것이고, 만약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부나 인기, 만족만을 채우려는 사람은 상대의 사랑을 잃어서 불행해지는 것입니다.

행복은 주님으로부터만 오기 때문에 주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서 당연히 그리스도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우리도 이 세상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당신의 뜻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모욕 받고 박해 받고 고통 받았던 예수님을 하늘에 올려 당신 우편에 앉히신 것처럼, 당신 뜻을 위해 그리스도와 함께 보이지 않게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수난을 하셨던 성모님을 하늘에 올려 천상 모후의 관을 씌어주시는 것처럼, 하느님을 위해 이 세상에서 가난해지는 사람은 하늘나라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 신비를 먼저 사는 사람들이 사제나 수도자가 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누구든지 이 진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옆에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데 자신만 부자로 배를 두드리고 있다면 결국 그것 때문에 하느님의 사랑이 감소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있는 것을 쏟아 부어야 채울 수 있습니다. 믿으면 실천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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