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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세상에 꼭 필요한 양식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13 조회수732 추천수18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5주간 토요일 - 세상에 꼭 필요한 양식

 


 

 

연 루치아는 제가 보좌를 하던 본당의 예쁜 고 3학생이었습니다. 고해소에서 미사 전 고해를 듣다보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CD를 틀어놓은 듯한 예쁜 성가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 한 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성가 연습을 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성악을 전공하기 위해 서울 부근의 한 대학에 진학한 루치아는 청년 성가대를 하였고 술자리가 있으면 너무 늦기 전에 가장 먼저 집에 들어가는 착한 학생이었습니다.

제가 유학을 로마로 나왔을 무렵 청년들과 본당 신자 분들이 루치아가 청년 성가연습을 하러 나간다고 하고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성가 연습을 나오기 위해 버스를 타야 했는데 버스를 놓쳤다고 합니다. 한 아주머니와 둘이 기다리다 아주머니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로 루치아는 2년 동안이나 실종된 상태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조차도 희망이 줄어들고 가끔 생각 날 때나 기도를 해 주던 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왔습니다. 루치아가 온 국민을 경악케 한 연쇄 살인 사건의 한 피해자로서 유골을 찾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얼마 전엔 한 분이 저에게 더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루치아가 살인범이 죽이기 전에 고민했던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착하고 깨끗하고 예뻐서 한 시간정도를 차에 태우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자신의 얼굴과 일을 알고 있는 루치아를 살려둘 수 없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장례식에서 루치아의 어머니는 자신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이젠 괜찮아요. 아마 실종되었을 때 바로 딸의 시신을 찾았으면 미쳐버렸을 거예요. 지금은 하느님께 감사해요. 2년이란 시간을 주셔서 저에게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셨으니까요.”

아버님은 루치아의 홈피에 이런 글을 남기셨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길을 끝내 가고야 말았어. 살아서 돌아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하느님이 너무 사랑하셔서 예수님의 수난처럼 그렇게 처참하게 데려가셨을까? ...”

그리고는 보상을 안 받기로 하시고 그 이유를 이렇게 적으셨습니다.

“우리아이의 죽음은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하느님께서 깨우쳐 주신 거라고 생각되기에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이런 불행한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고자 합니다.”

이런 부모님의 신앙은 인터넷 등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사람들은 믿음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든 커다란 가르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허기에 지친 4천명의 군중을 배불리 먹이십니다. 그 발단은 제자들이 봉헌한 빵 7개와 물고기 몇 마리였습니다. 예수님은 그것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십니다. 그리고는 수천 명이 배불리 먹고도 일곱 광주리나 남게 되었습니다.

루치아의 희생이 마치 봉헌된 빵처럼 여겨지고 부모님들이 마치 예수님처럼 그렇게 하느님께 감사히 봉헌하시는 모습 같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의 지향대로 루치아의 희생은 많은 이들이 죄를 덜 짓게 하고 우리나라에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하는데 쓰일 것이 분명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지향대로 봉헌한 루치아의 희생을 양식으로 삼게 될 것입니다.

 

아주 조금만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감사보다는 불평만 할 줄 아는 저의 모습을 반성하며 작은 희생을 감사의 마음으로 봉헌하면 얼마나 큰 은총이 많은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묵상하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은 수많은 배고픈 군중에 비해 아주 소량의 빵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십니다. 이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신 것처럼 예수님도 아버지께 봉헌된 삶을 살았습니다. 봉헌이란 자기 자신을 버리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봉헌된 그리스도의 몸은 지금 우리에게 매 미사 때 생명의 양식으로 돌아옵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셨던 이태석 요한 신부님이 갑작스런 말기 암 판정을 받으시고 얼마 되지 않아 2010년 1월 14일 돌아가셨습니다. 하루에도 200명이 넘는 환자를 보살펴야 했지만 정작 당신 자신은 보살피지 못하셨나봅니다. 그러나 그 분의 짧은 생애도 그 분이 활동하시는 수단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매스컴을 통해 방영이 되었고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큰 감동을 남겼습니다.

자녀를 훌륭히 키우기 위해 우리나라만큼 정성을 쏟아 붓는 나라가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거나, 세상의 양식이 되는 길은 보잘 것 없는 나를 봉헌하는 길 외에는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러주십니다. 하느님께서 내 자신의 작은 봉헌으로 많은 사람을 배부르게 할 양식으로 만들어 주십니다.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란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버리고 아버지께 봉헌하는 사람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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