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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27일 야곱의 우물- 마태5,43-48 묵상/ 흑과 백 너머에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27 조회수440 추천수3 반대(0) 신고
흑과 백 너머에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3“‘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 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44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45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신다. 46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 47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 48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흑과 백은 분명한 색이다. 서로 섞이기 어렵다. 젊었을 때는 생각이 분명해서 흑과 백으로 나누었다. 그래서 ‘칼’ 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세상은 흑백으로 구분될 수 없는 수많은 중간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꽤 시간이 지나서였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일 과거사 문제해결운동에 참여하면서 한국은 피해국, 일본은 가해국이라고 분명하게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가해와 피해라는 분명한 도식이 성립될 수 없는 회색 지점이 있음을 깨달았다.

일본 강점기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인 일본 관동군 출신이었던 일본인 이케다 고이치 씨와 조선인 BC급 전범인 이학래 씨를 만나면서 내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이 두 사람 모두 80을 훌쩍 넘겨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백발의 노신사들이다. 한 사람은 일본 강점기 전쟁을 수행한 일본군으로 종전이 되자 하루아침에 구 소련군에 의해 하루 10여 시간 이상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전쟁 피해자다. 또 한 사람, 조선 사람인 그는 일본군으로 자원해 연합군 포로수용소에서 포로감시원 업무를 했다는 이유로 BC급 전범으로 몰려 교수형 판결을 받았다. 조국에서는 죄인, 일본에서는 외국인으로 차별당한 피해자였다.

이 두 사람은 바로 흑과 백 너머에 서 있다. 이제 그들은 적이 아니라 동지다. 한일 과거사를 해결하는 데 국가를 뛰어넘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전쟁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그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무엇이 원수 되게 하는지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양미강 목사(한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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