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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78)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25 조회수600 추천수0 반대(0) 신고
2010년2월25일 사순 제1주간 목요일 - 에스테르기4,17.(12). 17(14)-17(16).17(23)-17(25). 마태오7,7-12. -
 
(478)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이순의
 
 
봄을 재촉하는 비가 참 평화롭고 기분 좋게 오신다. 아마도 날씨가 차다면 눈(雪)으로 오실 테지만 비 오시는 걸 보니 많이 풀리기는 풀렸나보다. 아직 산으로 가야할 날은 멀리 있지만 마음은 벌써 바쁘게 움직인다. 겨우 내내 덮었던 이부자리도 힘들지 않게 하나씩 하나씩 빨아 둬야 하고, 섬에 집에도 가서 둘러보고 청소도 해야 하고, 지난여름 내내 여주인 없는 집의 베란다에서는 된장 간장 고추장이 운 떨어져 맛을 잃고 있었으니........ 정월도 되었고, 갈라서 운 돌아오게 손질도 해 둬야 하고, 아! 진짜 할 일은 머릿속 가득이고, 마음은 바쁜데 육신만 게으르다. 그래도 봄비 맞으니 육신도 근질근질 한가보다. 찌뿌듯하고, 무겁고, 가렵고, 히~!  참!
 
사순시기의 실천덕목 중에 음식을 절제하고 운동을 한다하였다. 사실 사순시기가 아니라도 산에서 과격한 몸동작을 하다가 내려오면 육신이 만근에 가깝게 느껴진다. 달리기 선수가 달리기를 멈춘 피로감처럼 잠이 쏟아지는가하면, 숨이 가프고, 정신까지 먹먹하다. 그래서 혼자서 스트레칭 삼아서 땀이 뻘뻘뻘 나게 운동을 한다. 너른 산야를 헤매고 다닌 열량만큼이야 소모되겠는가마는 그래도 열심히 한다. 그러다가 김장철 장사에 지친 짝꿍이 업무부탁을 하면 거기에 정신도 마음도 모두 뺏기게 되고, 운동이라는 명제가 희미해지게 된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온 후유증에 많은 고생을 한다. 그 운동을 소명처럼 하라고 가족들의 지천이 커지지만 그것도 나의 태도에 따라 가족들도 느슨해지고야 만다.
 
그 운동의 결여는 봄에 산에 가서도 후유증을 겪는다. 가만히 앉아만 있던 사람이 갑자기 단거리 달리기 시합에 말려든 것 같은 육신의 압박을 받는다. 그래도 4년이 되고 보니 몸이 알아서 적응하기도 한다. 점점 해가 더해질수록 신체리듬이 봄과 가을을 기억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처음에 가던 해에는 얼굴이 퉁퉁 부었었고, 처음 오던 해에도 환자처럼 부종이 심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나마 라도 스트레칭을 좀 해 준 탓인지는 몰라도 그렇게까지 부어오르지는 않는다. 그래도 운동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게 그렇게 실행이 안 되어서 건강염려증을 앓기도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있는데 나 혼자 몸부림할 것이 아니라 짝꿍을 동무 삼으면 좋을지 싶었다. 온갖 수단과 꼬드김을 동원해서 하자고 하자고 하자고 제발 하자고 통사정을 하였다. 처음으로 따라서 한 것이 10분이었다. 딱 10분이 지나서! 겨우 숨쉬기운동으로 몸의 신경들을 일으켜 주었는데! 어이구! 그새 다 했다고 드러누워 버렸다. 못해도 20분은 해야 하고 30분정도는 해야 땀이 좀 날 텐데 땀도 났다하고, 근육도 풀어졌다하고, 그만해도 된단다. 흥이 돋을 만하여 운동 좀 하려나 했더니 그만이란다. 짝꿍을 끌어들이려고 잡아당기다가 꼬드기다가....... 숨 준비를 해둔 운동도 다 식고, 기운도 다 빠지고, 기분도 몽땅 망가져서 그냥 멈춰버렸다. 그런데 짝꿍이 하는 말은 헬스클럽에 등록해서 다니란다. 자기를 귀찮게 하지 말고 클럽에 등록을 해 놓으면 심심하지도 않고 좋은데 왜 귀찮게 하느냐는 것이다.
 
짝꿍이 내 마음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닌지는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말이 너무 섭섭하게 들렸다. 사람이 본심을 잃으면 죽는다는 우리네 속담이 있지를 않은가?! 가위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서 머리자르던 일을 그만 둔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미장원에 가서 큰 거울 앞에 앉아 남의 손에서 머리 자른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야속한 짝꿍을 향해 그만 소리를 꽥 지르고 말았다.
<헬스클럽 안가고 그 돈으로 고기 사 먹을라 그런다. 미장원가서 머리 자를 돈 아껴서 스케치북 사다가 당신새끼 학습지 만들어줬잖아?! 당신새끼 고기 사 먹일라고 그런다. 돈 안들이고 같이 운동하자는데 그게 말이라고 해? 남들은 부부가 손 꼭 잡고 석촌 호수를 도는 사람도 있고, 양재 천에 가는 사람도 있고, 별 사람 다 있는데 언제부터 헬스클럽 타령이야? 당신이 개구리야? 올챙이시절을 벌써 까먹게? 당신이 그렇게 부자야? 그렇게 부자면 나 돈 좀 줘봐?> 
 
짝꿍은 한마디만 했는데 나는 아예 소설을 썼다.  짝꿍도 미안했는지 내일은 꼭 같이 해 준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어 짝꿍은 변심을 하고야 말았다. 마누라가 방에서 하는 운동이 운동같지 않게 보였던가보다.
<어제 한 운동 때문에 뒷다리가 땡기고, 등가죽에 경련이 일어나고, 나는 도저히 못해. 그거 운동 되네. 암것두 아니라고 생각해서 헬스클럽 가라고 했는데, 이야! 그거 운동 되네. 앞으로는 절대로 헬스클럽 가라고 안 할테니까 자네나 열심히 해. 진짜로 방에서 꼼지락거리는 게 운동 같지 않아서 해 본 소리니까 잊어버리고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구. 뒷다리 땡기는거 풀어지면 동무해 줄께.> 
그러면 그렇지! 그런 섭섭함으로 결국 하던 운동도 하기가 싫어졌다. 그리고 하지 않았다. 사람의 육신이라는 것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먹어야 산다. 그런데 산에서 일을 해 보면 아무리 먹어도 그 열량이 다 소모되고도 모자란다. 문제는 집에 와서 성당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큰 열량을 소비할 일거리도 없지만, 마음도 그렇게 열성을 다하지 않는다. 둥지라는 안도감일 것이다. 반면에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독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게 된다.
 
태생이 건강하지 못했으니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 어머니 아버지께서 나를 이만큼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던가?! 얼마나 어머니 아버지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가?! 좋은 부모님을 만나서 건강해지고, 짝꿍도 있고, 아들도 있다. 그 행복을 주셨음에 감사하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데 매번 그 절명했던 시절들은 기억에서 멀어지고 운동을 했다가 말았다가 변덕스런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내 의지가 아니라 짝꿍의 의지를 탓하고 있다.
<당신은 마누라가 걱정도 되지 않아? 나는 당신이 걱정 되서 당신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아야 하니까 운동을 시키려 하는데 당신은 내가 걱정도 되지 않느냐구? 진짜 너무한다.>
 
참!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드는 데는 쉽다. 참! 멀쩡한 사람 죄인 만들기는 더 쉽다. 그런데도 짝꿍은 바보가 된다. 죄인이 되고야 만다. 밤에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삶을 사는 짝꿍의 습성은 낮이건 밤이건 집에서는 구들장에서 등을 떼면 안 되는 줄로 아는 사람이다. 그런 굼벵이 같은 사람을 끌어들여 늘리고 줄이고, 굴리고 앉히고, 세우고 펴고........ 히히히!  이겨먹었으니 무방비상태에서 당해버린 것이다. 꿀맛 같은 잠을 자야하는데, 별것도 아닌 것 같아서 간단히 응해 준 것이, 뒷다리가 당길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작심삼일은커녕 단 10분 만에 완전히 아웃이 되었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야 한다. 나도 일어나고 짝꿍도 일어나야 한다. 우리는 십자가의 길에서 처음 넘어지질 않았는가?! 다시 일어나서 소박한 결심을 지켜야 한다. 
 
옛 어려움을 잊고 분에 넘치려는 오만들도 땀으로 적셔 씻어내야 한다. 헬스클럽이면 어떻고, 방안이면 어떠랴?! 가위들고 제 머리카락을 제 손으로 자르던 시절의 골방도 아니고, 팔을 뻗었어도 더 뻗을 공간이 있고, 뒹굴어도 더 뒹굴 공간이 있다. 마음이 게을러서 운동을 못하는 것이질 않는가?! 다시 일어나야 한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내 어머니 아버지께서 건져주신 육신이 아니던가?! 사랑 많으신 부모님의 은덕으로 이제까지 잘 부리며 살지를 않았던가?! 앞으로는 나의 노력으로 지켜서 부려야 한다. 핑계가 없다. 누가 대신 일으켜 세워줄 수도 없다. 내 스스로 일어나 이 소박한 약속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묵상글 열네 편이 완성된다한들 진정한 부활이라고 여길 수 있겠는가?!
작은 결심! 소박한 약속! 평범한 실천! 이것이 이번 사순시기의 실천덕목이라고 본당신부님께서 우리에게 하달하신 권고가 아니던가?! 
 
-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마태오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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