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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서묵상 모세오경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에서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25 조회수405 추천수2 반대(0) 신고

 

 
어서 가자, 내가 앞장서마(창세 33,32)

야곱은 형 에사오를 대면하기가 두려워
하느님을 붙잡고 씨름을 하여 강복을 받고서야 겨우 나섰다.
멀리서 형를 보고 일곱 번이나 땅에 엎드려 절하면서
나아갔다는 장면(33,3)에서도 그가 얼마나 형을
두려워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에사오는 동생을 보자마자 뛰어나와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울음을 터뜨린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야곱은 형 에사오가
하느님의 강복을 빼앗아 간 동생에게
복수하기 위해 벼르고 있을 거라고 상상하고 있었으나,
실제 그가 만난 형은 그를 그리워하며
만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하느님의 구세사 안에서는 야곱이 선택되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인간적으로는 형 에사오가 훨씬 포용력이 큰 사람이다.
야곱이 하느님의 도움으로 얻은 재산의 주려 했을 때도 에사오는
"내 살림도 넉넉하다. 네 것은 네가 가져라"고 말한다.

동생이 사기를 쳐 빼앗아 간 장자의 축복도 개의치 않고
지금의 처지를 자신이 누릴 운명으로
넉넉히 받아들이는 에사오의 대범함이 엿보인다.
그래서 엎드려 있는 동생을 일으키며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다.
 어서 가자. 내가 앞장서마"
하는 에사오의 말은 상징성을 갖는다.
지난 일은 따지고 보면 피의 복수를 할 정도의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부터 우리가 함께 가는 길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의미가 와 닿는다.
그리고 함께 가는 그 길에 오히려 상처를 입은
 형 자신이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돌보시어 일이 잘되어 가는 것을
우리가 의롭다고 내세울 이유도 되지 않고,
반대로 내가 좀더 올바른 식견을 가진 듯이 여겨져도
하느님께서 나를 기대하는 도구로 쓰시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하느님께서 원하실 만한 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일과 방법을 택하여 마치고 나면 그
것으로 감사하고 뒤로 물러날 일이다.
자신이 세워놓은 명예와 이루어 놓은 일에 대한 기대가 오히려
이웃과의 자연스런운 친교를 해칠 수 있다.

하느님의 강복을 사기당하고도 동생을 보자마자
끌어 안고 목놓아 우는 에사오처럼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그곳에서 하느님은
당신의 강복을 실현해 가신다.
에사오는 상처받은 사람이지만 대범하게 야곱 안에
감춰진 하느님의 강복을 보호하고 있다.

성서묵상 모세오경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에서
김종수 신부 지음 / 바오로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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