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펌 - (139) 용서해 주세요.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22 조회수396 추천수2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7452       작성일    2004-07-11 오후 6:54:11
 
 

2004년7월11일 연중 제15주일 성 베네딕도 아빠스 기념 없음 ㅡ신명기30,10-14;골로

사이서1,15-20;루가10,25-37ㅡ 

 

    (139) 용서해 주세요.

                                이순의

 

 

생활의 균형이 현격한 차이를 가져 오면서 나은 사람은 나은 대로 부족한 사람이 불편

하거나 부담스러워 지고, 부족한 사람은 부족한 대로 나은 사람에게 짐이 되거나 부담

을 주고 싶지 않아서 거리를 두게 되는 게 가족관계이며 친척사이 같다.

오랜만에!

그냥 오랜만이 아니라 몇 년 만에 조카의 방문을 받았다.

커버린 키와 대학 졸업에 취직까지 한 조카를 본다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생명은

자라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땅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라는 것! 한 발짝씩 물러

나 나의 의견과 상관없이 질서에 복종하고 있다는 것!

 

 

그런데 수년 만에 만난 조카는 용서를 청하고 있었다.

만난 지도 오래 된 내 조카가 무슨 잘못이 있어서 용서를 청하고 있는가?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조카는 용서한다는 답을 주시기 전에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

이다. 그만큼 꼭 용서를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뭔지는 모르지만 젊은 청년 조카에게 무조건 용서한다는 맹세를 했다.

"이모!

저 어려서 이모가 동생이랑 저희 집에 오셨잖아요?! 그때가 무선전화기가 처음 나오던

시절이었는데 엄마가 그 무선 전화기를 사고 며칠이 되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그 전화

기가 자동차처럼 생겼잖아요. 밀고 다니면 딱 좋게 생겼는데 새것이라서 엄마가 만지

지 못하게 했거든요. 이모가 오셔서 전화기 자랑한다고 하고, 동생이 만져 본다고 하

다가 제가 가지고 놀았는데 화장실 욕조에 빠뜨렸잖아요. 동생이 빠뜨렸다고 고자질

해서 이모한테 동생만 엄청 혼났거든요. 그런데 그 전화기 동생이 빠뜨린 게 아니고

제가 빠트린 거였어요. 그때 왜 솔직하지 않았는지 항상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이모

한테 꼭 용서 받고 싶었는데, 그 미안함을 고백하는데 한 십오 년쯤 걸린 것 같네요.

이모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 

청년 조카의 유년의 고백을 들으면서 용서라는 말 보다는 그 동안 기억에서 멀어진

그 사건으로 용서받고 싶어 했을 조카의 아린마음이 느껴졌다.

하늘이 준 복도 달라서 일 것이고, 직업도 달라서 일 것이고, 재물을 모으는 방법도 달

라서 일 것이고, 살아가는 방법도 달라서 일 것이지만, 작은언니와 나의 생활의 격차

는 몹시 심하게 간격이 넓다.

늘 좁은 데로 좁은 데로만 찾아다니며 내가 이사를 할 때마다, 작은언니는 그 횟수만

큼 넓은 데로 넓은 데로만 찾아다니며 이사를 했다. 성격도 왕 보리꺼시락이 별명일

만큼 깔끔하기도 하고, 까칠하기도 하다. 그러니 길 하나를 두고 언니는 아파트에 나

는 맞은편 주택의 반 지하 단칸방에 살면서도 쉽게 방문하지 않았다. 내 아이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걸레질을 하는 언니가 싫기 보다는 우리 모자가 말쑥한 집에 오물을 남

기고 다니는 죄를 짓는 것 같아서 언니 집에를 그리 편하게 갈 수가 없었다. 제로

좁은 우리 집으로 조카 둘이 와서 놀다가는 횟수보다 넓은 언니 집에 내 아들 하나가

가서 놀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언니가 무선전화기를 샀다고 자랑을 했는데......,,

그 전화기를 물에 빠뜨렸으니........

조카의 고백을 들으면서 순간적으로 만감이 교차를 하며 언니가 이 고백을 알고 있는

지 그게 더 궁금했다. 그러나 엄마에게 먼저 고백을 했는지 조카에게 묻지 않았다.

아니 물어 볼 필요가 없었다. 이미 용서의 차원을 넘어 조카가 꺼내놓지 않았다면 저

먼 기억에서도 지워진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작은 언니는 나 보다 가진 것이 훨씬 많다.

그러나 마음의 공황상태는 나 보다 훨씬 자주 빠져든다.

그럴 때 마다 생존이 고단한 나에게, 마음이 고단한 언니는 일방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고 달달달 볶아치는 경우가 많았다. 성격이 그러하니 별 방법이 있겠는가마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사람의 욕심과 애착이 크면 클수록 그 공황상태는 깊으며 빠르게 진행

된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은 갖고 싶은 게 적고, 이루고 싶은 게 작다보니, 주님의 뜻이 이것뿐이

라고 마음을 비우며 만족함을 먼저 선택한다. 또 그래야만 살아진 삶이었으리라!

 

일 년 반쯤 되었을까?

제 작년 겨울에 토혈을 하고 기침으로 잠을 못 자며 병마와 고통을 하는데 여느 때처럼

짝꿍이 밤에 일하는 특성이 있었으므로 언니의 전화는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고 이어

졌다. 나는 많이 아팠으므로 전화를 받아 주기가 싫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근본적인

해결법이 없는 전화는 받아주는 사람의 진을 뺀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조카 딸아이가 사법시험을 보았는데 낙방을 한 것이다. 다음에 또 보면 되고, 아직 나

이도 어린데 무슨 지구 종말이 온다고 이렇게 척박한 나에게 화려한 사법시험을 고통

이라고 울부짖고 있으니 해결방법이 있을 턱이 없었다. 제 손톱 밑에 비접 든 사람이야

내 손톱 밑에 비접이 보인다고 옆 사람을 그토록 짓이겨 볶아치지만 보이지 않는 염

통에 시 실은 사람은 나 죽겠다는 소리를 해도 보이지 않으니 당할 수밖에!

작은언니의 바람대로 딸아이가 사법시험에 턱 붙어버려야 정답이 되는 것이다.  

 

결국 나는 호되게 야단을 치고 말았다.

"마음을 좀 비우고 살어. 세상이 어떻게 자기 뜻대로 살아져? 아이들도 하늘이 주신 길

대로 가는 거고, 형부에게도 하늘이 주신 뜻이 있는 거지, 어떻게 그렇게 작은언니 맘

대로 사람을 힘들게 해? 나 아파. 진짜 아프다구."

그리고 조카딸에게 전화를 해서 엄마더러 이모가 아프니까 전화 못 하시게 하라고 일

렀다.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나 때문에 못 산다고 친정 쪽으로 불을 놓아버린 것이다.

그 세월동안 오는 전화마다 받아준 죄 값을 너무너무 톡톡하게 비싸게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 전화를 또 하셔서 나보다 훨씬 더 잘 사는 언니가 하는 소리는 

"나 지금 휴대폰인데 전화요금이 비싸니까 너네 집전화로 전화 좀 해라.

끊고 기다린다." 였다. 참 기도 안 찼다. 

 

나는 그 날 이후 전화번호를 바꾸고 친정식구를 거부해 버렸다.

가난도 서럽고, 아픈 것도 원통하고, 약자라는 현실이 비통하다는 굴욕감이 느껴졌다.

아무리 삶의 욕구를 초연하며 산다 해도, 노력으로 극복 된 초연이었지, 감정마저 말

라서 초연 되어버린 멍청이에 둔치는 아니지 않는가?!

자세히는 모르나 어림짐작으로 작은언니는 나 보다 40배 이상으로 잘 산다. 형부도

내 남편보다 학벌에서 부터 두루 두루 월등한 상태이며, 아이들도 소위 명문에 대학을

보낸 성공한 사람이다. 방 두 칸 세방살이에 못난 신랑에 아직도 까마득한 자식에 건

강치 못 해서 누워 있는 내가 언니를 못 살게 했다면 뭐가 있을까?

동생이 가난하다는 생각 한 점이야 불편함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나?

내가 전화질해서 짝꿍을 흉보기를 하나?

자식이 어리니 고시에 떨어져서 볶아칠 일이 있기를 하나?

내가 아프다고 문안 한 번을 오라 하나?

나는 용건이 없는데 용건이 있는 사람이 전화를 해서 휴대전화기 요금이 비싸니 일반

전화로 다시 전화하라는 모욕감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부모 품에서 벗어나 작은 언니랑 나랑은 1년4개월 같이 살았어. 나 고등학교 입학해서

1년4개월 같이 살면서 언니가 해 주는 밥 먹고, 달여 주는 약 먹고, 빨래 해 주어서 살

았으니까 나는 16년 동안 작은언니 성깔 받아 준 거야. 오죽하면 동생이 작은언니한테

신세진 날짜를 다 계산 해 보았겠어? 1년4개월 고생한 값으로 16년 봉사 해 주었으면

얼추 갚았다고 생각해. 미안해! 동생이 막말해서! 작은 언니만 아픈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피 토하고 아퍼! 제발 그러지 마라. 내가 뭘 못 살게 해? 친정식구들은 왜 그래?

작은 언니가 전화한 사람인데 왜 내가 미친년이 되지? 그러니까 앞으로 나 같은 미친

땜시 못산다 하지 말고 전화 하지 마. 알았지?"

그리고 단절이 되었다.

몸도 많이 좋아지고, 시달림이 없으니 시끄러울 일도 없고, 평온한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컴퓨터가 고장이라서 컴퓨터가 전공인 조카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내 아들이

었다. 수리공을 부르자고 했으나 아들녀석이 형을 우선시 했으므로 어린마음에 벽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조카를 불렀다. 기꺼이 와서 하루를 묵고 간 조카가 컴퓨터만 고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치유하고, 이모의 마음도 풀어 놓고 갔다. 물론 조카를 보내준 작

은 언니의 마음도 풀려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내 작은 언니라서 조카 편에 양파도 반 자루 실어 보내고, 나물 말린 것도 실어

보내고, 이것저것 챙겨서 실어 보내면서 조카더러 엄마한테 잘 하라고 일렀었다.

진정한 치유는 타인에게 있지 않다. 용서를 청하고자 하는 순간에 치유가 있고, 용서

할 것을 잊어버리는 순간에 치유가 있다.

몇 일전에 조카는 친구를 동행해서 들렸다. 큰이모네 농장에서 유기농 배추를 싣고 가

는 길에 막내 이모인 내 집에 내려 주고 갔다. 참한 인상도 조카의 안목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누추한 이모에게 친구를 동행했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이다. 혹시 조

카의 부유한 이미지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여 그 친구에게 공연한 변명을 하고 말았다.

"막내 이모만 가난해요. 다 잘 사는데 막내 이모만 이렇게 살아요."

그래도 조카는 그렇게 큰 등치로 한 가슴에 이모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귓속말을 속삭였다.

"이 세상에서 이모가 제일 부자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니? 이모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고마워!"

이렇게 착한 조카가 15년여를 그 무선전화기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니 너

무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작은 지폐를 쥐어주며 집에 가는 길에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 한 잔 대접해서 바래다주라고 일렀다.

차~암! 예뻐 보인다.

 

ㅡ예수께서는 "옳은 대답이다. 그대로 실천하여라. 그러면 살 수 있다."하고 말씀 하

셨다. 루가10,28ㅡ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