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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21일 사순 제1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21 조회수739 추천수12 반대(0) 신고
 

2월 21일 사순 제1주일-루카 4장 1-13절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 강에서 돌아오셨다.”


<큰 산 같은 예수님>


   형제들과 ‘1박2일’ 비슷한 것을 하러 바닷가로 갔습니다. 큰 방파제가 하나 있길래, 답사해보려고 차를 몰고 방파제 쪽으로 향하는데, 진입로 양쪽에는 ‘유혹거리들’이 얼마나 많던지요. 수족관 마다 가득 차 있던 ‘자연산 횟감’들, 식당들로부터 풍겨 나오는 흐뭇한 냄새, 떠들썩한 분위기는 강하게 우리들을 손짓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계속 되뇌었습니다. 마음 약해지면 절대 안 되,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이 뭐야? ‘극한 체험’을 하러 왔는데, 초반부터 이렇게 흔들리면 안 되지.


   그런 마음과는 달리 몸은 따로 놀았습니다. 마침 한 청년이 우리 차 앞을 가로막더니 맛있게, 푸짐하게, 그리고 싸게 해주겠다고 말하면서 앞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마침 뱃속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꼬르륵 소리... 저는 단 몇 분 만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다보면 다양한 유혹 앞에 직면하게 됩니다. 인간이란 존재, 근본적으로 나약한 존재입니다. 죽어도 끄떡하지 않겠노라고 결심하지만 작은 바람 한 줄기에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한 때 금강석 같던 다짐도 오래가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맙니다.


   이런 우리 앞에 예수님의 모습은 마치 ‘큰 산’처럼 여겨집니다.


   악마의 유혹은 참으로 달콤했습니다. 악마가 눈앞에 펼쳐놓은 장밋빛 청사진,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모든 유혹들을 단호하게 뿌리치고 유혹들 사이로 난 생명의 길로 홀연히 걸어가십니다. 그 달콤한 제안들 앞에 눈길 한번 주지 않으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당신의 길을 유유히 걸어가십니다. 참으로 당당하신 예수님이십니다.


   키르케고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인(聖人)이란 한 가지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성인들이 지닌 공통점 한 가지는 자신의 내면 안에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들을 통합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정렬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그 ‘한 방향’이란 결국 영성적인 삶이겠지요. 가난한 이웃들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헌신이겠지요.


   예수님의 일생 역시 비슷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자렛에서의 30년간 숨은 생활 동안 예수님은 많은 수련을 닦으셨을 것입니다. 자신 안에 들어있는 에너지들을 한 방향으로 통합하는 수련, 인류구원을 위한 희생의 삶이란 유일한 목표를 위해 많은 가지치기 작업을 하셨습니다. 자신의 삶을 극도로 단순화시키셨습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의 선택을 위해 부차적인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작업을 계속하셨습니다.


   짧은 생애, 오직 한 가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데만 충실했던 예수님, 보다 큰 목표를 위해 작은 것들을 과감하게 포기하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실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내면이, 예수님의 삶 전체가 성령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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