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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도둑놈? 맞나? 맞다!>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22 조회수383 추천수2 반대(0) 신고
 

<내가 도둑놈? 맞나? 맞다!>


우리 아파트 단지 입구에

오십 평 쯤 되는 슈퍼가 있다.

일 년 전이던가 그 슈퍼에서 물건을 사는데

주인이 오백 원짜리 플라스틱 이쑤시개를

계산하지 않고 봉투에 넣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쑤시개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이놈의 것이 사용할 때마다 그 생각이 나는 거라.

오백 원이면 담배 두 갑 파는

이익금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지.

내 기억에 남의 것을 훔친 적이 세 번인가 있다.

어릴 적 오래 동안 그 가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번은 남의 마당으로 들어 가 국화꽃을 꺾어다가

성당에 갖다 준 것,

또 한 번은 열 살 정도 되었을 적에,

지금은 신부인 1년 선배가 시켜서

성당 마당에 쌓아 둔 미군 물건에서 비닐로 싼

나사 몇 봉지를 훔친 것,

그리고 골목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손에서

손가락만 한 인형을 실에다 꿰어 돌리는 장난감을

훔쳐 달아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아마, 십계명이라는 계율 가운데

‘도둑질 하지 마라.’는 계명이 있어서였을까.

수녀님이 교리공부 시간에 너무 엄격하게

가르치셔서 그랬을까?

아무튼 그런 기억이 나를 괴롭혔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그런 도둑질 말고도 내 생활 자체가

도둑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르자면,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

그 주인, 소유권자는 오로지 하느님,

그 하느님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나누면서

형제애를 누리라고 공으로 주신 선물,

인류의 공동재산,

사람도, 사람의 생명도 그 주인은 하느님,

사람의 소질과 능력도, 지적재산과 과학기술도

그 주인은 하느님,

하느님에게서 선물로 받은 인류공동재산,

그 인류공동재산을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차지하고 있으면,

그것이 본래 의미의 ‘도둑질’, 아닐까?

‘돈의 자유’를 내가 남보다 더 많이

누리고 있으면 그것이 ‘도둑질’, 아닐까?

일례로, 노숙자가 쐐고 쐤는데,

서울 주민 가운데 집 없는 사람이 50%라는데,

내가 오십 평짜리 아파트(18년 된 1억 5천만 원짜리)

에서 살고 있으면, 그것이 ‘도둑질’, 아닐까?

(서울에서 아파트 값을 턱없이,

30평형이 육칠 억 원 되게 해 주는

정권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도둑놈’?)

세계 도처에서 5초마다 어린이 한 명,

날마다 10만 명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어간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 참상을 해결하는데 어떤 모양으로든

몸 바치지 않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은

‘도둑놈’, 아닐까?

나의 도둑질 삶이, 그리스도인들의 도둑질 삶이

그들을 죽이고 있다고 하면, 맞을까?

골고루 함께 사는 사유재산권은

주인인 하느님이 허락한 정당한 것이지만,

제한 없는 사유재산권은 ‘도둑질’, 아닐까? 

‘도둑질하지 마라.’라는 계율을

그리스도인들이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으니

나라가, 세계가 이 모양, 이 꼴, 아닐까?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나 같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같은 나라들이 그 계율을 지키지 않고

‘도둑질’, 경제전쟁, 약탈과 침략을 일삼고 있는 한,

우리나라의 평화, 세계의 평화는

공염불, 그렇지 않을까?

(이런 개떡 같은 생각, 말, 나도 싫은데,

좋아할 사람, 있을까?

집 없는 사람, 밥 없는 사람이라면, 좋아할까?

감옥에서 십년 세월 썩어버린,

아직도 얼얼한, 좆같은 세상살이에 적응 못하는

남민전 전사 박석률 선생이라면,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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