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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안식일의 주인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19 조회수1,100 추천수16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2주간 화요일 - 안식일의 주인

 


 

 

요즘 저도 ‘추노’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추노꾼은 도망친 노비를 현상금을 받고 잡아오는 사람들입니다. 드라마에 보니 다시 잡혀온 노비들은 아주 처참한 형벌을 받습니다. 때리고 거꾸로 매달아놓고 굶기고 얼굴에 노비라는 글을 새겨 넣기도 합니다. 당시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하느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법이란 것은 그것을 만든 돈 많은 양반들에게나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법이 공평한가?’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물론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틀리다고 말할 수 없는 경우들을 봅니다. 누구는 살기 위해 적은 돈을 훔쳐서 수십 년 감옥살이를 하고 또 많은 사람을 죽이고 수천억을 해먹은 사람은 잘도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법이 모든 사람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법 위에 서서 법을 이용해 더 큰 권력과 돈을 벌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법이라는 미명하에 가지고 있는 조금마저 아무소리 못하고 빼앗겨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 요즘 방영하는 ‘아마존의 눈물’이란 다큐멘터리에서 보면 원시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돈이 없어도 서로 가진 것을 나누며 잘 살아 갑니다. 그러나 돈이라는 개념이 들어오자 이제는 잡아온 것들을 자기 가족들만 먹게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돈은 그들에게 개인소유, 즉 이기심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렇게 돈이나 법은 모두 ‘필요 악’인 것 같습니다. 필요는 하지만 그것 없이 살 수 있다면 더 좋은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법을 너무 따지는 사회, 그것은 어찌 보면 안전하고 공정한 것 같지만 사실 비인간적인 곳입니다.

가정을 생각해보십시오. 가정에 법이 있어서 몇 시까지 귀가하지 않으면 매를 몇 대 맞아야하고 부모에게 말대꾸하면 외출금지가 며칠로 정해져있다면 그런 가정에서 사랑을 느끼며 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남의 밀밭 사이를 가며 그 밀 이삭을 뜯어먹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본 법치 주의자들, 즉 바리사이들은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라며 예수님께 따집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저지른 죄는 남의 재산에 손을 댄 도둑질과 안식일에 그것을 뜯어먹는 일을 했기 때문에 안식일 법 두 가지를 동시에 어긴 것입니다. 그런데 왜 바리사이들은 안식일 법만 가지고 트집을 잡는 것일까요? 그것은 도둑질보다 안식일법이 더 엄중한 벌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모세 법에 의하면 도둑질을 하면 두 배로 갚아주면 되지만 (탈출 22,6) 안식일 법을 어기면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탈출 3,14)

예수님은 “다윗과 그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에브야타르 대사제 때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고, 함께 있는 이들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하시며 제자들을 옹호합니다. 그들이 가장 위대하게 생각하던 다윗도 모세의 법을 어겼음을 알고는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끝맺으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예수님은 사람이 우선이 되어야지 법이 우선이 되면 안 된다고 가르치시는 것입니다. 법이 우선시되는 집단은 사랑이 지배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삭막한 사회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지향하셨던 공동체는 법을 넘어서는 가족공동체였습니다.

 

우리들도 이런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고해성사를 주다보면 어쩔 수 없이 주일을 빠진 분들도 고해하러 자주 들어오는 것을 봅니다. 직장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가족이 입원하여 간호해야 했기 때문에, 여행 중에 성당을 찾지 못해서 등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오지 못한 것을 왜 고해하느냐고 합니다. 의무감으로 주일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나와서 억지로 앉아있는 것보다는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주일을 빠질 수밖에 없었던 신자를 하느님은 더 기뻐하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지향하여 만드신 공동체는 이렇게 법이 사람보다, 사랑보다 우선하는 그런 집단은 아니었습니다.

 

교회 내에서도 교구와 수도회가 서로 법을 놓고 싸우고 재판을 받고 하는 모습을 봅니다. 법을 이야기한다면 이미 그 공동체는 예수님께서 원하셨던 공동체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한 것입니다. 법대로 하자고 하면 이미 둘 관계는 막장으로 접어든 것입니다.

제가 신학교 들어가서 깜짝 놀랐던 것은 규정을 어기면 가차 없이 처벌이 온다는 것이고 실제로 잘리지 않기 위해서 몸을 움츠려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가족 공동체라고는 하지만 규율이 너무나 엄했고 지금도 몇 명씩 잘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율법을 어기는 제자들까지 옹호해 주시며 따듯한 공동체를 만드셨습니다. 사랑으로 모든 딱딱한 규정들을 녹일 수 있는 우리들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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