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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 구두가 아까워서요>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31 조회수419 추천수2 반대(0) 신고
 

<새 구두가 아까워서요>


임동성당 성령기도회에 다녀오는 길이다(내 마누라가 매주 세 시간씩 기도회를 준비하고, 내가 다른 사람이 없어 임시로 오르간 반주를 하고 있다. 내가 늙다리라서 반주를 하고 있자니 어색하기는 하다. 2년 전엔가 기도회를 시작할 때에는 미사를 함께 하고 신부님이 직접 챙겨서인지 참석자가 80명쯤 되었는데, 지금은 미사도 없고 신부님도 시큰둥하니까 20명도 채 나오지 않는단다. 그래도 성가와 율동이 워낙 신명 나고 기도도 사랑과 용서와 근검절약을 강조하니 내용이 감동을 준다.) 기도회가 시작할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끝나고 집에 가려고 하니까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다. 마누라가 자가용을 그냥 세워두고 걸어가자 해서 30분 거리 집에까지 걸어서 간다. 춥고 손발이 시려 굽어도 마누라와 함께 걸으니 기분이 좋다.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가 짧은 치마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있다. 발이 눈에 푹푹 묻히는데 안쓰러워 보인다(그래도 우산은 들고 있다.) 그래서 내가 아가, 발 시러워서 어쩌지, 하고 말하니, 구두가 가방에 들어 있는데, 새 구두라서 젖을까봐 아까워 슬리퍼를 신고 간다고 하면서, 아저씨 고마워요, 라고 말한다. 안쓰러우면서도 착하고 좋은 아가씨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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