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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3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17 조회수539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순 제3주간 금요일] 마르 12,28ㄱㄷ-34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율법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다가가 질문합니다.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 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평생동안 율법만 공부해온 그에게도 613가지나 되는 율법조항들을 일일히 확인해가며 챙기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나봅니다. 또한 서로 다른 율법조항의 내용들이 그 해석과 적용을 달리하는 상황에서 어떤 조항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우선적으로 따라야 할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도 풀기 어려운 문제였을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스승’이라 부르며 따르는 예수님께 자문을 구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 마음 한켠엔 예수님께서 율법에 대해 하신 그 말씀을 구실로 삼아 그분을 비난하고 단죄하려는 ‘검은 속내’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때 예수님 곁에 있던 군중들은 그분께서 어떤 지혜롭고 현명한 답변으로 자기들에게 깨달음을 주실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습니다. 율법 깨나 안다는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당연히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안식일 규정’이나 ‘정결례’에 관한 규정들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실거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예수님의 답변은 그들의 예측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습니다. 난데 없이 신명기 6장 4절과 레위기 19장 18절을 복합적으로 인용하며 ‘사랑’이 가장 중요한 계명이라고 선포하신 것입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하느님을 사랑하되 그냥 말로만, 입술로 내뱉는 기도문 안에서만 사랑하는게 아니라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과 세상 사이에 적당히 양다리를 걸쳐놓고 힘들지 않을 정도로 대충, 손해보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그분을 사랑하는게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해, 내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 투자해서 성심성의껏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질투하시는 하느님’은 우리 마음이 당신을 온전히 향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갈라지는 것을 마음 아파하시기 때문입니다. 한편 예수님은 이 ‘하느님 사랑’이라는 원칙을 ‘이웃 사랑’이라는 모습으로 구체적으로 적용하십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유다인들에게 있어 이웃은 나와 친한 사람, 내가 좋아하고 또 나를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으로 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이웃의 개념을 훨씬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하십니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만 잘해주는 반쪽짜리 사랑에 머물러 있지 말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 나에게 피해와 상처를 준 원수같은 사람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말씀 안에는 그런 뜻이 숨어있는 것이지요. 내 모습이 내 마음에 드는 ‘좋은 모습’일 때에만 사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때로는 부족해도, 때로는 실수하고 잘못해도 ‘자기 자신’이기에 그런 부분까지 다 끌어안으려고 하지요. 바로 그런 마음으로 이웃을 대하면 차별없이 조건없이 제한없이 보다 온전한 모습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수님이 강조하신 이 ‘사랑의 이중계명’을 충실히 실천하지 않고 머리로 아는 것에 그친다면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갈 수는 있어도 그 나라 안에 들어가지는 못합니다. 축구 경기에서 아깝게 골대를 빗나간 것과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물리적 거리로는 별 차이 없어보이지만 경기 결과라는 측면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지지요. 그러니 예수님께서 그 율법학자에게 하신 이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겨야겠습니다.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주님의 말씀과 계명들을 머리로 알고만 있다가 나중에 하느님 나라를 멀리서 지켜만 보는 ‘구경꾼’으로 남지 말고, 힘들고 어려워도 충실히 실천함으로써 하느님 나라 안에서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구원의 ‘주인공’이 되어야겠습니다.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계명을 주신 이유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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