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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 안에 자리 잡은 초연한 삶" - 12.3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30 조회수419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2.30 수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6일
                                      
1요한2,12-17 루카2,36-40

                                              
 
 
 
 
 
"하느님 안에 자리 잡은 초연한 삶"
 
 


며칠 전 어느 수도원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 사진들을 보면서
‘환상이다.’ 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 나왔습니다.
 
주변 환경이 아름다운 것은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하느님의 집, 수도원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찾아 온 수도자는 평생 살 수 있지만
자연이 좋아, 사람이 좋아 찾아 온 수도자는 얼마 못가 나갈 것입니다.
 
하느님 빠진 보이는 자연이나 사람은 환상입니다.
 
아름다운 것들을 볼 때는 늘 ‘환상’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요셉 수도원 주변의 불암산 역시 똑 같습니다.
하느님의 집인 요셉 수도원이 있기에 아름다운 배경의 불암산 입니다.
 
만약 수도원이 없다면 그저 평범한 장소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도 많이 찾지 않을 것입니다.
 
불암산의 빼어난 아름다움도 묻혀 져 잘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수도자의 경우도 이와 흡사합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배경이 되어 주시기에 빛나는 수도자이지
하느님 배경이 사라지면 참 별 볼일 없는 초라한 존재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그리스도는 의미이자 아름다움이요 우리의 영혼입니다.
여기 아름답게 꾸며진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상징하는 이 집에서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 예수님이 없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참 무의미하고 아무 것도 아닌
별 볼 일 없는 장난감 집에 불과할 뿐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이 성전 안에 제대와 감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없다면
영혼도, 깊이와 의미와 아름다움도 없는 그냥 건물에 지나지 않듯이
우리 안에 하느님이, 그리스도가 계시지 않다면
우리 역시 영혼도, 의미도, 아름다움도, 깊이도 없는
허무와 무의미의 혼돈 속의 삶일 것입니다.

아침 성무일도 독서 시 콜로사이서 다음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만물은 그분을 통해서 그리고 그분을 위해서 창조되었습니다.
  그분은 만물보다 앞서 계시고, 만물은 그분으로 말미암아 존속합니다.”

하느님 계시기에 아름다운 자연이요,
하느님 집의 배경이 됐기에 비로소 아름다운 불암산이요, 수도자들입니다.
 
하느님 빠진 보이는 모든 것들은 환상일 뿐입니다.
 
보이는 것 넘어 하느님께 늘 눈길을 두라는 말씀입니다.
 
이런 하느님께 믿음을, 희망을, 사랑을 두어야
세상 풍파에 무너지지 않고 늘 제자리의 삶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고 김 대통령의 부인인 이 희호 여사의 인터뷰 기사 중
다음 대목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혼자되니 말할 수 없이 외롭지요.
  사람들이 아무리 옆에 있더라도 마음이 텅 빈 듯합니다.
  매주 두 차례 현충원을 찾아가지만 그저 꿈인 것만 같아요.
  …규칙적인 생활과 신앙심 덕분에 건강은 괜찮은 편입니다.”
인생무상의 꿈에서, 보이는 세상 것들의 환상에서
우리를 구해 주는 것은 하느님 믿음이요 규칙적 생활입니다.
 
하느님을 잃어버리면 인생무상이라는 허무주의의 어둠에 휩싸이게 되고
저절로 무기력해지기 마련입니다.
 
말 그대로 ‘살기위하여’ 하느님 끈을 꼭 붙잡고
규칙적 생활에 항구해야 합니다.
 
요한 사도의 충고 말씀이 참 적절합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다 환상이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실재입니다.
 
이런 사람만이 영원히 남습니다.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 모두
이렇게 살라고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사도 요한의 말씀대로
세례를 받음으로
죄를 용서 받고
처음부터 계신 그분을 알게 되었으며
악마를 이길 하느님의 힘을 받은 우리들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에게 주입되는 ‘하느님의 힘’, ‘하느님의 맛’이
우리를 점차 세상으로부터 초연한 삶을 살게 합니다.
 
결코 보이는 것들에 마음을 두지 않고 하느님께 마음을 두게 합니다.
 
이런 이들이 순수한 사랑의 사람들이요 자유로운 사람들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한나라는 예언자가 이의 모범입니다.
 
여든 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내는 동안,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던 한나였습니다.
 
말 그대로 세상 환상에 빠지지 않고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만을 향해 본질적인 삶에 항구했던 한나는
수도자는 물론 믿는 모든 이들의 모범입니다.
 
시메온처럼 한나 역시 주님의 구원을 체험하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우리의 눈을 열어주시어 참 실재이신 당신의 구원을 보여주시고,
환상에서 벗어나 주님과 함께 영원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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