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474) 새로운 노래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30 조회수387 추천수2 반대(0) 신고
2009년12월30일 수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6일 -요한1서 2,12-17. ;루카 2,36-40-
 
 
  (474) 새로운 노래
                                      이순의
 
 
외형적으로도 그렇지만 내적으로도 세례한 후로 냉담이라는 불필요한 절차를 경험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슬아슬한 삶의 턱걸이에서 늘 숨을 깔딱거린 탓도 있을 것이다. 나를 잡아주시는 손길을 놓아버린다면 죽을 것 같았던 생활 속에서 그 손을 놓을 수 없었으므로 지금 내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냉담은 아니더라도 익혀서 초월해져야 할 교육은 남아있었나 보다. 2009년은 내 인생의 50 이라는 나이를 먹기도 하였지만 새로운 무엇인가를 알아내지 않으면 이 해가 가지 못하고 멈추어버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봄부터 짝꿍이 사고가 나서 다리가 부러지더니 그 연관선 안에서 계속 사고가 이어졌다. 우리와 직결된 기사님께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시동이 꺼져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다행히 인명에는 탈이 없었으나 산으로 오시기로 한 날짜에 오시지 못하게 되었었다. 그러다가 짝꿍이 다리에 쇠를 심는 수술을 한다는 날짜에 서울로 왔는데, 하필 그 수술이 진행되고 있을 때 다른 절친한 기사님께서 장비를 산으로 싣고 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도 없는 산골의 집에 장비를 내린다는 걱정도 큰데 비가........ 비가 계속 오시는 것이었다. 짝꿍은 마취도 덜 깬 상태에서도 장비 하역작업을 늦춰서 점심식사 후에 할 것을 권하고 있었다. 그런데.........
 
계속 이어지는 전화를 어느 한 순간에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장비하역 작업 중에 누군가 머리가 깨졌으니 119를 불러달라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서울의 짝꿍이 수술한 병원에서 산골 집에 구급차를 보내는 전화를 하고, 마취상태의 짝꿍을 그대로 버려(?)두고, 걱정하느라고 겁에 질린 아들을 안심시키고, 산골과 인접해 있는 도시행 버스를 탔다. 
세상을 살다가보면 중요한 요소들이 참으로 많다지만 안전만큼 중요한 요소도 없는 것 같았다. 짝꿍이 비가 온다고 장비하역을 오후로 미루라는 지시를 그렇게 하던데, 그 지시를 지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위기의 순간마다 할 수 있는 방편은 내가 주님을 향해 절대 변하지 않은 믿음을 알리는 방법 외에는 어느 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 버스 속에서 사도신경을 묵주기도처럼 드리고 있었다. 이 모든 한 순간의 인도하심이 주님의 지휘봉이옵니다. 라고 고백하는 기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술실에서 나온 짝꿍이 걱정되지도 않았다. 오직, 머리가 깨졌을 거라는 누군가의 생사조차도 주님만이 주관하신다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입술이 타고, 가슴은 쎄에하고, 머릿속은 망치로 맞은 것 처럼 멍 하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입술만이! 오직 입술만이 제 정신을 잃지 않고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그 외아들 우리주님 예수 그리스도, 성령으로 인하여 잉태되어 나시고........> 사도신경을 받치고 있었다.
 
혀끝이 이빨에 스쳐 마비가 될 쯤 해서 휴대전화기 소리가 울렸다. 그 누군가의 사망을 알리는 소식처럼 싸늘하게 들렸다. 소식이 어떻든지 그 전화를 받아야 하고,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를 병원에 있는 짝꿍이 아니라 나 혼자의 몸으로 헤쳐내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혈관을 통해 심장으로 흘러들었다.
<여보세요.> 
최선을 다해 냉정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 저 이기사여유우. 여 까정 오실 필요 없것시유. 코뼈가 부러 졌는디유 여기는 너무 멀구유 장비 내려놓고 집이 있는 전라북도로 가서 치료받으께유. 여 까정 오실필요 없네유. 저 금방이유 병원에서 나가가지구유 장비 내리다가 말았으니께유 가서 내려 놓고 집으루 갈께유.>
 
이럴 때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다.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듣고 보니 굳이 그 먼 종점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면 그 기사님 얼굴도 못 볼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 일을 해 주시다가 난 사고인데 얼굴도 보고, 얼마나 다쳤는지도 보고, 만나서 고맙다는 인사도 드려야하고, 무엇보다 그만하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극진한 감사를 드려야 하는데....... 고속버스 기사님께 산골의 IC 입구에서 좀 내려주시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나 고속버스 기사 밥줄을 끊을 참이냐 시며 단호하게 거절하셨다. 고속도로에서는 절대 안전의 수칙을 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길목의 어느 휴게소에서 내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택시를 불렀다. 15분 내로 곧 택시가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30분이 지나고 40분이 지나도 택시는 오지 않고 전화벨이 울렸다. 택시 기사님이었다.
<저어 손님을 태우기로 한 기사님께서 다른데 가셔서요. 제가 가려고 하는데요. 위치가 어디시죠?> 
또 한 30분이 지나서야 택시가 도착하였다. 
고속도로에는 비가 내리고, 택시 기사님은 거북이 운전을 하시고 있었다. 
 
거듭된 사고로 마음이 좁아져 있는데, 전문 기사님이신 택시 기사님마저 잔뜩 긴장하신 모습에 말을 걸어보았다.
<비는 오는데 그 기사님은 저를 이 비 속에 세워두고 돈을 더 많이 준다는 손님이라도 태우러 가셨나요?>
택시기사님은 대답이 없었다.
<15분이면 도착하신다더니 이게 뭐예요? 한 시간도 더 걸리고, 저는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서 고속버스를 탔다가 종점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내렸는데 오히려 시간만 더 오래 걸렸잖아요?>    
기사님께서는 그때서야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를 태우러 오던 택시가 나를 태우러 오던 길목에서 사고가 나서 상대편 차에 타고 있던 3명이나 되는 사람이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는데 좋지 않은 소식을 어떻게 손님께 다 말해 드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나니 더 겁이 났다. 마치 내 주변에 어떤 나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타고 있는 택시에서 조차 내려 도보로 걸어서 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님 택시비는 아깝지 않으니까요. 안전하게 갑시다.>
 
산골집 앞에 택시가 도착하였을 때는 짝꿍이 전화로 중장비를 불러서 이미 장비하역을 마친 상태였다. 내가 곧 도착한다는 소식에 기사님께서도 출발하지 않고 퉁퉁 부은 얼굴의 한 복판에 하얀 붕대를 붙이고는 가족이 있는 집근처로 가서 수술을 하겠노라고, 잘해드리고 싶었는데 오히려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고 계셨다. 내 입장에서는 머리가 깨지지 않아서 감사하고, 하늘나라 여행을 떠나지 않고 또 볼 수 있어서 감사함에 절로절로 고개가 숙여지던데 기사님께서는 자꾸만 미안하시 단다.
 
 

 
 2009년의 봄은 그렇게 시작을 했습니다. 슬픔과 놀람과 평화로..
그리고 2009년의 마지막을 하루 남겨 둔 오늘은 새로운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저는 요즘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주님 저에게 신앙심을 높여 주십시오.>
<주님 제 믿음을 강화시켜 주십시오.>
<주님 이제 저의 신앙과 삶의 모든 관점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주님, 제 믿음을 강화해 주십시오. 늘 그 모습이 아니라 한바탕 대대적인 수리를 해 주십시오. 그래서 새로운 눈과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믿음을 갖게 해 주십시오. 이는 제가 부자가 되는 일 보다 더 중요하며, 제가 똑똑해지는 일 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러니 주님, 저를 업그레이드 해 주십시오. 꼬옥 부탁합니다. 주님.> 
2009년이 하루 남은 오늘도 주님께 저를 업그레이드 해 주시라고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주님의 마음에 들도록....... 냉담 한 번 하지 않았음이 자랑이 아니라 하늘 나라 천국 낙원을 이 지상에서도 평화롭고 행복하게 이룰 수 있는....... 그런 강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contenflazione in azione! 
내 삶의 전부가 당신 뜻이오니 그 안에 행복이 가득하오이다. 아멘!
 
 
 ㅡ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루가22,31-32ㅡ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