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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네 사람”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15 조회수1,303 추천수20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1주간 금요일 - “네 사람”

 

 

전에 제가 신학생 때 함께 공부했던 수녀님이 성지순례 단을 이끌고 다녀가셨습니다. 그 수녀님의 부탁으로 며칠 로마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 분들은 프란치스코회 삼회 회원들로 대부분이 교사들이었습니다. 그 중에 몇 명 회원이 아니신 분들도 섞여 있었습니다.

스페인 광장 쪽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었는데 한 자매님이 저만 따로 옆으로 끌고 가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오기로 된 사람들이 못 와서 몇 명 원하는 신자들과 함께 왔는데 그 중에 마리아라는 선생님이 계셔요. 그 분은 20년 동안 냉담을 했답니다. 우리들이 이야기를 잘 해서 냉담을 풀고 고해를 받으라고 했어요. 그러나 스스로는 고해를 볼 자신이 없는 것 같아요. 신부님께서 혹시 기회를 봐서 그 자매에게 고해성사를 주실 수 없나요?”

저는 그러겠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명품거리를 구경하는 사이에 저는 그 자매에게 다가가 고해성사를 보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매는 고해성사를 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보였습니다. 저는 다른 자매들이 그 자매를 억지로 고해보게 만들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우선 둘이 앉아서 이야기라도 좀 하자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자매가 고해를 하고 신앙생활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고해를 하고 싶냐고 했더니 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조금이라도 더 주님께 다가가겠다는 약속을 받고 성사를 주었습니다.

그 자매는 떠나는 날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이 여행에서 자신이 제일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하면서 계속 감사해 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믿음이었습니다.

주위의 열심한 자매들의 극성(?)에 못 이겨 고해를 보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적어도 새로운 신앙의 결심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네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는 중풍 병자를 예수님께 데려옵니다. 중풍 병자란 자신의 힘으로는 예수님께 다가와 죄의 용서를 청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영적인 병자를 의미합니다. 그를 들것에 들고 온 네 사람은 그리스도께만 데려가면 그를 치유해 주실 것을 확신하는 믿음 깊은 신앙인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 병자를 데려가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아 그를 들고 예수님께로 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지붕을 뜯어내고 병자를 들것과 함께 예수님 앞으로 내려 보냅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당시 육체적 병도 죄로 인해 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죄를 용서하시는 분은 오직 하느님이시기에 율법학자들은 속으로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모독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예수님은 그의 병을 치유해주심으로써 당신이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음을 보여주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그 중풍 병자의 믿음을 보고 그를 용서해주시고 치유해 주신 것이 아니라 “그를 데려온 이들의 믿음”을 보고 죄를 용서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다시 일어설 힘이 없을 때는 주위 사람들의 믿음 때문에라도 주님은 그 사람을 구해주신다는 뜻입니다.

 

예전 본당 신부님께서 외국에서 사목을 하실 때도 마귀 들린 사람이 있다고 본당 신자들이 쫓아왔다고 합니다. 그 신부님은 자신이 없었지만 사람들에게 이끌려 마귀 들린 사람에게 가서 구마경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귀는 신부님을 비웃기만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신자들의 힘을 빌리기로 하고 그 사람을 가운데 눕혀 놓은 다음에 빙 둘러서 묵주기도를 하라고 하였습니다. 신자들은 시키는 대로 그 병자를 중앙에 놓고 둥글게 앉아서 묵주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엔 비웃기만 하던 그 병자는 조금씩 목소리도 약해지고 식은땀을 흘리다가 결국엔 아무 힘도 없이 그 사람을 떠나갔다고 합니다.

 

우리가 액션영화에서 보면 주인공 혼자 맨손으로 수십 명을 날려버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 두 사람만 함께 악을 쓰고 달려들면 아무리 잘 싸우는 사람도 이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 쓰러지는 이유는 한명씩 덤비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중풍병자를 들고 온 사람 수가 정확히 ‘네 명’이라고 나옵니다. 숫자 ‘4’는 동서남북을 가리키며 완전한 숫자이고 그 사람들이 혼자는 일어설 힘도 없는 사람을 지붕 위까지 끌고 올라가 예수님 앞에 데려다 놓았던 것입니다. 이는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협동을 하면 못할 일이 없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회합에선 냉담 하는 이들을 위해 집중적으로 기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 주님께 스스로 나아올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힘을 써주는 모습이 오늘 병자를 낫게 해 준 네 명과 같은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혼자가 안 된다면 합심해서 힘없는 이들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우리들이 되어야겠습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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