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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리의 천사> - 서영남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12 조회수420 추천수1 반대(0) 신고
거리의 천사
[민들레 국수집 이야기]
 
2010년 01월 10일 (일) 16:01:19 서영남 syepeter@gmail.com
 

   
▲ 사진/김용길

지적 장애인 성호 씨와 집 나온 지 일주일 된 아이

성호 씨는 지적발달장애가 있습니다. 지적발달장애 3급입니다. 나이는 마흔 셋입니다. 키는 180센티미터입니다. 몸무게는 93킬로그램이나 됩니다. 허리둘레가 38인치입니다. 학교는 이방자 여사께서 세우신 명휘학교를 다녔다고 합니다. 부친이 살아 계실 때는 부친의 보살핌으로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부친이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자 혼자 힘으로는 살아갈 길이 없었습니다. 거리를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2004년부터 국수집에 자주 들러 식사하곤 했을 겁니다. 어떤 때는 목사님이 운영하는 쉼터에서 지내기도 하고, 수원에서 혹은 남양주에서 지내면서 밥을 맛있게 먹고 싶을 때는 민들레국수집에 오곤 했습니다. 성호 씨는 소고기 미역국을 제일 좋아합니다. 콩나물국도 좋아합니다. 닭고기는 좋아하지만 돼지고기는 싫어합니다. 된장국은 절대 먹지 않습니다.

한 동안 성호 씨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추운 어느 날 초등학교 아이와 함께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주안역에서 추위를 피해 몸을 녹이고 있는데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배고파서 어쩔 줄 모르는 것을 보고 같이 밥 먹으러 왔다고 합니다.

수원에서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왜 주안역에서 떨고 있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수원에서 고마운 분의 배려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으로 여관에서 지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석 달까지만 도와줄 수 있고 석 달 후에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답니다. 석 달 동안 잘 지냈지만 석 달 후에는 방세를 낼 길이 없어서 못 내었더니 두 달 쯤 되어서 여관 주인이 나가라고 했답니다. 짐을 찾아가려면 두 달 치 밀린 방값을 내어야 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갈 곳이 없어서 주안역에서 지내면서 밤에는 지하상가에서 추위를 피하고 새벽에 전철을 타고 의정부까지 갔다 오면서 잠을 자곤 한 것이 한 달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는 집을 나온 지 일주일이나 되었습니다. 어제는 지하상가에서 성호아저씨와 함께 추위를 피하고 새벽에 전철을 타고 잠을 잠깐 잤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아이와 성호 씨는 밥을 두 번이나 먹었습니다. 그러고도 양이 차지 않는지 라면도 먹고싶다고 합니다. 컵라면도 하나씩 먹었습니다.

성호 씨에게 지낼 방을 구할 동안 초등학교 아이와 함께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서 이삼일 지내라고 했습니다. 센터로 함께 가면서 성호 씨는 자기도 세례명이 요셉이라고 말합니다.

성호 씨와 아이가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들어가기를 머뭇거립니다. 발냄새가 너무 심하다고 합니다. 괜찮다고 했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 현관에는 바로 세족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족실에서 발을 씻었습니다. 아이는 일주일 만에 발을 씻어본다고 합니다. 성호씨는 아예 발을 씻다가 머리까지 감습니다. 신던 양말을 빨아도 다시 신을 수 없을 정도로 구멍이 나 있습니다. 새 양말을 드렸습니다.

성호 씨와 함께 온 초등학교 아이는 가족에게 연락했습니다. 엄마가 새엄마입니다.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민들레 국수집 송년회

민들레국수집에서 송년회를 했습니다. 민들레 꿈 공부방 아이들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징글벨을 부를 때 성호 씨가 손뼉을 치며 따라 불렀습니다. 아이처럼 좋아합니다.

성호 씨가 지낼 방을 서둘러 구했습니다. 옥탑 방입니다. 혼자 지낼 수 있어서 참 좋다고 합니다. 살림살이를 전부 장만해야 합니다. 중고 가게에 가서 냉장고와 텔레비전 그리고 전기밥솥을 구했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성호 씨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성호 씨, 밥은 할 줄 알아요?”
“그럼요. 밥은 할 줄 알아요.”
“성호 씨, 국은 끓일 줄 알아요?”
“몰라요. 라면은 끓일 줄 알아요.”
“반찬은 할 줄 알아요?”
“몰라요.”
“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
“국수집에서 가져다 먹으면 돼요.”

그러면서 웃습니다. 웃는 모습이 아기처럼 해맑습니다.

맘껏 군고구마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민들레의 집의 재찬 씨가 군고구마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재찬 씨는 한쪽 팔이 의수입니다. 그래서 성호 씨가 재찬 씨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대신에 성호 씨는 맘껏 군고구마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군고구마 장사를 시작한 첫날입니다. 장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다가 성호 씨가 그만 눈길에 미끄러졌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파스나 붙이면 낫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성호 씨가 발이 너무 아파서 집주인 할머니께 만 원을 빌려서 동네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해서 기독병원에 왔는데 보호자가 있어야 입원할 수 있다면서 저에게 연락해달라는 부탁 전화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기독병원에 갔습니다. 보호자 서명을 하고 입원시킬 수 있었습니다. 큰 덩치의 성호 씨를 휠체어에 태우고 이곳저곳 검사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환자복도 제일 큰 것으로 입혔더니 겨우 입을 만합니다. 이틀 전에 넘어진 복사뼈가 금이 갔습니다. 월요일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침대에 누운 성호 씨가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빵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 무슨 빵이 먹고 싶은지 물어보았습니다. 카스텔라 빵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

서영남/ 인천에 있는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면서 노숙자 등 가난한 이웃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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