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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10 조회수904 추천수12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1월 10일 주님 세례 축일
 


“You are my beloved Son;
with you I am well pleased.”
(Lk.3.22)
 
제1독서 이사야 42,1-4.6-7
제2독서 사도행전 10,34-38
복음 루카 3,15-16.21-22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어떤 자매님께서 길을 건너려고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핸드백을 열고 무엇인가를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발을 잘못 디뎌서 균형을 잃게 되었고, 핸드백 안에 있었던 지폐들이 하늘로 떠올랐습니다. 당황한 자매님께서는 지폐를 급히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서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다행히 어떤 형제님께서 그 돈을 주웠습니다. 그리고 자매님께 “여기 제가 주운 3만 2천원입니다.”라고 말했지요. 그런데 그 자매님께서는 고맙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않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오만 원짜리 지폐는 어디 있죠?”

이 자매님은 오만 원짜리 지폐가 혹시 그의 주머니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의혹의 눈길을 보냈던 것이지요. 이렇게 의심에 빠져 있는 사람이 감사와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요? 의심하는 사람은 어떤 일에 대해서 감사할 수 없으며, 따라서 사랑의 마음을 간직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는 주님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주님께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간직하는 사람은 아무런 의심을 갖지 않고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는 사람인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십니다. 요한은 이미 예수님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했지요. 즉, 요한 자신은 물로 세례를 주지만, 주님께서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시는 분으로 자기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고 하십니다. 사실 당시에는 요한이 예수님보다도 더 유명하고 인기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자기를 이렇게 낮춘다는 것은 웬만한 겸손 없이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겸손 역시 만만치가 않습니다. 세례자 요한도 인정하는 예수님인데,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가서 물로써 세례를 받으십니다. 즉, 예수님 역시 자기 자신을 낮추는 커다란 겸손을 보여주십니다.

만약 세례자 요한이나 예수님께 어떠한 의심이 있었다면 가능할까요? 바로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갖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낮은 자의 모습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느님께서 기쁘게 하는 행동을 한 뒤, 하늘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지금 나는 과연 주님의 사랑을 받는 아들, 마음에 드는 아들로 평가 받을 수 있을지를 반성해 보았으면 합니다. 만약 그러한 평가를 받을 수 없겠다면, 지금부터라도 마음에 드는 아들딸이 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주님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낮출 수 있는 겸손과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이 반드시 필요함을 잊지 마십시오. 이 세상 안에서는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이 될 수 있지만, 이 길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가장 빠는 길입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용해야 한다.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행해야 한다(괴테).





의심의 결과

주일미사를 마치고, 온 가족이 여름의 무더위를 피해 계곡으로 소풍을 갔다. 물장구도 치고 나무들 속에서 술래잡기를 하다 보니 배가 출출해졌다. 가족들은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음식 보따리를 풀었다.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김밥과 음료수를 꺼냈다. 그런데 병따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 아래 주차장에 있는 차에다 두고 왔던 것이다.

아버지가 막내에게 말했다.

"차에 가서 병따개를 갖고 오너라."

막내는 입이 한 주먹 튀어나와서 떼를 썼다.

"누나도 있고 형도 있는데 왜 저한테 시키세요."

이번에 아버지가 장남에게 말했다.

"그럼 네가 갔다 오너라."

그러자 장남이 알았다고 하면서, 갔다 오는 사이에 김밥을 절대로 먹지 말 것을 다짐받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가족들은 약속을 했으니 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병따개 가지러 간 장남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식사기도를 하고, 김밥 뚜껑을 여는 순간 갑자기 숲 속에서 장남이 뛰어나왔다.

"내 그럴 줄 알고 가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지."
 
 
 
 
 
 You Are My Destiny - Ernesto Corta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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