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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 안에 숨겨진 삶" -1.8,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08 조회수827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1.8 주님 공현 후 금요일
                                                    
1요한5,5-13 루카5,12-16

                                                  
 
 
 
 
 
"하느님 안에 숨겨진 삶"
 
 


오늘 말씀묵상과 관련되어
성무일도 다음 찬가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무화과나무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포도나무에는 열매가 없을지라도
  올리브 나무에는 딸 것이 없고,
  밭은 먹을 것을 내지 못할 지라도
  우리에는 양 떼가 없어지고,
  외양간에는 소떼가 없을 지라도
  나는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내 구원의 주님 안에서 기뻐하리라.”(하바3,17-18).

다 잃어버려도 하느님 잃어버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잃은 것은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다 잃어버렸어도
주님 안에서 기뻐하는 하바쿡 예언자입니다.
 
세상 그 누구도, 무엇도 주님 안에 살아가는 자를 다칠 수 없습니다.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화보집과
‘분도’ 계간지 겨울 호를 읽으며
편집자의 깊은 의도를 알아 챌 수 있었습니다.
 
화보집 머리말에는 감사해야 할 사람들의 이름이 일체 나오지 않았고,
‘분도’ 계간지 목차에도 제목과 쪽수만 나와 있을 뿐 이었습니다.
 
바로 하느님 안에 감춰진 사람들임을 상징합니다.
 
드러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요 하느님입니다.
 
나는 감춰지고 하느님만이, 공동체만이 드러나게 하는 것 이게 겸손입니다.
 
겸손의 덕을 키우는 데 공동체는 필수임을 깨닫습니다.
 
혼자 살면 숨기도 힘들고 자기를 발견하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한국 베네딕도회 100년 역사 기록인 ‘분도통사’를 독료한 소감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아무도 판단하지 말라는 것’과 ‘하느님만이 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피상적으로 판단했던 분들의 업적이
독서를 통해 드러나면서 깨달은 진리입니다.
 
저의 판단이 얼마나 불완전했던 가 깊이 반성했습니다.
 
이분들은 사람들의 몰이해에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위대한 믿음의 선교 수도승들은
사람들에 마음을 두지 않고 하느님께 마음을, 희망을 두었습니다.
 
모두를 아시는 하느님만 믿고 그 사명을 항구히 수행했습니다.

하느님께 신뢰와 희망을 둘 때 저절로 이탈과 초연의 자유로운 삶입니다.
 
하느님 안에 감춰진 삶을 살 때 참 행복입니다.
 
변덕스런 사람들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판단은 얼마나 불완전한지요.
사람들의 평가에 휘둘리다 보면 마음의 안정과 평화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몰라도 하느님만은 아신다는 믿음이
마음에 깊은 안정과 평화를 줍니다.
 
하느님 앞에서 나는 더도 덜도 아닌 나일뿐입니다.
 
바로 이 믿음 있어 하느님 앞에서 자기 사명에 충실했던
선배 선교 수도승들이었습니다.
 
자랑할 줄도 몰랐고, 자기의 업적도 전혀 몰랐던
참 무사(無私)하고 겸손했던 믿음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또한 똑같은 모습입니다.
 
사람들 한 가운데 사셨지만
늘 하느님께 마음을, 눈길을 두었기에
결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았고 허영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예수님의 소문은 점점 더 퍼져
  많은 군중이 말씀도 듣고 병도 고치려고 모여 왔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외딴 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였다.”

활동주의(activism)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떠날 때를 알아 지체 없이 하느님의 품으로 숨어버리는 예수님이십니다.
 
기도를 통한 아버지와 친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
공을 이루면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노자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오늘 복음의 치유 받은 나병환자 제대로 주님을 찾았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나병환자의 간청에 주님의 즉각적인 응답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이런 주님과의 친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하여 분도 성인도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 하십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나병의 치유는 물론
영원한 생명을 선사 받은 나병환자입니다.
 
우리 역시 이런 간절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석할 때 치유의 은총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는 사람입니다.
 
물과 피로,
즉 세례성사와 성체성사로 우리에게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이것을 증언하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고,
그 생명은 당신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에게 있습니다.
 
하여 하느님의 아드님을 모신 사람은 그 생명을 지니고 있고
모시지 않은 사람은 그 생명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성체성사를 통해
주님은 당신의 말씀과 성체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시어
늘 당신과 친교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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