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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을 말로 도와주는 요령>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11 조회수538 추천수7 반대(0) 신고
 

<남을 말로 도와주는 요령>


이십 몇 년 전 일을 이야기한다.

「천주교전국노동사목」이라는 단체가 있다.

「가톨릭노동청년회」(JOC) 후신이다.

군부독재 시절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효시를 담당한 분들이 모인 단체다.

(나도 꼽사리 끼어서 일 년 반에 걸쳐

그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가톨릭노동자교리서’를 만드는 일에 동참했다.

문정현 신부님은 그 책을 보고서 나더러 누가 그런

아픈 책을 읽으려 하겠느냐고 하면서 웃으셨다.

문정현, 문규현, 기타 많은 신부님이

말과 글을 앞세우기 전에 거의 일 년 동안

몸으로, 목숨 걸고 우리나라와 국민의

아픈 현실을 폭로하셨다.

예수님도 그렇게 하셨다. 30년 동안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노동자로 살아온 다음,

3년 동안 노동자보다 더 힘든 세월을 살다가,

마땅히 머리 누일 데도 없이 떠돌다가,

가난한 사람들더러 제발 ‘함께사는세상’을

창조하라고 소리소리 외치다가,

그만 십자가 사형을 당하시고 말았다.

그로 끝난 것이 아니라 부활하셨다 한다.)

그 지부(支部)로 ‘성 요셉의 집’(「광주노동사목」)이 생겼다.

처음에는 광천동 단독주택 방 두 칸짜리 2층을

세 얻어서 시작했다.

광주지부 지부장은 아일랜드 신부였다.

실무책임자는 최연례(아녜스)였다.

광주지역에서 노동조합을 많이 결성하게 하고

아시아자동차 등 큰 기업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협조했다.

최연례는 그때 끼니 거르기를 밥 먹다시피 한

결과 지금은 골병이 들어서

도무지 몸이 힘을 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광주노동사목」 지부장 신부가

한 번은 나에게, 그릇된 길을 가는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그냥 내버려두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경 에제키엘서 한 대목을 읽어주었다.

청빈(가난)을 철저하게 실천하던 그 신부는

그런 신념으로 다른 신부들과 교구장(주교)을

바로잡아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사사건건 성직자와 교회의

잘못을 짚어내 충고해 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다른 신부님들의 비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때까지 광주노동사목에 호감을 갖고 도와주던 주교가,

나름대로 사회와 나라를 걱정하고 독재에 맞서던 주교가,

추기경을 포함한 모든 주교 가운데

내가 가장 존경하던 그 주교가, 

(교구가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않았으면서도,)

광주노동사목을 해체하도록 명령했다.

그런 기막힌 사연과 곡절로 광주노동사목이 없어졌다.

그때 함께 일하고 활동하던 사람들이 최연례의 주선으로

지금도 친목모임을 갖고 있다.


늘그막에 터득한, 그러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모두들 아시는 것이어서 특별한 것 없을 줄 알면서도,

‘남을 말로 도와주는 요령’을 지껄여 본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나를

누가 바로잡아주면 고마운 일이지,

고깝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내 잘못, 내 단점을 들추어내고

꼬집고 들면, 그것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주면 뿔뚝질을 낸다.  

그렇게 하면 내가 잘못이나 단점을

고치고 바로잡을 마음이 도통 생기지 않는다.

나는 내가 잘못을 저질렀어도,

속으로 내가 나쁜 사람인 줄을 알면서도

어떤 사람이 나를 싫어하거나 나를 외면하거나

나를 대놓고 욕을 하면

그 사람을 웃고 대하기가 좀체 어렵다.

내 잘못을 지적하고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덤벼도 조금도 고맙지 않고

오히려 고깝게만 들린다. 

그 사람이 나를 도와주려면,

내가 잘못했어도, 부족한 사람이어도,

이중인격자 위선자여도,

나를 안쓰럽게 여기고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게 먼저다. 그런 다음에 조용히 타일러 주어야

내가 들은 마음이 생기고 그래야 내가 고쳐진다.

칭찬해주면 고래도 춤을 춘다고 했던가(이런 말도 있던가?),

자녀도 여러 가지로 칭찬해주면서

잘못을 바로잡아주어야 말을 듣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남을 말로 도와주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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