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미사를 끝내고
광주극장으로 갔습니다.
미사 끝나면 신자들 얼굴 보면서 인사를 하는데
오늘은 미사가 끝나자 마자 휭하니 가버려서 
신자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신부님들과 함께 매주 화요일 오후에 회의를 합니다.
회의중에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모두를 나눕니다.
가끔씩은 건의사항도 이야기하고..
어떤 신자분이 이런 건의사항을 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영성체 후 묵상 시간에 묵상글을 왜 안 읽어 주냐고,
읽어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신부님들이 이야기했습니다..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고...
우리 삶 안에서 침묵이 존재하고 있을까?
의도적으로 침묵 속에서 살아갈려고 노력하고 있나?
우리는 침묵을 좋아하는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었습니다. 
영화는 열왕기 상권 19장의 엘리야가 
하느님을 만나는 대목으로 시작합니다.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할퀴고 
주님 앞에 있는 바위를 부수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람 가운데에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지진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간 뒤에 불이 일어낫다. 
그러나 주님은 불 속에도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야는 그 소리를 듣고 겉옷자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동굴 어귀로 나와 섰다"(1열왕 19,11-13) 

영화는 그 조용한 침묵 속에서
아니 정말 위대한 침묵 속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수도승의 삶을 보여줍니다. 
16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는 침묵으로 말합니다.

인간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오직 들려오는 것은 일상의 소리만이 존재합니다.
바람소리, 
물 방울 떨어지는 소리
장작 패는 소리,
톱질하는 소리
일하는 소리,
동물의 종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그레고리안 성가 소리
가위질 소리
칼 쓰는 소리
바리깡(?) 소리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
마룻바닥 삐걱대는 소리
앞보지 못하는 수도승의 지팡이 소리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당의 종소리...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산책을 하면서
대화할때 나오는 목소리..
사람의 목소리가 그 영화에서는 신기하게 들릴 뿐입니다. 
별이 뜨고 지고,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까지도 들리는 듯 했습니다. 

일상생활안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그 소리들이
영화속에서는 의미있고,,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평생을 독방에서 살아가는 봉쇄수도원의 수도승들...
영화는 중간 중간 그 수도원에 살고 있는 
수도승의 얼굴을 클로즈업 해서 보여줍니다.

말 없는 침묵속에서...
행복한 얼굴과 미소를 보여주는 수도승..
그리고 산책나가서 눈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저도 그들과 함께 웃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그 수도원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가장 연세가 드신 수도승과의 짧은 대화가 나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진정으로 하느님 안에서 느끼는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해서
지팡이에 의지해서 움직이지만
노 수도승은 그 모든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자신에게 더 유익했기에 하느님께서 
그렇게 하셨노라고 담담히 말합니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죽음에 대해서도 두렵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합니다..
그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감동 그 이상 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몸이 아파 움직이지 못하고 
하느님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수도승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주님께서 이끄셨으니 제가 여기 있나이다."
영화 중간 중간 반복되어지는 글입니다..
주님의 이끄심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수도승들....
세상의 가장 소란 스러운 곳에서 
침묵으로 기도하며 희생하는 그들이 있기에
세상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어떤 분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 출처 : 염주제준성당 공동체 ▷ 글쓴이 : 일곱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