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진묵상 - 길이 어디에 있습니까?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02 조회수433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길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순의
 
 
 
 
 
 
 
참으로 예쁜 커피다.
그냥 마시기에는 좀 아깝게 느껴지는 커피!
사진으로만 보아도 그 짙은 향과 부드러움이 혀 끝을 감돌고 있다.
그래도 아들 녀석이 배운다는 이 사진 한 장이
내 마음에 짐이 되는 것은
왜 일까?
세대 간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고 하지만
나 어릴 적의 어른들의 바람은 너무나 일관되지 않았던가?!
고시를 패스 하거나 학자의 길을 가야 한다는!
대물림하여 농사를 짖는 것도 반대하였고
대물림하여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산다는 것을 그토록 말리셨던!
그런 환경에서 자라 온 세대가 아니던가?!
그런 부모님들의 바람 때문에
그런 부모님들의 노고 때문에
세상은 달라졌고
농부의 아들도 어부의 아들도 청소부의 아들도
세상이 말하는 출세의 대열에 설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로
실패한 어른들이 돌아 갈 곳을 잃고야 말았다.
배운 아들이 농부로 돌아 갈 수 없게 되었고
배운 아들이 어부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고
배운 아들은 몸에 익지 않은 청소부를 하면 큰일이 나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아들녀석이 사진으로 찍어다가 보여 준 커피 알갱이들이다.
저 알갱이 들이
우리네 쌀에 따라 밥맛이 다르듯이
다 맛이 다르단다.
나이 먹은 에미 입장에서는
그 커피가 그 커피던데
저 알갱이들이 다 다르단다.
그리고 저 커피를 배우고
저 커피를 알고 나면
용돈을 벌어서 비행기 값을 마련한단다.
비행기 값이 마련되면
이탈리아를 가겠단다.
그것도 자전거 타고 간단다.
국내여행도 겁이 나서
태풍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극구 말리다가 안되서
<이눔아 자전거 타고 폭우 속에 들어가면 이 에미가 먼저 죽을란다.> 라는
극약처방을 해서
말렸는데
커피 배우고 비행기 값 벌어서 이탈리아에 간단다.
이탈리아에 갈 용돈이 모자라면
로마에 가서 성베드로 성당 마당이라도 밟고 오겠단다.
도대체
공부하는 녀석이
학교도 휴학하고.......
남들은 부모네들이 돈 들여서 어학연수를 보내고
유학을 보내고
하다 못해 교환학생이라도
베낭 여행이라도 보내고
벼라별 수단을 다 동원하는 판에
휴학하고
커피 배워서
이탈리아 로마의 베드로 성당 마당에 섰다가만 온다하니........
 
 
 
 
 
 
 
 
뭔지?
실험실의 과학자도 아니고
커피 만드는데 저런게 왜 필요한지?
그냥 봉지 커피 사면
요즘은 뜯기도 쉽게 만들어져
입맛에 딱이던데
밥도 햇반인지 뭔지 해서
전자렌지에서 땡만 하면 먹는 세상에
종류별로 얼마나 맛있는 커피가 많은데
저 이상야릇한 실험기구로 커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혹시나 해서 질문을 해 보았다.
<아드님께오서 이탈리아 문화를 익히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으십니까? 그러시다면 이탈리아 대사관 쪽으로 재미삼아 드낙거리다 보면 더 많이 배워질 텐데요.>
그런데 이 녀석 하는 대답이 한심이다.
<엄마. 공부 안되면요. 나중에 엄마랑 같이 예쁜 찻집을 할 수도 있고요. 군대를 제대하고 엇학기 공부하는 걸 중단하고 제가 해 보고 싶을 걸 해 보고 싶어서요. 엇학기 바로 잡으면 2학기 때는 복학해서 공부 죽어라 할거니까요. 그냥 봐 주세요. 혹시 알아요? 제가 로마에 가면 성 베드로 성당 모퉁이에 커피집을 차리고 안 돌아 올지도 모르거든요.>
아! 숨통 막혀!
저놈의 시험관 같은 사진도 숨통이 막히는데
아들녀석 대답은 아예 에미 목을 조이고 있다.
제가 변호사 해서 돈을 쓸어 담아 드릴께요. 라든지
제가 대통령을 해서 이 나라의 권력을 엄마 품에 몽땅 안겨 드릴께요. 라든지.
이런 대답을 해 준다면 얼마나 안심이 될 것인가?!
그것이 순전히 사기성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공부를 했으므로 부모님을 실망 시킬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명퇴를 당해도
노숙을 해도
농부로
어부로
청소부로 돌아 갈 수 없는 그런 아들도 아니고
그런 나이도 아닌데
한창 공부에 미처야 할 나이에
휴학을 불사하고
커피 배우고
커피로 돈 벌어서
이탈리아를 간단다.
그러고 보니 저 사진에 눈에 익은 그릇이 있기는 하다.
이탈리아 문화?!
왼쪽의!
공동체 생활을 할 때
이탈리아 출신 수녀님이셨던 마드레의 커피 내리는 도구!
지금처럼 서양음식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시대이므로
저 그릇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주방담당 시간이 되었을 때는
저걸 어떻게 열고 잠그는지 익히느라고.......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생활필수품이겠지만
먼 동양의 촌년이었던 나에게는 너무나 서툰!
저 그릇을 본 순간
대성당의 맨 뒷자리에서
장궤를 하고 기도하시던 마드레 생각에 눈물도 났다.
한국에 선교사로 오셔서 얻으신 관절염 때문에
한 쪽 다리가 항아리만큼 커져 있었어도
언제나 장궤를 하시고
반 탈혼의 상태로 기도하시던!
문득!
또 아들에게 질문을 했다.
<이탈리아에 가서 살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집에서라도 밥으로 먹어. 이탈리아에 가면 커피도 너무 찐하고 빵도 우리네 식빵처럼 부드럽지 않아서 입 천정이 다 찢어질 지경이래. 그런 건 그 때 익히면서 살아도 되는거야. 그러니까 집에 있을 때라도 김치에 밥 많이 먹고 가.>
그런데 아들 왈!
<만약을 위해서 돈 벌이 할 거 배운다니까요. 베드로 광장으로 커피 마시러 오셔야 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저는 부드러운 빵만 먹고 살 거니까 그런 걱정은 마세요. 엄마,>
아이고 이 놈의 속을 모르것다.
 
 
 
 
 
 
 
쓰디 쓴 커피 생긴거 하고는 다르고
쭉쭉 빵빵
날씬 날씬
멋지게 생기기는 했다.
그렇지!
많이 배운 아들들은 실직을 하거나 노숙을 해도
부모님이 일구던 터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 터전들을 다 팔아다가
글 배우는데
집 사는데 다 썼거나
아니면 부모님께서 모르시니까
늙으막에 근심 드리지 않으려고
그도 아니면 부모님의 기술을 전수 받지 못해서
그 터전에 돌아 갈 수 없을 수도 있고!
그러나
많이 배우지 못한 짝꿍은
오뚜기 처럼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기술도 없으니
터전이랄 것도 없고
그냥 온 세상 다 돌아 다니면서
안 해 본 일 없이 다 한다.
그것이 많이 배우지 않은 사람의 자유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내 아들은 짝꿍 같은 너무한 고생을 면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그래도
내 아들은 멋진, 순탄한, 행복한, 그런 좋은 몫을 원하였는데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했는데
또 휴학을 하겠다 하고
한다는 짓이 커피 배워서
이탈리아를 간단다.
어휴~!
 
 
 
 
 
 
 
 
그래도 이탈리아라고 하면
또 박사님들이 있지를 않는가?!
쌩판 모르는 에미 보다야
들은 풍월이라도 좀 얻어보라고
<구 신부님 좀 찾아 뵙지 그러니? 엄마는 제주도도 잘 모르는데 이탈리아는 더 몰라. 이럴때 엄마랑 아빠랑이 너에게 길이 되어 줄 수 없어서 너무 힘들고 우울해. 엄마가 신부님께 해 드린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다 자란 네가 가서 인사를 드리면 아무 것도 모르는 엄마 보다야 흘러가는 말씀 한 마디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걱정되는 에미 말에
그럴께요 라고 대답이라도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볼께요.> 란다.
이 녀석이 생각해 볼께요 란다.
커피에도 담길 그릇이 있다.
커피를 담기 위해서
흙을 고르고
잘 반죽하여 모양을 만들고
유약을 바르고
그늘에 몇 날을 말리고
.
.
.
 
수 백도
아니 수 천도의 열에서 구워져야만
저렇게 고운 빛깔의 찻잔이 된다.
내 아들은 지금 어디쯤일까?
에미 뱃 속에서 나왔으니 이미 흙은 골라 진 것 같고
그릇이 되기 위해서
지금 내 아들은
반죽 중일까?
모양을 만들고 있을까?
아니면 수 천도의 열병을 하느라고
이 에미의 숨통을 조르고 있는 것일까?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나는 내 아들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더구나
그런 아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재주는 더욱 없다.
그것이 답답하다.
 
 
 
 
 
 
 
자식을 두었으나
자식을 위해 길이 되어 줄 방법을 모르니
생각하면 할 수록
우울하고
마음이 아프고
슬프기 까지 하다.
<미안해, 좀 잘난 엄마 아빠 한테 태어나지 그랬어? 부모가 못났다는 것은 자식이 너무 힘들어져. 미안해.>
그런데
좋은 소리로 들어야 할지
아니면 많이 배운 자식들이
부모 가슴에 못 박지 않으려는 것 같은 소리로 들어야 할지
도무지 모를 소리를 한다.
<엄마. 저는요. 엄마랑 아빠 한테 태어나서 너무 너무 행복했어요. 엄마처럼 손수 다 해 주는 엄마들 많지 않았어요. 오늘 지금 당장이라도 제가 아빠 보다 훨씬 많이 배웠는데요. 제가 아빠 만큼 잘 살아낼 자신은 없어요. 좋은 엄마랑 든든한 아빠한테 기대서 오늘도 살고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비행기 값이라도 좀 벌어보려 하는 거구요. 꼭 이탈리아는 가고 싶어요. 특히 로마에요.>  
참!
시대가 달라져서
나 어렸을 때만 해도
불과 30~40 여년 뿐인데
서울구경은 평생 못하는 것인 줄 알았었다.
이렇게 손에 전화기를 들고 살게 될 줄을 누가 알았을 것인가?!
어데 무선 전화기 뿐이던가?!
한반도가 일일생활권에 들었다고 기념하던 고속도로 개통식이 엇그제 같은데
이 지구가 일일생활권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내 아들이 어른인 세상은
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에미라고 해서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것은 정말로 아무 것도 없다.
못난 에미고 보니
더욱 그렇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있다.
기도!
사랑!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아들에게서도 이루어 지소서.>
무선 전화기를 손에 들지 않아도
통화가 되는 전화기!
가슴!
믿음!
<사랑합니다. 아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