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한 몸이 되는 사랑의 신비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01 조회수846 추천수10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천주의 모친 성모 대축일 - 한 몸이 되는 사랑의 신비

 

 

 

폴란드에서의 일입니다. 에릭이라는 왕이 나라를 다스리던 때, 바사 공작이라는 사람이 반역죄를 저질러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그에겐 카타리나 지겔로라는 아름다운 부인이 있었습니다. 바사공작은 감옥에 수감되어 있으면서 늘 부인을 생각하며 우울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카타리나는 왕을 찾아가 자신도 남편의 형기를 함께 복역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부인, 종신형의 뜻을 모르오? 한 번 감옥에 갇히면 다시는 빛나는 햇빛도 아름다운 하늘도 볼 수 없음을 의미하오. 그리고 부인의 남편은 더 이상 공작이 아니오, 그는 반역 죄인이며 평범한 평민일 뿐이오. 그런데도 내게 부탁을 하는 것이오?”

에릭 왕은 깜짝 놀라며 카타리나에게 물었습니다.

“알고 있답니다. 폐하, 하지만 유죄든 무죄든 공작이든 죄수이든 그는 언제까지나 제 남편이랍니다.” 카타리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부인은 더 이상 부부의 인연에 연연할 필요가 없지 않소, 누구도 당신에게 죄를 물을 사람은 없소, 남편은 죄인이지만 당신은 자유요, 그것을 포기하겠단 말이요?”

에릭은 어떻게 하든지 이 아름다운 부인을 설득해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막무가내였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꺼내 왕 앞에 내놓았습니다. 그리곤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반지에는 라틴어로 두 마디가 새겨져 있답니다. Mors sola (단지 죽음만이), 이 말이 뜻하는 것처럼 우린 죽을 때까지 한 몸입니다.”

왕은 하는 수없이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줄기 빛도 스며들지 않는 지하 감옥으로 그녀를 내려 보내며 왕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지만 남편을 향한 그녀의 아름다운 사랑에는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을 따라 스스로의 자유와 영화를 포기할 만큼 그녀의 사랑은 진실 되고 아름다웠던 것입니다. 17년 후 에릭 왕이 죽자, 카타리나는 남편과 함께 석방되어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부부는 ‘죽음 이후’에도 영원한 부부입니다. 왜냐하면 한 번 한 몸이 된 것은 영원히 한 몸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만드시고 남자는 제 부모를 떠나 아내와 한 몸을 이루라고 하셨습니다 (창세 2,24). 또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좋으냐는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 한 몸으로 이어 준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마태 19,6)

물론 결혼해서 사는 분들은 혹, ‘한 몸이 되는 게 그렇게 쉬운지, 너도 한 번 결혼해서 살아봐라.’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혼의 신비는 모든 그리스도교의 신비를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부부가 한 몸을 이루는 신비를 이해하고 그렇게 살지 못한다면 역시 그 신비로 한 몸을 이루시는 삼위일체 하느님도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도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미사 봉헌 예식 때 사제는 성작에 담긴 포도주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면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이 물과 술이 하나가 되듯이, 인성을 취하신 그리스도의 신성에 저희도 참여하게 해 주소서!

포도주에 물방울 하나 떨어뜨리면 그 포도주는 무엇이 됩니까? 역시 포도주입니다. 그러나 한 번 떨어져 포도주가 되어버린 물방울은 다시 분리해 낼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하나가 되는 신비입니다. 성령님이 그 신비의 주인공이신데 녹여서 모두 하나로 만드는 역할을 하십니다.

모세에게 하느님께서 불붙은 떨기나무의 형태로 나타나셨던 것은 또 어떻습니까? 그 불은 나무를 태우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예사 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로 신성을 의미합니다. 나무는 물론 땅에서 자라남으로 인성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불붙은 떨기나무는 신성과 인성의 결합인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모세가 그 곳으로 다가가려고 하자 신을 벗으라는 음성이 들려옵니다. 그 땅은 거룩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거룩한 곳에서 자라난 나무, 바로 성모님의 몸에서 얻은 육체를 의미하고 불은 그 육체와 결합된 신성을 의미합니다.

십계명 판은 또 어떻습니까? 십계명 판은 하느님의 말씀인 성자와 땅에서 나는 돌과 결합된 것입니다. 말씀은 신성, 돌은 인성을 나타내고 한 번 결합된 것은 숯불과 같이 결코 분리되지 않습니다.

마치 숯불에서 나무와 불을 따로 떼어 낼 수 없는 것처럼 그리스도 안에서는 하느님의 신성과 성모님으로부터 받은 인성이 결합되어 분리되지 않게 한 몸을 이룹니다.

이런 한 몸이 되는 부부의 일치가, 바로 가장 원천적으로는 성부 안에서 성부와 성자가 한 몸을 이루고, 인간의 영혼과 육체의 결합이 그렇고,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결합이 그렇고, 또 교회와 그리스도와의 결합이 또한 그렇습니다.

 

오늘은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님 대축일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천주의 어머니가 될 수 있느냐고 개신교에서는 이 교리를 믿지 않지만, 사실 이 교리를 믿지 않는 것은 성모님을 믿지 않는 것을 넘어서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결합을 믿지 않는 것이 됩니다.

하느님께 비록 육체만을 주셔서 육체의 어머니만 되시는 것이 아니라 영혼과 육체의 합일체가 되셨기 때문에 육체만의 어머니가 아니라 영혼의 어머니도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인성만의 어머니, 신성만의 어머니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성과 신성이 한 몸이 된, ‘하느님으로서의 그리스도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시는 것입니다.

성자는 한 번 육체를 취해 사람이 되셨을 때 숯불과 같이 또 다른 하느님이시면서 동시에 사람이신 새로운 무엇이 되신 것입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이시면서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고 ‘하느님이시면서 사람이신’이란 말이 떨어질 수 없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어머니라 부른다면 동시에 사람의 어머니도 포함하는 것이고 사람의 어머니라고 한다면 동시에 하느님의 어머니도 포함하는 것입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사람의 아들’이라고만 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씀 안에는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누가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리스도께서 육체를 가상으로만 취하셨든지 혹은 떼었다 붙였다 하듯이 겉으로만 취하셔서 완전히 사람이 되신 것 자체를 부정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완전한 육화를 부정하는 사람이 곧 적그리스도입니다(2요한 1,7).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그 자체가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큰 사랑고백이라고 한다면 역시 사람을 당신의 어머니까지 되게 하신 이 신비도 끝없이 인간을 높여주시려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을 구원하시고 은총을 주시는 예수님께서 인간을 어머니로 두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무척 든든합니다. 예수님께 청하기 힘든 것은 그 어머니께 청하면 어머니는 당신의 아들에게 청할 것이고 당신의 아들은 부모께 순종해야 하기 때문에 들어주지 말아야 할 것까지 들어주십니다. 가나의 첫 번째 기적이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음에도 성모님의 부탁으로 이루어졌음을 생각하면 좋을 것입니다. 한 번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는 영원한 하느님이요 사람이신 것처럼, 한 번 그리스도의 어머니는 영원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엘리사벳이 성모님의 인사를 받고 성령으로 가득차서 성모님을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를 찾아주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라고 인사하였습니다. 성령으로 가득 찬 사람이 거짓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성모님은 주님의 어머니인 것은 확실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결합하여 그 분과 한 몸을 이루는 교회의 지체이니 그리스도의 어머니는 동시에 우리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그래서 십자가상에서 요한에게 “이 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하신 것입니다.

한 해의 첫 시작을 이 심오하고 핵심적인 혼인의 신비로 시작함은 바로 성모님께서 당신의 겸손함으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듯이, 우리도 성모님의 사랑을 본받는 것이 신앙의 출발이자 마지막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