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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31 조회수1,774 추천수15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9년 12월 31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And the Word became flesh
and made his dwelling among us,
and we saw his glory,
the glory as of the Father’s only-begotten Son,
full of grace and truth.
(Jn.1.14)
 
제1독서 요한 1서 2,18-21
복음 요한 1,1-18
 
드디어 2009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2009년에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그 중에는 좋은 일도 또 반대로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일들이 주님께 감사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꽤 많은 시간들을 주님 탓, 그리고 남 탓으로 돌렸던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잘못은 바로 내 탓인데 말이지요. 이런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떤 수염이 텁수룩한 거지가 기분 좋게 낮잠을 자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 옆을 지나가던 장난기 많은 사람이 거지의 수염에 구린내가 몹시 나는 썩은 치즈를 바른 것입니다. 그리고 한참 만에 잠이 깬 거지는 어디선가 심하게 풍겨져 나오는 구린내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지요.

“내가 자는 사이에 이 근처에다가 누가 큰일(?)을 보았나?”

두리번거렸지만 찾을 수가 없었지요. 거지는 아직 술이 덜 깨서 그러려니 생각하면서 해장술을 한 잔 먹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해장술을 마셔도 여전히 풍겨대는 지독한 구린내를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술집 테이블 위에 올려 있는 꽃의 냄새를 맡았지만, 꽃향기와 치즈 썩은 냄새로 더 냄새가 지독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지나가는 여성의 냄새를 맡아보았지요. 하지만 화장품 냄새와 치즈 썩은 냄새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거지는 투덜대면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젠장, 낮잠 한 숨 자고 났더니만 세상이 온통 다 썩어버렸군.”

세상이 정말로 온통 썩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사실 썩은 것은 자기 코 밑에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어쩌면 이 모습이 우리의 모습은 아니었을까요?

오늘 우리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해인 2009년을 떠나보내게 됩니다. 2009년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후회되는 많은 문제점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문제점들의 원인을 혹시 외부로만 돌리는 어리석은 행동과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즉, 자기 자신은 떳떳한 것처럼 스스로 변호하기에 급급한 마무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모든 원인은 사실 자신의 코밑에 있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부족하고 나약한 우리들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이런 우리들을 내치시지 않고, 다시금 희망으로 다가오십니다. 그래서 2010년이라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멋진 새해를 우리들에게 선물로 주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남의 탓, 주님의 탓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적극적으로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그래서 사랑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코밑에 있는 문제점들을 지우고 기쁘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발이 없는 사람을 보기 전까지는 자신에게 신발이 없음을 슬퍼한다.(페르시아격언)




12월의 엽서(이해인)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해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Andre Gagnon - Twiligh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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