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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금 여기서 깨어 사십시오." - 11.15,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15 조회수912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1.15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 
                                                                  
다니12,1-3 히브10,11-14.18 마르13,24-32

                                                      
 
 
 
 
 
 
"지금 여기서 깨어 사십시오."
 
 
 


눈 들어 하늘을, 산을, 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입니다.
하늘과 산을 볼 때 마다 저절로 솟아나는 시편 구절입니다.

“산들을 우러러 눈을 드노라.
  어데서 구원이 올런고?
  구원은 오리라 주님한테서, 하늘 땅 만드신 그 임한테서.”
어제 우리 공동체 형제들은
우리 수도공동체의 사도직 활동에 대해 많은 의견 교환을 했고,
내심 만족했습니다만,
오늘 새벽 산책 중 문득 빠진 것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이걸 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자연 보존 사도직 활동’입니다.
 
사실 이렇게 수도원이 아름답게 보존될 수 있었던 것도
수사님들이 자연을 잘 보존하고 가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사랑이 그대로 자연 사랑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얼마나 고마운 선물 하늘, 땅, 물, 공기 자연인지요.
 
오늘날 무분별하게 많이 파괴되어 가는 자연 현실을 보면
자연을 잘 보존하고 돌보는 사도직 활동 또한
얼마나 중요한 가 깨닫습니다.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과 치유를 주는 스승이자 의사와도 같은 자연입니다.

오늘 말씀들은 종말에 대한 내용들입니다.
 
오늘은 연중 제33주일이고
다음 주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이은 마지막 연중 제34주일입니다.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 전례시기와
수확이 다 끝난 텅 빈 배 밭에
쌀쌀한 초겨울 날씨 모두가 종말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런데 오늘 수사님들의 아침기도 찬미노래는 얼마나 힘찼는지요.
 
기쁨 때문입니다.
종말은 마지막이 아니라 희망으로 열린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에
저절로 샘솟는 기쁨입니다.
 
저 역시 어제 성가 연습 때부터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샘솟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쁘게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종말은 마지막의 절망이 아니라
구원의 완성이요 새로운 시작을 뜻합니다.
 
하느님 책에 쓰인 이들은 모두 구원을 받는다 합니다.
이미 세례로 하느님 책에 기록되어 있는 우리들,
이미 구원의 완성을 향해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기뻐하십시오.
 
전례주기 역시 연중 시기가 끝나면
마지막이 아니라
곧 주님을 기다리는 희망으로 설레는 대림시기가 시작됩니다.
 
농사 역시 끝인 줄 알았는데 곧 전지에 이어 다시 시작입니다.
 
끝은 바로 시작이라는 이 진리가 우리에겐 빛나는 희망입니다.
 
기쁘게 감사하며 살아야 됩니다.
이렇게 살아야 종말이 희망으로 열린 기쁨이 될 수 있습니다.
 
초겨울 텅 빈 배 밭이
쓸쓸하고 외로운 ‘텅 빈 허무’가 아닌
‘텅 빈 충만’의 기쁨의 배 밭이 될 수 있는 것은
풍부한 수확을 끝냈기 때문입니다.
 
만일 흉작으로 열매들의 풍성한 수확이 없었던 배 밭이라면
말 그대로 텅 빈 허무의 배 밭이었을 것입니다.
 
인생의 이치도 똑 같습니다.
 
기쁘게 감사하며 살아야 풍부한 수확의 인생입니다.
 
깨달아 시작하면 늦지 않습니다.
 
매일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기쁘게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현명한 사람으로, 정의로운 사람으로 사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쁘게 감사하며 살아야 기쁘게 감사하며 죽습니다.
 
산대로 죽음이요, 산대로 맞이하는 종말입니다.

“그러나 현명한 이들은 창공의 광채처럼 빛나고, 많은 사람들을 정의로 이끈 이들은 별처럼, 영원무궁토록 빛나리라.”
기쁘게 감사하며 사는 이들은 창공의 광채 같이 현명한 이들이며 많은 이들을 정의로 이끄는 별처럼 빛나는 이들입니다.

깨어 주님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어제의 과거에 아파하지 말고
내일의 미래에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여기를 사는 것입니다.
 
참으로 단순한 삶입니다.
 
영적오관을 활짝 열고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맛보며 주님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우리의 죄를 없애시려고
그리스도님께서는 한 번 제물을 바치시고 나서
영구히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이제 그분께서는 당신의 원수들이
당신의 발판이 될 때가지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 주님께서 매일 우리와 함께 사시고자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에게 오십니다.
 
한 번의 예물로 거룩해진 우리를 영구히 완전하게 해 주시고자 오십니다.
 
깨어 사는 것은 늘 주님 현존 안에 있음을 실감하며 사는 것입니다.
 
종말에 대한 말씀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금 여기서 깨어 살라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죽음 준비도, 종말 준비도 없습니다.

“또 땅 먼지 속에 잠든 사람들 가운데에서 많은 이가 깨어나,
  어떤 이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어떤 이들은 수치를,
  영원한 치욕을 받으리라.”

과연 어느 쪽에 속하고 싶습니까?
 
다니엘서의 이 말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분발하여 깨어 살라는 말씀입니다.
 
구원은 하느님의 은총이자 우리의 선택이기도 합니다.
 
분발하여 깨어 사는 수행의 노력으로 응답해야 구원의 완성입니다.
 
하느님의 일방적인 구원은 없습니다.
 
다음 복음 말씀 역시 지금 여기 깨어 살 것을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그 때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이 약속 말씀이
주님께 선택 받은 우리들에겐 희망이자 기쁨이 되고
분발하여 지금 여기 깨어 살게 합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우리의 문 가까이에 서서
우리의 회개를 기다리는 주님을 생각한다면
결코 무기력하게 나태하게 살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 종말의 그 날과 그 시간,
아무도 모르고 아버지만이 아신다는 사실 역시
우리에게는 위로가 되고 힘이 됩니다.
 
우리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시는 자비하신 아버지이시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꼭 붙잡고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합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주님의 분명한 말씀입니다.
 
말씀은 내 발의 등불 내 길을 비추는 빛입니다.
 
말씀의 빛, 말씀의 생명, 말씀의 사랑입니다.
 
말씀은 그대로 주님의 현존이자 힘이며 생명이자 사랑입니다.
 
우리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길은
말씀을 통해서입니다.
 
이래서 모든 교회전례의 중심에는 말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 또한 임의대로 강론하는 게 아니라
말씀을 근거로 성령의 인도 따라 강론을 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말씀의 본질 역시 사랑입니다.
 
종말 대비를 위한 최상의 길은
말씀을 꼭 붙잡고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길 뿐입니다.
 
많이 아는 것보다, 많이 일하는 것보다 많이 사랑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런 이들이 진정 살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외적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세상이지만
마음은 사랑 결핍으로 황량한 사막이 되어 가는
영혼 영양실조 환자들 날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사랑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자비한 사랑은 무자비한 심판을 받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심판을 이깁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요
아무리 다해도 다할 수 없는 의무가 사랑의 의무입니다.
 
분별의 잣대는 물론 취후 심판의 잣대도 사랑입니다.
 
말씀 따로 있고 사랑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고
우리는 사랑을 실천함으로 비로소 살아있는 말씀을 체험합니다.


물 흐르듯 참 빨리도 흘러가는 세상입니다.
 
하느님 눈에는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다합니다.
 
진정 믿는 이들은 하루하루가 종말이요 영원입니다.
 
일일일생,
하루를 평생처럼 살아가는 것이요,
평생을 하루처럼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기쁘게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깨어 주님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말씀을 꼭 붙잡고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합니다.
참 단순하고 아름다운 행복한 삶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은 당신 생명의 말씀과 사랑의 성체로 우리를 축복해 주시어
이렇게 살 수 있게 하십니다.
“저는 하느님 곁에 있어 행복하옵니다.
  주 하느님을 피신처로 삼으리이다.”(시편73,2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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