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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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작은 기적을 통해 주님의 숨결을 느낄 때
작성자이근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12 조회수525 추천수1 반대(0) 신고

 

 오늘은 주님께서 나에게 작은 기적을 베푸신 날이다.

아침부터 계획만 세웠지 실천한 것은 없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절두산 성지를 방문하여 노숙인들을 위한 미사로 참례하려고 노력하고 또 그렇게 자주 해 오고 있다. 오늘도 미적거리다 절두산 미사도 못가고 기도도 부족한것 같아 마음속으로는 오늘  봉사가 염려된다.  봉사를 하러갈 때 늘 기쁨 충만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오직 주님의 십자가만을 생각한다.

 모든 것이 생각으로 선과 악이 마음에 들어 오듯이  주전자에서 물이 끓는 것을 옮기다 불쑥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끓는 물을 업지르지 않을까? 함께 봉사하는 대자가 늦는 모양이다. 그래서 혼자 물품들을 주섬주섬 꾸려 한손에 끓는 물 주전자(시간을 절약하려고 미리 물을 끓여 가지고 간다)와 또 다른 손에는 물품을 실은 짐발이를 끌고, 어깨에는 배낭을 메고 가기 때문에 좀 힘이 든다.

 거의 역대합실 가까이 올 무렵 한 노숙인이 나와 반대 방향에서 오고 있다. 잠시 딴 생각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10리터 짜리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물이 쏟아 졌다. 땅을 짚은 왼손에 뜨거운 물이 덮쳣다. 비록 면 장갑은 끼었으나 곧 장갑에 물이 배여 손이 더 데여 버렸다. 맞은 편에서 오던 그 노숙자도 뜨거운 물이 튀였는가 보다. 왓 뜨거워! 하며 나에게 항의를 하려다가 내가 워낙 아파하며 있는 모습을 보더니 어디 괞찬으냐고 위로를 한다.

 주님 감사합니다. 더 크게 다치기 않게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내가 같고 있는 성수를 꺼내 화상을 입은 손에 뿌리며 물질렀다. 그리고 화상입은 손에 바른 손을 포개어 구마와 함께 성모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이때 막 대자가 달려오며 어디 괞찬으냐고 묻는다. 손바닥 둥근부위에 허옇게 살갖이 달걀 크기만하게 부풀어 올랐다. 따끔 따끔, 화끈 화끈하며 몹시 쑤신다. 자정이라 인근 병원에 갈 수도 없고 봉사를 그만 둘수도 없고 하여 그냥 봉사하기로 하고 대합실에 올라갔다.

 대자가 안면있는 노숙인과 함께 차 봉사를 하며 바삐 움직이는 것을 나는 바라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화상 입은 손에 성수를 자주 뿌리고 다른손을 포개고 속으로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었다. 한 40여분 쯤 지나면서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물집도 생기지 않고 원 상태대로 그대로 붙어 있는 것 같았다. 비록 화상입은 피부는 허옇게 된 상태이지만... 이렇게 주님이 함께 하여 주심을 알려 주시는 기적을 나에게 보여 주셨다.

주님은 찬미 받으소서. 주님 감사합니다. 저는 주님의 아들이며 종입니다. 어머니 함께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자왈 두 주정도는 족히 고생을 하실 줄 알았는데... 

 

신종플로로 전국이 비상이지만 이곳에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어느 노숙인 왈 세상에 아파서 죽는 사람도 많은데 자기는 병도 안걸린다고 투덜 댄다. 그 옆 자리에는 콜록 콜록하며 기침하는 노숙인 콧물을 흘리는데...

이곳은 믿음을 단련하는 장소이다. 여기 저기 콜록 하며 기침하는 사람들 가운데 있다 보면 순간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주님께 맡기고 또 설사 병에 걸려도 주님의 뜻이 있는 것이 아니겠나? 하며 주님께 그저 나를 맡긴다.

 노엘이라는 세례명을 가진 출소자가 우리가 천주교에서 봉사하는 것을 알고 반갑다고 하며 커피 한잔을 청한다. 교도소에서 세례를 받았지만 한번도 고해성사를 못 보았다고 한다. 교리와 기도에 관해 이야기 하다 묵주기도를 하고 싶다고 하니 옆에 앉아 있던 나의 대자 손가브리엘이 자기가 갖고 있던 묵주와 기도문을 덮석 건네준다. 그리고 도림동 본당이 근처에 있다고 하길래 신부님을 찾아가서 지금까지의 일을 말씀드리고 고해성사를 보고자 하면 틀림없이 고해를 할수 있으니 찾아가 보라고 했다. 이 노엘의 형제 눈가에는 눈물이 흐른다. 성모님께서 이 노엘형제의 굳어 있던 마음을 녹이셨는가 보다.

마티아 세례명을 가진 어떤 형제분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함께 써 달라고 봉투를 건넨다. 일금 삼만원을.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는 말씀을 다시 확인 시켜주시는 오늘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 blog.daum.net/cyrilgoodnew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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